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교회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정원에는 탐스럽게 활짝 핀 수국꽃이 무척 아름다웠다. 나는 절친한 여선교사 두 분과 함께 꽃밭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진도 찍었다. 오후 두 시부터 찬양 콘서트가 열렸다. 송호운 님이 트럼펫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멋지게 연주했다. 이어서 관악만돌린오케스트라가 ‘내주를 가까이’ 외에도 세 곡을 더 연주했다. 또 윤명화 권사님은 오카리나로 ‘외로운 양치기’ 외 한 곡을 더 연주했고, CCM 가수 김상훈 님의 공연이 이어졌는데 율동을 함께하며 진행된 ‘천하의 불효자(탕자이야기)’에서 선교사님들이 가장 많이 웃었던 것 같다. 유명한 옹기장이선교단은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영원히 찬양 드리세’ 외 여섯 곡의 찬양을 더 하나님께 올려드렸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우리는 결단의 찬송으로 ‘부름받아 나선 이 몸’을 다함께 불렀다. 선교사님들이 힘들 때 선교잔치에서 들은 수준 높은 연주와 따뜻한 찬양은 선교사님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찬양 콘서트가 끝나고 우리는 관광버스 세 대에 나누어 타고 양평의 두물머리로 향했다. ‘두물머리’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며,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실로 두물머리의 자연 경관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곳곳에 포토존을 설치해 두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게 해 둔 것은 센스 만점이었다.

두물머리에서의 행복한 순간을 사진에 담아 ‘사진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작품상을 준다고 하니 선교사님들과 MK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아마 사진을 많이 찍어 두게 하려는 지혜로운 제안이 아니었을까?). 나도 아름다운 두물머리의 자연 경관 몇 장을 찍었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핫도그를 꼭 먹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목사님이 있어서 우리는 순종하기로 했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핫도그를 하나씩 들고 차에 돌아가서 먹었다. 돈은 제일 연장자인 전권재 선교사님이 내셨다. 핫도그 맛은 과연 일품이었다.

그다음에 간 곳은 이름도 재미있는 ‘국수교회’였다. 양평에 이렇게 멋진 교회가 있었나 싶을 만큼 문화적 수준이 대단한 교회였다. 담임목사님 부부가 음대 출신인 까닭도 있겠지만 ‘담임목사님은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과 복지, 문화를 균형 있게 제공하고 싶은 목회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국수교회는 농촌 사람들도 예술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취지 아래 매년 30-40회씩 수준 높은 예술 공연을 열어서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 준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들과 교회가 소통을 하게 되니 전도가 저절로 될 것 같았다. 국수교회에서 관람한 ‘행복음악회’의 모든 출연진은 국수교회 성도들이었다. 드림오카리나 7중주, 현악 2중주, 드림플루트 앙상불, 오카리나 독주, 성악 독창, 바이올린 독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몸 찬양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예배당은 곧 원형의 공연장이 되었다. 16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독특한 파이프 오르간은 한 점 예술품 그 자체였다. 나도 지금까지 많은 파이프 오르간을 봐 왔지만 미술과 음악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이런 파이프 오르간은 처음 보았다.

무엇보다 선교사님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급작스럽게 준비하고 공연한 성도들에게 고마웠다. 연습 없이도 이처럼 훌륭한 연주를 해낸다는 것은 성도들이 평소에 얼마나 실력을 갈고닦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국수교회에는 캘리그래피의 선구자로 불리는 권사님 한 분계셨다. 권사님은 선교사님들에게 미리 받아둔 가훈이라든가 좌우명을 캘리그래피(산돌단아체)로 아름답게 꾸며서 기념으로 주셨다. 나는 ‘선교문학으로 복음을!’이라는 캘리그래피를 선물로 받았다.

멋진 연주를 들으니 심신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했다. 한껏 정서적 채움을 받고 우리는 숙소인 창신교회 수양관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저녁으로 유명하다는 왕갈비탕을 먹었다. 제법 큰 식당이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갈비탕의 맛은 다시 한 번 가족과 한 번 또 와야겠는데 라고 할 만큼 좋았다. 비교적 늦은 시간에 도착한 창신교회 수양관은 숲속에 있었다. 그런데 그 늦은 밤에 (아마 밤 10시가 넘었을 것이다.) 창신교회 성도들은 자몽주스를 만들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도님들은 우리가 도착하자 문 양쪽에 도열해서 우리를 따뜻하게 환영해 주는 것이 아닌가! 그 정성에 우리 모두는 또 감동을 먹었다.

배정된 숙소에서 쉬고 이튿날 식당으로 갔더니 아침부터 맛깔스럽고 화려한 한식 뷔페가 차려져 있었다. 우리가 다른 일정이 있어서 출발해야 하니 정성스럽게 아침상을 차린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더덕구이 때문인지 아침밥은 더욱 맛깔스러웠다. 다른 식탁에는 따끈따끈한 찰떡과 냉커피도 준비되어 있었다. 여러 선물이 든 선물가방도 받았다. 수양관에서 하룻밤 자고 떠나는 선교사님들을 섬기기 위해서 창신교회가 여러모로 주밀하게 준비한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다음에 우리가 간 곳은 삼일운동 이후 일어난 만세운동 가운데서 일제에 의해 가장 잔인하게 탄압받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제암리교회와 제암리 삼일운동 순국기념관이었다. 제암리 삼일운동 순국기념관에서 설명을 듣고 기록영상을 보면서 역사의 저편으로 흘러간 과거지만 나라 잃은 설움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가슴이 저려왔다. 자기 나라를 지키지 못하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엄중한 교훈을 주는 것이 제암리교회 성도들 학살사건이었다. 자기 나라를 잃어버리면 다른 나라로부터 야만적인 짓을 당해도 저항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제암리교회 학살 사건 같은 아픈 과거를 가진 것은 바로 우리나라이다. 그래서 지금의 발전한 대한민국은 더욱 기적의 현장이다.

다음 코스는 월문온천이었다. 1박 2일 여행의 피로를 온천을 하며 풀어주기 위해 계획된 코스인 것 같았다. 아주 오랜만에 나도 온천을 즐겼다. 정말 피로가 확 풀렸다. 이제 보라매교회로 돌아가서 ‘닫는 예배’를 드릴 것이다. 이 선교잔치를 준비한 목사님들의 선교사 사랑이 진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선교잔치가 매년 진행되기를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보라매교회의 4층 식당에는 역시 푸짐한 뷔페가 준비되어 있었다. 선교잔치를 마치고 돌아가는 선교사님들에게 마지막 만찬을 준비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잘 먹이려고 정성껏 준비한 저녁 같아서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또 보라매교회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건강식품이며, 홍초며, 양말이며, 책 등을 선물로 주셨다.

바자회가 교회 차고 앞에서 열렸다. 아마도 선교사님들을 위해서만 준비한 바자회가 아닐까 싶었다. 선교사님들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의류, 가방, 신발, 장신구 등등 품목도 많았고 새 물건도 많았다. 나에게 외손녀가 있다는 것을 아는 여선교사님들은 “이거 로아꺼”, “이거 로아 스키복” 하면서 물건들을 골라서 내 앞으로 막 던졌다. 나는 바자회 참석은 안 하고 그냥 가려고 하다가 결국 우리 로아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 로아에게 어울리는 예쁜 원피스며, 겨울왕국 공주 그림의 가방이며 여러 가지를 선물로 받은 셈이 되었다.

내가 선교잔치를 참석하러 올 때는 간편한 작은 배낭 한 개를 달랑 매고 왔었는데 돌아갈 때는 받은 선물들과 바자회에서 고른 물건들 등 짐이 많아졌다. 아, 이래서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려고 했었는데 자동차로 올 감동을 받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집에 돌아올 때는 짐들을 자동차에 다 싣고 편안하게 그리고 빠르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운전을 하고 돌아오면서 왜 이번 모임을 ‘선교잔치’라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잔치는 즐겁고 먹을 것이 많고 흥겨운 것이다. 각 나라에서 오신 선교사님들은 힐링을 경험하고 행복하게 해 준 잊지 못할 선교잔치였다. 무엇보다 선교지에서의 긴장을 풀고 숨비소리 깊게 내쉬는 선교사님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희락의 잔치였다. 

새 노래로 그를 노래하며 즐거운 소리로 아름답게 연주할지어다(시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