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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세 살배기 우리 로아는 요즘 택배를 많이 기다린다고 한다. 밖에서 인기척이 나면 “할머니 택배다!” 하고 뛰어 나간다. 어린이집도 못 가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엄마와 동생하고만 지내는 로아에게는 어쩌다 배달되는 택배는 하나의 신선한 기쁨의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지난 2월 12일 나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대구 딸네 집에 내려가서 삼 일 동안을 지내고 16일 김포로 돌아왔다. 그때 코로나19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때였지만 그때까지는 대구는 한 사람의 확진자도 없이 아주 조용했었다. 그래서 나는 감사했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딸네 가정과 아들이 살고 있는 대구에 코로나19가 발발하지 않은 것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올라오면서도 대구는 내륙이라 괜찮을거야 하고 생각했었으니까 말이다.
내 사랑하는 손녀 로아와 손자 로이가 살고 있는 대구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것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가 대구에서 돌아온 뒤 곧바로 31번 확진자가 나왔고 대구에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대구에 다녀온 뒤 약간의 감기 기운이 돌던 나는 걱정이 되어 자가격리를 했다. 내가 대구에 갔을 때는 그곳에 확진자가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을 때였지만, 일단 대구를 방문하고 왔으니 스스로 두 주간 자가격리로 들어갔다. 한편 대구에서는 손녀 로아가 어린이집의 휴원으로 집에서만 지내게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5개월이 갓 지난 로아의 남동생을 키우고 있는 딸은 큰애까지 돌봐야 하면서 많이 힘들어 했다.
자가격리 두 주간이 지나면서 나는 감기도 나았고 몸도 괜찮아졌다. 참 다행이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른 나는 힘든 딸을 도울 요량으로 김치라도 좀 담가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딸이 좋아하는 깍뚜기며 알타리김치, 나박김치를 담가서 택배를 부치고자 준비했다. 그런데 문득 택배를 열어 봤을 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로아 생각이 났다. 택배상자 속에 로아를 즐겁게 해 줄 과자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마트에 가서 밥풀과자와 바삭바삭한 쌀과자를 사서 함께 부쳤다. 내 예상대로 로아는 쌀과자를 먹으며 아주 좋아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을 잘했던 것이다. 딸 생각만 해서 만약 반찬인 김치 종류만 보냈다면…, 로아가 좋아할 과자를 안 보냈으면 로아가 얼마나 실망했을까 하고 생각하니 과자를 넣어 보낸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그 다음 주에 또 택배를 보냈다. 이번 택배상자에는 매운 것을 못 먹는 로아를 위해서 백김치를 좀 담갔다. 고춧가루를 안 넣은 하얀 김치를 만든 것이다. 배추는 소금에 절여 놓고 찹쌀풀과 새우젓, 양파, 사과, 마늘, 파를 갈아서 육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추는 씨를 발라내고 채를 썰고, 빨강피망과 노랑피망도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채를 썰어 고명을 만들어서 배추 속으로 겹겹이 넣는다. 그런 다음 준비해 둔 육수를 넉넉히 부어 담그면 된다. 아직은 어려서 김치를 못 먹는 로아가 김치 먹는 연습을 백김치를 통해서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알타리김치를 담글 때 잎을 떼어서 데쳐 두었던 시래기에 된장을 넣고 갖은 양념을 해서 무친 다음에 통에 담아 얼려 놓았다가 함께 보냈다. 물이나 육수만 부어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에도 역시 반찬만 보내면 안 되었다. 로아가 입을 진한 핑크색과 엷은 핑크색 실내복 원피스 두 벌과 오렌지 몇 개와 키위 몇 개 그리고 로아가 좋아하는 과자를 챙겨 넣었다. 택배상자 안에 로아네 집에 보낼 물건들을 꾸리는 내 머리속으로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는 로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세 번째 주에는 기름에 튀기지 않아서 건강에도 좋은 통밀로 만든 도넛과 호떡, 두부와 야채로 만든 두부과자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막대사탕 조금과 어린이 간식용 꼬마 소시지를 함께 넣었다. 그리고 로아가 늘 보내 달라고 했지만 늘 음식물을 넣다 보면 택배상자가 꽉 차고는 해서 보내지 못했던 토끼인형을 넣었다. 이 토끼인형은 내가 예전에 로아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지고 놀라고 ○○○에서 사다 준 인형이다. 토끼인형을 끌어 안으면 몽실몽실 부드러운 촉감이 아주 좋았다.
○○○○통운이 대구 경북지역으로 보내는 택배에 대해 한 달간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이 서비스를 한 번도 이용하지 못하고 집 근처 □□택배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왜 공짜인데 무료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당연히 이유가 있다. 첫째는 무료 택배 서비스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보통 2-3일씩 걸린다고 한다.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순차적으로 배달하게 되어 그런 것이다. 하지만 돈을 내고 보내는 택배는 그날 오후 두 시에 부치면 이튿날 두 시 전에 로아네 집에 도착한다. 만 하루가 채 안 걸리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무료니까 이용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 두었다. 내가 보내는 택배에는 김치 등 반찬이 들어 있어서 아무리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보낸다고 해도 3일씩 걸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로아 때문이다. 택배만 오면 “할머니 택배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현관으로 뛰어 나가는 로아의 기쁨을 늦출 권리가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로아가 한시라도 빨리 내가 보낸 택배를 받아 보고 즐거워야 한다.
이튿날 세 번째 택배상자를 받고 곧 로아가 토끼인형을 끌어 안고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한손에는 핑크빛 토끼인형을 끌어 안았고 다른 한 손에는 “힘내요”란 파란 피켓을 들고서 눈을 살짝 내려 감고 찍은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내 입가에는 살풋이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나는 속삭이듯이 아주 조용히 로아에게 말했다. “그래, 로아야 나도 힘낼께. 너도 할머니 택배 받고 힘내거라. 곧 모든 게 좋아질거야.”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시 130:6)
나은혜 |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