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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4 통권 198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 (我不是药神, DYING TO SURVIVE, 2018)》
- 생명의 존엄과 영웅의 출현


이 영화는 제42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 제55회 대만영화제 진마장(金马奖)에서는 신인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2018년 7월 5일 중국에서 상영되었으며 그해 10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오픈 시네마’ 섹션에서 선보였다. 동베이사범대학교(东北师范大学)를 졸업한 원무예(文牧野, 1985∼ ) 감독은 베이징영화대학(北京电影学院)에서 석사과정을 다니며 유명 감독인 톈좡좡(田壮壮)에게 사사하였다. 이 영화는 원무예 감독이 3년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첫 번째 장편영화로서 1억 위안의 소자본을 투자하여 박스 오피스 수익이 30억 위안을 넘기는 흥행과 평판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다. 

이 영화의 감독, 각색, 촬영을 맡았던 제작진은 대부분 1980년대에 태어난 개혁개방 세대로서 중국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으로 인해 가정에서 외동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비교적 학력이 높은 이들은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현실 사회를 비판하는 소재를 가지고 신세대의 감성을 담아 영화에 풀어냈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를 닝하오(宁浩)가, 각색은 원무예 감독의 대학원 동기인 한자뉘(韩家女)가 하였다. 제작자인 닝하오는 화이허우쯔(坏猴子)영화사의 총감독으로 젊은 영화 제작자들을 지원하였는데, 원무예 감독도 아낌없이 지원을 하였다. 그의 지원에 힘입은 중국의 젊은 감독은 창의성을 발휘하며 작가주의적인 태도와 개성화를 표방하였다. 그리고 이 영화는 중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인도산 오일 가게(神油店)의 주인인 청용(程勇, 徐峥 분)은 남성 정력제를 팔아가며 생계를 꾸려가지만 장사가 시원치 않았다. 병상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는 아버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아들의 양육권을 달라고 재촉하는 이혼한 아내가 있었다. 어느 날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인 뤼서우이(吕受益, 王传君 분)가 인도에서 백혈병 복제약을 밀수하면 큰 돈벌이가 될 거라고 알려 주었다. 복제 항암약은 환자들에게 정품보다 값이 훨씬 쌌기 대문에 청용은 ‘약신’이라는 명성을 얻고 돈을 벌었지만 전문 불법 약장사꾼 장창린(张长林, 王砚辉 분)의 협박으로 그만 두고 장갑 공장을 차렸다. 하지만 장창린은 복제약을 고가에 판매하다가 경찰에 잡히고 만다. 복제약을 유통하던 판로가 끊기면서 청용과 동업을 했던 뤼서우이는 자살을 하였고, 수많은 환자들이 생활고로 궁지에 몰리자 청용은 복제약 밀매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 영화는 현실의 부조리한 세태를 코믹하게 풍자하며 선악의 대조가 선명한 구조로 스토리를 전개하였다. 청용은 악덕 기업이나 폭리를 일삼는 장사꾼에 맞서는 서민 영웅으로 자본의 불순함을 꼬집으면서 무기력한 현실도 함께 지적하였다.

 


서민 영웅
청용은 아버지의 수술비 마련과 아들의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복제약 밀매를 시작하고 뤼서우이의 권유로 인도에 가서 중국 독점 판매권을 따냈다. 청용은 뤼서우이, 류(刘) 목사(杨新鸣 분), 노랑머리(彭浩[黄毛], 章宇 분), 류쓰후이(刘思慧, 谭卓 분) 등과 결탁하여 환자들에게 복제약을 판매하였다. 중국 공식 판매권을 지닌 제약사는 시중에 돌고 있는 복제약이 국민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였다. 전문 가짜약 판매상 장창린은 청용을 고발한다고 위협하여 중국 독점 판매권을 청용에게 받아냈다. 어느 날 뤼서우이의 아내가 청용을 찾아와서 복제약을 고가에 판매하는 장창린 때문에 남편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고 사정을 하였다. 청용은 뤼서우이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한 소식을 접하고 복제약 판매를 재개하였는데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원가보다 싸게 약을 공급하였다. 청용 일행은 세관에서 몰래 복제약을 들여오다가 경찰에 발각된다. 그런데 노랑머리가 청용을 대신하여 차를 몰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나가다가 길에서 트럭과 충돌하며 목숨을 잃었다. 청용은 사고 직후 경찰 차오빈(曹斌, 周一围 분)에게 스무 살 청년에게 무슨 잘못이 있냐고 따졌다. 영화 속의 주인공인 청용의 실제 인물인 루용(陆勇)은 2002년 당시 서른네 살에 스위스산 항암제를 2년 동안 복용하였는데 그때 56만4천 위안을 탕진하였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인도산 복제약은 20분의 1의 가격밖에 되기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덜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복제약을 소개하였지만 약품관리법 위반으로 결국 구속되었다. 영화에서 청용은 5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3년 만에 출소하였다. 교도소에서 135일 동안 구류를 산 루용은 1천여 명의 사람들이 그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덕분에 일찍 풀려났다.
 

투병과 존엄
환자 본인이나 가족은 병명이나 병의 경중에 상관없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어린 아들과 아내의 생계를 책임진 환자 뤼서우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 딸을 양육하는 류쓰후이, 자신도 환자이면서 형편이 어려운 다른 사람들에게 약을 나눠주는 노랑머리 청년, 그리고 본인도 환자이면서 환자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목사,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돌보는 청용 등 질병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는 다양한 군상을 그리고 있다. 술집에서 매니저가 류쓰후이에게 봉춤을 추라고 강요하자 청용은 그에게 지폐를 뿌리면서 대신 춤을 추라고 요구하였다. 청용 일행은 술집 매니저의 춤을 보면서 폭소했고 류쓰후이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딸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평소 술집에서 춤추며 홀로 딸을 키워왔던 것이다.
 

생명은 고귀하다. 위기에 처했을 때 생명에 대한 존귀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2019년 새해에 러시아 모스크바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대낮의 기온이 영하 17도인데 30시간을 버틴 11개월이 된 아기가 극적으로 구출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경찰들이 청용이 판매한 복제약을 구입한 환자들을 수색하고 있을 때 한 여성 노인 환자가 경찰에게 간곡히 부탁하였다.
 

“경관님, 제발 인도산 약을 더는 수사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한 병에 4만 위안이나 하는 정품약을 3년 동안 먹느라 집도 팔아먹고 가족들까지 다 쓰러졌어요. 지금 간신히 값싼 약을 구했는데 그 약이 가짜약이라고 수사를 한다니, 그 약이 가짜인지 아닌지 저희가 모르겠습니까? 그 약 한 병에 겨우 500위안이예요. 그 약 팔아서 절대 돈 못 벌어요. 환자가 없는 집이 있을 수 있나요? 누가 평생 아프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 사람을 잡아가면 우리는 죽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살고 싶어요.”
 

3년 동안 스위스 제약회사의 약을 복용한 그는 거액의 약값 때문에 집도 팔고 가족의 삶도 파탄이 났다. 복제약 밀매 당사자 루용이 2015년 기소를 당할 때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약제인 글리벡(Gleevec, Imatinib)의 중국 내륙 판매가격은 23000-25800위안이었고, 한국, 호주, 일본, 미국, 홍콩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영화 말미에 중국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는 자막이 많이 올라온다. 2018년 4월 12일 국무원(國務院) 상무회의(常務會議)에서는 수입 항암제 관세 제로(0)화 방침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또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본 영화에 대한 여론을 살피고 환자 가족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항암제 수가 인하 검토를 지시하였다. 영화에서 경찰 차오빈은 출옥하는 청용에게 만성골수성 항암제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때문에 복제약을 이제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루용은 의료보험은 75%만 혜택을 주고 매년 약값으로 17000위안이 드는데 인도산 약은 2400위안이면 된다고 밝혔다. 2018년 19개의 성(省)에서 스위스산 글리벡을 의료보험 혜택에 포함하였다. 정부의 조치는 여전히 현실과는 괴리가 존재한다.
 

이 영화의 제작진은 중국어의 제목을 ‘인도약신’, ‘중국약신’에서 ‘나는 약신이 아니다’로 변경하였다. 전매권을 가진 중국 제약사가 폭리를 취하는 상황에서 청용은 의약품 밀매라는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 환자에게 약을 공급하여 결국 환자의 고통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낭만주의적 서사의 해피엔딩은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성향이 다분하였다. 사건 발생 당시 주류 매체에서도 루용의 일을 보도하고 언론에서 그를 ‘의약의 협객(藥俠)’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인류를 위해 제우스를 속이고 대장간에서 불을 훔친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에 그를 비유하였다. 이 영화에서는 의료체계에 대한 비판은 잠시 접어두고, 중국 전매권 소유 제약사와 폭리를 취하는 악덕 판매상을 고발하였다. 청용과 그의 일행, 그리고 인도산 복제약 회사는 인민의 영웅이나 친구로 그려졌다.
 

감독은 이 영화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Dallas Buyers Club, 2013)》의 중국 버전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는 스토리를 잘 풀어내고, 웃음과 눈물이 가득하고, 사회 현실을 잘 반영하는 한국영화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신세대 감독인 원무예는 영화의 상업성과 현실성 사이에 균형을 잡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가짜 백신, 불량 분유, 저질 식용유 사건 등 뉴스로 국민건강 문제에 관심이 고조된 중국 관객에게 이번 영화를 통해 의료 문제를 공론화하였다. 감독은 세상의 환자를 구제하겠다는 구속(救贖)의 사명을 실천한 청용을 미화하여 청용이 교도소로 이감할 때 마스크를 쓴 수많은 환자들이 길가에 도열하여 환송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사람들 사이로 생활고로 죽은 뤼서우이와 청용을 탈출시키기 위해 대신 죽은 노랑머리 청년도 그 행렬 가운데에 서 있었다. 본 영화의 판타지 효과는 극적인 효과를 상승하는 동시에 비현실적인 면모를 관객에게 각성시켰다.
 


 

영화에서 청용을 전송하는 장면은 중국 관객들에게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우잉(吴瑛)이 쓴 《십리 긴 거리에서 총리를 전송하다(十里长街送总理)》라는 문장을 떠오르게 하였다. 우잉의 글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시민이 베이징 장안가(长安街)로 몰려나와 1976년 1월 8일에 서거한 저우언라이(周恩来)의 운구차를 전송하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감독은 사건의 주인공인 루용은 환자인데 영화 속 청용을 비환자로 설정하여 구속의 상징성을 강화하였다. 실제 인물 루용은 자신은 영웅도 신도 아니라고 부인하였다. 또 수많은 사람이 교도소로 향하는 주인공 청용을 전송하는 영화 장면을 못마땅해 하였다. 루용은 영화 속 대사에서 “생명은 돈이다”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장창린은 가난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라고 청용에게 말했는데 이는 고가의 의료비를 사회적 약자에게 짐 지울 수 없다는 의미를 던진다. 루용은 아직도 인도산 복제약을 먹는다고 하면서 전국의 각 성 정부마다 항암제가 의료보험 항목에 추가되길 희망하였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간절히 살고 싶다는 환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생활권, 생명권의 보장과 존엄이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개인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보험 체계가 지식재산권의 문제와 맞물려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보태주었다.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했고, ‘송파 세모녀법’, ‘증평모녀법안’ 등이 쏟아지지만 복지나 법은 약자에게 멀기만 하다. 어느 날 저녁 요양병원에 갓 입원한 환자를 지켜봤는데 다음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랐다. 근처에 대형병원이 즐비한데 제대로 검사나 치료도 받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그 분에게 간호사를 불러주었을 뿐이었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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