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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3 통권 205호     필자 : 나은혜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결혼을 희망하는 계절

내가 정말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이 고민은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요즘 나이 찬 자녀가 결혼하지 않아서 고민인 부모가 한두 사람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동안 나에게 중매를 부탁해 오는 여러 지인들이 있었다. 지인들은 아들이 결혼해야 하는데, 딸이 결혼해야 하는데 하면서 적당한 배우자를 연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해 온다. 그런데 나도 그때는 그런 일은 남의 집 일이려니 했었다. 설마 우리 아이들은 제때에 결혼을 잘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아들이 내후년이면 마흔 살이 된단다. 아, 안 믿어진다. 아니 안 믿고 싶다.

고민이 끝날 날이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이 고민이 끝나면 저 고민이 시작되니 말이다. 아이들을 교육시킬 때는 보다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고민하고 합격하면 학비 때문에 머리를 싸맨다. 대학교 등록금이 결코 적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삼 남매 모두 사립대학교인 한동대학교를 다녔다. 매학기 300여만 원의 등록금에 기숙사비와 생활비까지 지원해 주어야 했는데,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후원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선교사의 형편에는 보통 버겁고 고민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고민하는 부모를 본 우리 애들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받기도 하고, 또 공부하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선교사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자녀들이 대학교만 졸업하면 부모로서의 ‘걱정대학’은 졸업이겠지 했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나이 들어가는 자녀들의 혼사 문제에 대해 걱정하면서이다.

20대 중반에 결혼한 큰딸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효녀였다. 사실 딸이 결혼한다고 할 당시에는 너무 일찍 결혼하려고 한다면서 나는 결사반대를 했다. 딸의 나이 스물다섯 살, 결혼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큰딸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딸의 나이가 만으로 스물다섯 살에 한 살 위인 스물여섯 살의 사위와 캠퍼스 커플로 만나 3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다. 벌써 결혼 13주년을 넘겼다. 지금은 결혼생활 10년이 다 되어서 은혜로 얻은 엄청 예쁜 딸을 키우며 알콩달콩 잘살고 있다.

그리고 작년 6월에 작은딸이 결혼했다. 큰딸이 결혼하고 꼭 10년 만에 우리 집에 경사가 난 것이다. 작은딸도 연애를 하였는데 이미 4년 전에 결혼하겠다고 선언을 했었다. 당시에 사윗감은 대학원생이었고 결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 우리 부부는 또 결사반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에 결국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가 결혼을 반대해도 젊은이들의 사랑을 막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그러니 반대 또한 부질없는 것이다. 두 사람은 반대하는 부모 모르게 사랑을 키우고 경제(집과 자동차 해결)도 키웠다. 또 사위는 목사안수도 받고 부목사로 임지도 정해지고, 신학대학원 Th.m을 입학해 놓고 나서 결혼을 하겠다고 해서 우리 부부는 별수 없이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해 주었다. 사실 결혼을 반대할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사실 작은딸이 결혼에 골인한 것은 기도의 응답이었다. 나와 남편은 나라를 위해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 금식을 하며 기도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금식기도가 여섯 달이나 진행되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금식하며 기도한 것은 우선 국가의 안위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점점 나이 들어가는 ‘막내딸의 결혼 문제 해결’이라는 기도제목도 함께 놓고 기도를 했다. 막내딸은 사윗감과 사귀고 있으면서도 부모가 반대했던 교제이기에 그동안 교제 사실을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딸은 우리를 찾아와서 “아빠 엄마 밥 사드릴게요.” 했다. 우리 셋이 만나서 밥을 다 먹을 때까지도 딸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더니 커피를 마시면서 “아빠 엄마 저 결혼해요.”라고 선포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랑은 누구라고 말하는데 남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지러운 듯 눈을 감았다. 바로 우리가 그렇게 반대했던 친구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얼른 남편을 설득했다. 3년 전과는 달리 사윗감이 목사안수도 받았고 부목사로서 사역의 자리매김도 하고 있으니 허락해 주자고 했다. 남편도 굳이 반대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허락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 부부가 금식하며 기도하였으니 딸이 부모가 반대했던 사람과 결혼할 용기를 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3년 전에 결혼하게 둘걸, 딸이 고생을 좀 했겠지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 되었다. 아무튼 막내딸이 30대 초반에 결혼을 하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다. 이처럼 자녀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큰소리치던 부모의 기세도 어느 정도 꺾이는 것 같다. 딸이 한창 젊고 예쁠 때 부모의 기세는 한창 하늘을 찌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 집의 삼 남매 중 딸 둘은 결혼을 했다. 이제 아들만 남아 있다. 아들은 서른 살이 되면 결혼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내후년이면 마흔 살이 된다. 매년 명절에 집에 올 때마다 “저도 결혼해야지요.” 걱정 마세요. 엄마, 착한 여자 데리고 올게요.”라고 하던 아들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수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싱글이다.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기고 마흔을 바라보는 미혼의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참으로 곤혹스럽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되면 20대 초반에 사고를 쳐서 결혼한 어느 지인 자녀들의 이야기조차도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아무튼 올해에 만으로 서른여덟 살이 된 아들을 둔 엄마로서 나는 지금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동안 주변을 지켜봤을 때 훌륭한 분들이지만 자기 자녀의 결혼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는 자녀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작년에 막내딸을 결혼시키고 나서 아들의 늦어지는 결혼 문제를 본인에게만 맡겨 두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중매를 해서 사람을 소개하거나 압력을 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지인들이 정말 괜찮아 보이는 많은 자매들을 소개해 주었지만 아들은 일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결론은 하나님께 맡겨야 된다는 것이었다. 기도로써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고 하용조 목사님도 설교 중에 이야기를 하셨다. “결혼 못하는 자녀를 둔 분들은 6개월만 기도해 보십시오. 자녀가 반드시 결혼하게 될 겁니다.”라는 말씀도 내게 기도로 승부할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들이 올해 안에 결혼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매일 두 끼 금식을 하며 기도해 온 지 넉 달째이다. 그런데 요즘 응답의 구름이 보이고 있다. 아들이 데이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아들이 문자를 보내왔다. 넌 언제 결혼할 거냐는 내 문자에 아들은 “결혼하고 싶은 아가씨는 있어요.”라고 간단하게 문자를 보내왔던 것이다. 그리고 제법 자세하게 사귀는 아가씨의 가족 상황이며 집안 사정까지 아는 것을 보니 이미 데이트 진행이 꽤 된 듯했다.

 

“휴, 다행이다.” 하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딸의 경우와 내 마음 가짐이 달랐다. 두 딸은 우리 부부가 결혼 대상들에 대해 결사반대했다가 나중에 딸들에게 져서 결혼을 허락받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들의 경우는 달랐다. 워낙 아들이 나이가 들고 보니 아들이 데이트할 여성이 있다는 것만도 나는 고마웠다. 아직도 나는 아들이 데이트 하고 있다는 자매의 사진 한 장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감사로 가득하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자녀의 결혼 문제를 좌지우지 하지 않고 자녀에게 온전히 맡기는 마음자세가 된 모양이다. 자녀 결혼 문제로 세 번째가 되어서야 내가 철이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대가 참 많이 바뀌었다.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청년들은 20대 중후반이 되면 결혼을 했고 늦는다고 해도 30대 초중반이면 대부분 결혼을 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30대 중반이 되어도 40대가 되어도 심지어 50대가 되어도 결혼할 생각을 안 하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만큼 시대는 변했다. 이런 시대를 탓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그러나 현실은 엄연히 현실이다. 우리 눈앞에서 자녀가 자꾸 나이 들다 못해 늙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심경은 착잡함을 넘어 근심이 된다. 왜냐하면 자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는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것이고 가정을 이루지 못한 자녀가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부모는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내 자식이 남들 다 하는 결혼을 못할 줄은 정말 몰랐네!’ 하고 한탄도 늘어갈 것이다. 올해 우리 집에 혼사가 있게 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딸 둘을 결혼시키면서 분홍색 계열의 저고리는 두 번이나 입어 보았으니 이제는 신랑 어머니가 되어 파란색 저고리를 꼭 입어 보고 싶다. 올가을에 띄우게 될 행복한 청첩장을 그려본다.

마치 청년이 처녀와 결혼함 같이 네 아들들이 너를 취하겠고 신랑이 신부를 기뻐함 같이 네 하나님이 너를 기뻐하시리라(사 62:5)

 

 

 





사진 | 네이버 카페 ‘웨딩공부’ 캡처
나은혜 |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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