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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3 통권 201호     필자 : 박애양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996工作制(996근무제)

꽤 오래전 일이다. 잠시 다니던 직장에 ‘별 부장님’으로 불리는 분이 계셨다. 별이 지는 새벽에 출근하고 별이 뜨는 밤에 퇴근하는 날이 많다고 경비실 직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분은 자신에게도 엄격하지만 직원들에게도 꽤 엄격한 분이라 과장님 이하 모두 그분을 어려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복도에 떨어진 쓰레기를 별 부장님이 직접 치우시는 모습을 보고 충격, 아니 감동을 받았다. 그분은 누구보다 회사를 사랑하는 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다소 퇴색했지만 적어도 20세기 한국 사회에서 직장과 직원은 집과 가족의 확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자기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했었고, 초과근무 수당으로 두둑해진 월급봉투가 주는 뿌듯함도 주말 특근에 대한 반감을 줄여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늘 일만 했던 것은 아니고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를 즐기면서 신나게 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회사에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근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며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점차 개인의 휴식에 대한 당연한 요구가 생겨났고 워라밸(work-life balance, 工作与生活平衡)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 결과 법적 근로시간이 주 52시간(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무12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직장인들은 이 제도의 시행으로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일에 밀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가활동을 할 수 있고 자기개발을 위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 사람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직장에 대한 기본적인 소속감과 친밀감은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강하다고 하겠다. 

 

중국은 우리보다 먼저 주5일제를 시행했는데 우리나라는 2004년 7월부터 시행한 반면 중국은 이미 1995년 5월부터 주5일제를 시작했고 법정 근무시간은 동일하게 1일 8시간 주40시간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은 기업들 자체로 근무시간제도를 정해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58통청(58同城)을 비롯한 유명 IT기업들이 996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996제도는 매일 9시에 출근하고 밤 9시에 퇴근하며 주6일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712근무제(하루 12시간 근무, 일주일 7일 근무), 807근무제(아침 8시 출근, 밤 0시 퇴근, 주7일 근무) 등이 그러하다.1) 반대로 955근무제라는 말도 있는데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5시에 퇴근하고 주5일 근무하는 이상적인 근무 제도를 말한다.
 

중국은 직장을 가정의 확대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회사의 발전을 위한다기보다 개인적 이유와 필요가 더 우선한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회사에 자신의 현재를 저당잡히려고 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초과근무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966, 807과 같은 살인적인 업무시간제도는 통상 IT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사실 IT업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는 엘리트들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고충을, 잘못된 기업 문화에 대한 비판을 공론화할 수 있는 플랫폼 운영기술도 가지고 있다.2) 실제로 IT업계에 근무하는 이들이 “996.icu”사이트를 개설하고 (“工作996,生病ICU”) “996근무제는 중환자실 행”이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사회적 관심과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정리한 996근무제 기업 블랙리스트와 955근무제 기업 화이리스트3) 는 실제로 중국 사회, 특히 청년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 중국은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세워진 사회주의국가로 노동자 농민에 대한 존중과 우대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잉여 농민은 도시의 농민공(民工)으로 전락했고, 4차산업을 이끌어가는 IT업계 인재들은 IT소작농(码农 mă nóng)으로 살아가고 있다. 농민공들이 도시의 인프라 건설에 투입된 육체 노동자라고 한다면 IT소작농은 인터넷을 통한 가상세계를 건설하는 정신 노동자라 하겠다.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세워진 사회주의국가에서 노동자 농민의 인권이 무시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5월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생각함과 동시에 노동의 목적과 의무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봐야 하겠다.

 
미주    
1) https://baike.baidu.com
2) https://996.icu/#/zh_CN
3) 996科技公司黑名单
:https://github.com/996icu/996.ICU/blob/master/blacklist/README.md
955科技公司白名单:
https://github.com/formulahendry/955.WLB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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