특집-정보애.JPG) 지난 2018년 2월 19일 월요일, 선교회사역과 교회사역에 하루 휴무로 나에게 충전을 해주는 날이었다.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동네 서점에 들어가 책 구경을 했다. 특별히 사고 싶었던 책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호기심으로 어슬렁거리면서 쉬엄쉬엄 동네 구석구석을 정한 곳 없이 돌아다니면서 일상에서 우리 동네를 여행하며 발견하게 된 책방을 보고 들어간 것이다. 서가에 진열된 이 책 저 책을 무심하게 보다가 갑자기 나의 눈이 멈춘 책이 바로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였다. 책은 노란 개나리 색깔 표지를 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인생 처세에 관한 책들 중 하나겠지’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다른 책들을 구경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치 무엇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 책을 꼭 사야 하고, 사고 싶다는 갈망 같은 것이 생기면서 다시 그 책이 놓인 위치로 가서 책을 꺼내 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그때의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3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숨은 무의식 후에 나 자신을 알아차리면서 알았지만 책 제목 중 ‘나를 위로하는’이라는 부분이 바로 내 발걸음뿐 아니라 내 마음도 가서 멈춰 세우게 한 지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를 배려하는’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자기 위로와 자기 배려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해 쓴 책인데 특히 글쓰기,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들, 타인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한 일기쓰기를 강조하는 책이다. 이 책을 사자마자 집으로 와서 역시나 무엇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것처럼 바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왜 이 책인가? 책을 읽다가 노트, 펜 등을 가지고 당장 일기를 쓰라고 권하는 부분에 이르렀다. 책을 끝까지 읽고 완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나를 위해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있던 두꺼운 스프링 노트와 볼펜을 집어 들고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전에 노트북이나 컴퓨터, 다른 일기장에 일기나 일지를 쓰기도 했었지만 마침 전에 산 노트가 있어서 바로 쓰기 시작했다. 줄이 쳐진 노트에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것이 12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쓰고야 일기쓰기가 끝이 났다. 시계를 보니 네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어머나! 처음에는 내가 더 놀랐다. 시간이 그렇게 지난 줄 몰랐을 정도로 집중했기 때문이다. 내면에 있던 감정, 생각들을 글로 술술 토해내고 나니 홀가분해지면서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하거나 너무 피곤해서 몸의 마사지를 받듯이 편안함이 찾아왔다.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0월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 그 이후 찾아온 우울감, 선교단체 대표로서 오는 책임의 무게, 섬기고 있는 참빛교회의 선교담당 사역자(교역자)로서의 책무와 관계 등 내 인생에서 또 한 번 어른으로서의 무게가 나를 누르고 있었을 때, ‘가족 상실’과 ‘책임’ 때문에 몸도 마음도, 영혼도 짓눌려서 억압되어 있다가 드디어 나만의 가장 안전한 분출구를 찾았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일기장은 책 한 권을 읽을 때처럼 300페이지를 쓴 기념으로 일기떨이(^^), 500페이지 일기떨이(^^) 등을 통해 어느덧 두꺼운 스프링 노트가 네 권이 되었다.
책의 저자에 대하여 책의 저자는 셰퍼드 코미나스(Sheppard B. Kominars)라는 여성이다. 평생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에 시달리면서 만성적인 통증으로 삶이 힘들었던 사람이다. 코미나스는 이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 민간요법 등 여러 해결책을 구했지만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지 않아 우울증까지 찾아온 경우였다. 삶이 질병으로 덮여 있던 일상의 어느 날, 친척의 권유로 찾아간 통증클리닉에서 70대 할아버지 의사가 “규칙적으로 일기를 써 보세요.”라고 권하면서 셰퍼드 코미나스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에 코미나스는 자기의 우울한 일상 곧 병원에 다니고, 매일 약을 먹고, 약간의 산책을 하는 등 일상의 평범하고 지루한 통증을 견디는 날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힘든 이야기를 글까지 써서 다시 기억해야 하는 것에 대한 반감(反感)으로 그 의사의 말을 전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그 의사의 말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한 번의 행동이 그녀의 나이 80이 넘을 때까지 건강하게 글을 쓰는 삶으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녀 스스로 그녀의 삶이 그 나이까지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살리면서 계속되고 있음을 경이로워하고 있었다. 셰퍼드 코미나스는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 강사로 대학, 병원, 문화센터 등에서 다른 사람들을 글쓰기를 통해 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고 있다. 책의 구성과 내용 책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은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시작, Part 2는 치유를 위한 글쓰기, Part 3은 치유의 글쓰기 연습 Ⅰ, Part 4는 치유의 글쓰기 연습 Ⅱ이다.
Part 1에서는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시작 부분으로 ‘지금’, ‘바로’ 글을 쓰라고 권한다. 그것도 절대로 컴퓨터에서 활자를 타이핑하는 방식으로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왜냐하면 컴퓨터에서 타이핑을 할 경우에는 수정하고 교정하면서 문장을 고치려고 하는 심리기제(心理機制) 때문에 인위(人爲)와 통제, 조종을 자기 자신에게 가하기 때문이란다. 그냥 노트에 펜을 가지고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이 이 흐름 저 흐름으로 왔다 갔다 하더라고 무시하고 그냥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을 쓰라고 권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 육하원칙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도록 친절하게 초대하는 시작 부분이다.
Part 2에서는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의 원제목이 ‘Write for Life’로, 곧 ‘삶을 위한 글쓰기’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안네 프랑크(《안네의 일기》 저자), 엘리 비젤(198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유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 외에도 도스토옙스키의 부인 등 유명인, 비(非)유명인도 등장한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모두 글을 통해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글쓰기의 효능을 통해 자기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를 알고, 어떻게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시대와 세상, 자기와 타인의 관계적 의미를 알고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을 예로 들고 있다.
다음으로 Part 3과 Part 4는 치유의 글쓰기 연습 부분으로 몸-마음-영혼의 연결, 여행, 기행문, 꿈꾼 내용, 죽음 등 자기를 구체적으로 위로하고 배려하는 삶의 여러 부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심리상담가처럼 인도해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에게 영향을 준 밑줄 한 줄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배려만 생각한다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을 배려할 리 없고,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쏟을 리 없다.”
위의 문장이 가장 밑줄을 치고 싶은 문장이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나는 내 인생에서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 자기 가치 인정, 자기를 위로하고 배려하기가 무척 고팠다! 일기쓰기가 돌파구 역할을 했다. 남이 나를 배려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기대하지 않고 내가 나를 배려하는 최상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 2018년, 2019년, 2020년 이 책을 읽고 나서 일기를 계속해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햇수로 삼 년이 되었는데 내가 내 자신에 대해 느끼는 변화가 무척이나 재미있다. 우선 처음에 일기를 쓸 때는 감정의 분출구,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과잉되고 적체되어 있던 감정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더니, 계속해서 일기를 써 나가다 보니 기분 감정뿐 아니라 가족, 소망, 비전, 선교, 병상기록(당뇨병 일지), 교회 이야기, 우정 등 주제도 매우 다양해진다. 아! 그러고 보니 꿈을 꾼 날은 일기장에 그 꿈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꿈을 꾸는지, 꿈을 꾸기 전에 무슨 상황이었는지 등을 바둑 두기에서처럼 다시 복기(復棋)하는 기록들도 적어보았다. 요즘은 코로나 이후 교회와 선교에 대한 단상들도 일기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나의 몸, 나의 마음, 나의 영혼에 대해 좀 더 통합적으로 연결하고 전체적인 상관관계로 나 자신을 알아채 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해 나가는 게 흥미롭고 신선하다. 물론 나 자신에 대한 발견이 이 책 한 권만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후 김형경 작가의 심리 에세이 시리즈로 이어져 《사람 풍경》(심리 여행 에세이), 《천 개의 공감》(심리 치유 에세이), 《좋은 이별》(애도 심리 에세이), 《만 가지 행동》(심리 훈습(working-though) 에세이) 등 독서 여정으로 이어져 내 삶과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보다 더 확충시켜 나가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그동안 사회·과학 그중에서도 주로 중국, 중국선교, 선교, 역사, 지금은 지역학 관련 도서 등 책 읽기가 너무 편향되어 있었기에 이로 인한 독소와 불균형의 문제가 심각했다. 거기에는 삶의 여정이 단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지금까지 살아온 전 인생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통합해야 할 내 인생의 황금의 때(시간)가 지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다. 일기쓰기가 참 재미있다! 참 좋다! 책과 선교사! 책과 중국선교사! 선교사로서 정보애의 인생은 정보애라는 선교사 이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여정과 변화의 단계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정보를 사랑하는 여성 선교 사역자’라는 별명이 붙게 된 시작으로의 삶의 훈련과 여정이었다. 곧 20대와 30대 초반까지의 중국인교회(서울 중구 ‘여한(旅韓) 한성중화기독교회[한성교회]’)와 중국복음선교회 중국교회와선교연구소 사역자 시절의 10년, 이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대학에서 중국어학과를 전공한 특성을 살려 중국 연구와 글쓰기로 타인을 위한 곧 중국선교를 하는 교회들과 선교사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글쓰기를 하던 시절이었다. 중국선교, 중국소수민족, 중국 사회, 중국 종교법 등등 관련된 책과 세미나, 글쓰기의 시절이었다.
두 번째 여정은 ‘정말로 중국의 티베트족을 사랑하는 정보애 선교사’로서 티베트족을 마음에 품고 중국 대륙의 영혼들 그중에서도 중국소수민족 중 티베트족 때문에 아프고, 애달프고 감사했던 시간이다. 선교사로서의 이상과 기대, 현실에서의 제한과 한계가 가져오는 좌절 등 좌충우돌하기도 하며 관계 갈등과 열매에 감사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그 후 세 번째 여정은 ‘정말로 보배이신 예수님만을 사랑하는 선교사’가 되고픈 통합의 소망을 담고 새로운 시작과 성숙의 과정을 가고 있다. 선교사로서의 여정 중 2006년부터 지금 섬기고 있는 UPMA(미전도종족선교연대) 총무, 대표 사역에 2012년부터 시작된 고신 교단 교회 부천참빛교회 선교담당 사역자로 교회와 선교회를 ‘현장’으로 삼아 타문화권 선교현장과 연결하며 살아오고 있다. 교회와 선교가 더욱 통합되어 감사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와 선교 환경으로 말미암아 더 고민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또한 선교사로서의 여정에서도 최고 리더로서의 책무로 그 버거움에 지칠 때도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책 읽기와 독서가 더더욱 중요해졌으며, 또한 글쓰기도 중요해졌다. 특별히 선교지 현지교회 자립과 관련해 삼자원리(자치, 자립, 자전) 혹은 사자원리(자치, 자립, 자전, 자신학)가 중요한 이슈로 다시 대두되고 있는 이즈음 관련된 글들을 읽고, 관련된 글을 쓰면서 이 또한 자신을 성찰하고 적용하는 기회가 되고 있어 감사하다. 바라기는 지금까지 인도하신 내 모든 삶의 여정을 인정하고, 긍정하면서 내 자신의 삶을 보다 하나님과 더 친밀하게 동행하면서 더 충만하게 사는 선교사! 중국선교사! 이 길을 소망한다.
정보애 선교사 | UPMA선교회(미전도종족선교연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