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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3 통권 211호     필자 : 변성래 프린트   이메일 
[책 속의 중국]
《위대한 중국은 없다》 - 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_안세영 / 한국경제신문

 

            “역사적으로 코리아는 중국의 일부였다.
                            (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


이 말은 철부지 중국 청소년이 한 말이 아니다. 설령 그 철부지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할지라도 ‘도대체 중국인들은 아이들에게 (중국)역사를 어떻게 가르치기에 그러나’ 하고 혀를 찰 일이지만, 놀랍게도 중국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시진핑이 2017년 4월 1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 말이다. 그 후 한국 국민들이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자, 정부 대변인이라는 자가 기껏 한다는 말이 “한국 국민들이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한 마디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겼다. 한국을 우습게 봐도 한참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에 한껏 취해 있다. 원래 중국 역사에 한족(漢族)이라는 개념은 있어도 중화민족이라는 말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패권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일념 하에 과거 그들을 지배하던 소수민족까지 한족이 주축이 된 중화민족에 포함시키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오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를 들춰봐야 한다. 역대 왕조를 ‘한족 왕조’와 ‘비한족(非漢族) 왕조’로 이분해보면 순수한 한족이 세운 왕조가 중국 전체를 지배한 기간은 681년밖에 안 된다. 북방 민족사에서 중국을 지배한 비한족은 거란, 몽골, 여진 같은 북방 민족인 ‘북방 몽골리안’이다. ‘날로 오만해지는 중국’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안세영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나 베이징(北京) 사람들이 어쩌면 한국 같은 북방 몽골리안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그렇게 말 같지도 않을 소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시 주석의 오만함은 6·25 전쟁조차도 ‘중국이 승리한 정의로운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고 미화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중국 지도자들의 이러한 생각의 변화를 미국 하버드대 A. 존스턴 교수는 ‘중국예외주의’에 빠진 공산당의 역사 왜곡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예외주의는 ‘중국인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천성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중국인의 핏속에는 남을 침략하는 유전자가 없다“는 과장된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야말로 말이면 다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2015년 중국 베이징대학교의 현대 중국 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이 평화를 사랑한다는 믿음과 중국의 강경한 외교노선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무작위로 추출한 중국인 2,600명 중에서 중국인이 매우 평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국과 일본을 우호적으로 보는 수준이 아주 낮았다. 즉 두 나라를 호전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부당하게 저지하려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중국이 더욱 강경한 대외정책을 펼치고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흥미로운(거의 반대되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15년 한 언론 매체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국민의 응답자 가운데 중국인이 평화적이고 협력적이며 책임감 있는 강대국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8퍼센트에 불과했다. 결국 중국예외주의는 중국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중관계의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간의 신사대주의, 소중화(小中華)사상에서 벗어나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중국 자료뿐만 아니라 미국·프랑스·일본·터키 등 비한자 문명권에서 출간된 책도 참고했다고 한다. 중국의 못된 ‘코리아 속국론’은 물론 패권국가를 향한 중국의 야심, 몽골제국과 고려와의 관계,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붉은 중국의 역사 왜곡, 그들의 한반도 징크스 등을 비롯해 최근 더욱 기승을 부리는 남중국해 영토분쟁과 중국의 해양굴기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이 패권국가가 될 수 없는 5가지 이유’도 읽어볼 만한 대목이다. 우선 미국이 중국을 무릎 꿇게 하는 간단한 방법은 허황된 군사적 패권을 꿈꾸는 중국을 구소련식으로 몰락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냉전시대 국민총생산(GNP)의 30퍼센트가 넘는 돈을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쏟아붓던 소련이 경제 파탄으로 자멸한 예를 든다. 둘째, 미국이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재편하는 방법이다.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투자한 미국기업의 철수 명령’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글로벌 가치사슬을 아예 흔들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 중국처럼 덩치만 커진다고 패권국가가 되는 게 아니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존경하고 따르는 소프트 파워, 즉 ‘보편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지금 중국이 내세우는 건 고작 ‘위대한 중화사상’이다. 이건 보편적 가치가 아닌 자국우월주의에 불과하다. 세계 역사를 되돌아볼 때 ‘위대한(Great)!’을 내세운 나라치고 잘 된 나라가 없다. ‘위대한 독일 게르만 민족!’ ‘위대한 대일본제국!’ 미국이 스스로를 ‘위대한 미합중국(Great United States)!'이라고 했던가? 넷째, 세계 질서에서 우두머리가 되려면 따르는 무리, 즉 동맹국이 있어야 한다. 중국의 동맹국은 딱 두 나라다. 파키스탄과 북한이다.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동맹국이다. 마지막으로, 시진핑 주석이 너무 일찍 칼을 빼들었다. 중국은 2050년에 경제와 군사 두 대의 패권을 한꺼번에 차지하겠다고 한다. 시진핑이 잠꼬대처럼 이야기하는 중국몽은 자신의 개인적 여심인 영구집권을 위한 국내 정치용이 아닐까?

“국가안보가 중요하다. 2050년에 중국의 군사몽(軍事夢)이 진짜로 실현된다면 중국의 군사력, 특히 해군력이 미국을 중국 연안에 속하는 열도(일본 포함)에서 몰아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중국 해군의 영향력 아래 들어간다. 그렇게 될 때 ‘코리아는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베이징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대할지는 짐작할 만하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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