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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5 통권 207호     필자 : 유관지 프린트   이메일 
[발행인통신]
《중국선교핸드북》을 다시 읽으며


<중주>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먼저 중국어문선교회가 지난달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을 때 진심어린 축하를 해 주신 일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중국어문선교회는 1991년 7월에 《중국선교핸드북》(원제: THE CHINA MISSION HANDBOOK)이라는 책자를 두란노서원을 통해서 발간한 일이 있습니다. 이 책은 중국 사역의 대가인 고 조나단 차오(Jonathan Chao, 趙天恩) 박사(1937∼2004)가 1939년 7월 마닐라에서 열렸던 제2차 국제로잔회의 참석자들에게 배포하려고 편찬한 것을 편역해서 출간한 것입니다. 연두색 바탕에 관광객들이 가득한 만리장성의 모습이 들어 있는 표지의 이 책은 당시 중국 사역에 관심 있는 분들의 필독서가 되다시피 해서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중주> 가족들 가운데에도 이 책을 읽거나 지금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여럿일 것입니다. 이 책의 발간은 중국어문선교회의 초기 사역들 가운데 매우 중요한 일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그때 설립 2년이 채 못된 중국어문선교회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원저(原著) 발행으로부터 계산하면 발간 30년이 되는 이 책을 서가에서 꺼내 다시 한 번 들추다가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오늘은 이것을 <중주> 가족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순화되기 위해 고난 받는 교회’
조나단 차오 박사는 이 책의 제2부 5장 ‘중국에서의 기독교 역사’를 ‘기독교는 635년 중동으로부터 들어온 네스토리우스파 선교사들을 통하여 최초로 중국에 유입되었다’는 말로 시작해서, 초기 가톨릭의 노력들, 19세기 개신교 선교의 확장, 중국인교회의 발흥에 대해 차례대로 말하고, 신중국 건국 이후인 1949년에서 1989년까지의 역사에 ‘현대 중국에서의 고난, 소생 그리고 교회 성장’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조나단 차오 박사는 1949년에서 1989년까지의 40년을 다시 일곱으로 나누어서, ① 시련기의 교회(1949∼1958) ② 탄압 받는 교회(1958∼1966) ③ 고난 중의 교회(1966∼1976) ④ 소생하는 교회(1976∼1980) ⑤ 영적 갈등을 겪은 교회(1980∼1982) ⑥ 박해하의 교회(1983∼1984 ⑦ 선교하는 교회(1985∼1989)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는 조나단 차오 박사가 살아있다면 1989년 이후 지금까지 30년의 역사를 어떻게 구분하고, 어떤 이름들로 부를까 매우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작년 2월, 개정된 종교사무조례 시행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어떤 소제목을 붙일까가 특히 그러합니다.

<중주> 가족 여러분은 이 시기를 어떻게 명명(命名)하시겠습니까? ‘다시 고난을 겪는 교회’라고 하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1966년에서 1976년까지를 ‘고난 받는 교회’라고 하는 것은 그때가 문화대혁명 시기였기 때문인데, 지금 교회의 형편을 두고 ‘제2의 문화혁명기’라고들 많이 말하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에 발표되는 글들 가운데 중국교회가 지금 겪는 일이 중국교회가 순화되는 데 크게 유익할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중국교회가 순화될 필요가 있어서 이 고난이 찾아왔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발언들인데요, 그렇다면 지금 이 시기에는 ‘다시 고난 받는 가운데 순화되는 교회’ 또는 ‘순화되기 위해 고난을 받고 있는 교회’라는 이름을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웬일인지 모르게 뒤의 이름에 마음이 끌리네요. ‘순화’를 한자로 어떻게 적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열었다가 이 말의 한자 표기가 ‘淳化’, ‘純化’, ‘醇化’, ‘順化’, ‘順和’, ‘馴化’ 이렇게 여럿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넓게는 ‘순수해지고, 좋게 된다’는 공통된 뜻을 바탕으로 각각 다른 뜻들을 가지고 있는데, 사랑하는 중국교회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을 통해서 순화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골고루 이뤘으면 하는 마음이 점점 커집니다.

틀린 예측일까?
조나단 차오 박사는 《중국선교핸드북》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제 개인적인 믿음으로는 앞으로 서기 2000년이 되면 중국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 이래 최대의 추수 현장이 될 것입니다. 곡식들은 이미 추수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 추수 사역에 동참하기 위해 하나님의 사람들이 남자고 여자고 분주히들 움직이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조나단 차오 박사의 이 예측은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가 최근에 와서는 빗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빗나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중국은 인류 역사 이래 최대의 추수 현장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확실히 믿습니다. 아니 믿어야 합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통과해야 할 과정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십여 년 전에 농업지원 NGO의 신분으로 북한 평안남도의 한 협동농장을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협동농장의 위원장은 모범일꾼으로 알려진 분으로 사무실에는 각종 표창장들이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위원장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작년에 농사가 잘 되어서 내일부터 추수에 들어간다고 모두 좋아하고 있는데 밤에 서리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어요. 서리가 내리면 수확이 큰 타격을 받거든요.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전 농장원이 남자고 여자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홰불(‘횃불’의 북한식 표기)을 들고 나와 논에서 밤을 새며 서리가 내리는 것을 막았어요.” 지금 중국교회는 풍성한 수확 전에 서리가 내리는 형국입니다. 우리는 횃불을 들고 나와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니까 바로 이 <중주>가 그 횃불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새로워지네요.

“한국교회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중국선교핸드북》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1989년에 홍콩의 중국교회연구센터(CCRC)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 무렵에 신계(新界, New Territories)에 있는 중국교회연구센터를 찾아간 일이 있었는데 조나단 차오 박사는 출타 중이고, 한국에서 오래 일한 왕쓰웨(王嗣岳) 선교사가 대신 맞아주면서 “이 윗층에 조나단 차오 박사님이 살고 있어요. 아주 작은 공간에서 검소하게 지내시지요. 참 존경스러워요.” 하던 일이 기억납니다. 

《중국선교핸드북》의 한국어판을 위한 서문의 끝에는 ‘1990년 10월 타이뻬이 조나단 차오’라고 적혀 있습니다. 조나단 차오 박사가 그때 타이베이에 출장을 갔다가 썼기 때문에 이렇게 적었을 지도 모르겠으나, 그보다는 그 무렵에 중국교회연구센터가 홍콩에서 타이베이로 옮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아마 후자가 맞을 것입니다. 그 무렵에 홍콩은 1997년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97이후(After 97)’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고, 여러 선교기관들이 싱가포르나 타이베이 등지로 옮기기 시작했는데 중국교회연구센터도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홍콩의 반중(反中)시위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그 때의 일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조나단 차오 박사는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한국교회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한국교회를 자주 찾았습니다. 《중국선교핸드북》한국어판 서문에는 “중국에 복음을 자유롭게 선포할 수 있는 날이 이르게 되면 중국은 전 세계로부터 추수 사역에 참여할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또 한 가지 믿는 바는 그 일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라는 말이 들어 있고, “성령께서 한국의 독자들의 마음 가운데 운행하시어 그들 속에 중국인을 향한 더욱 깊은 사랑을 심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중국선교핸드북》을 덮으면서 고인의 기대와 기도를 다시 한 번 새기며 이런 마음을 <중주> 가족들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11월호는 ‘천산벨트를 향한 하나님의 선교 계획’을 특집으로 마련했습니다. 천산지역 복음화 문제는 최근 중국 사역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보실 것입니다. 이번 특집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이해를 갖게 되기 바랍니다.

감사의 계절, 감사의 제목들을 더욱 풍성하게 발견하는 <중주> 가족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유관지|중국어문선교회 고문, 본지 발행인. 성화감리교회(분당)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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