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쯤 우리 집에 감귤 한 상자가 택배로 배달이 왔다. 하지만 전에 살던 집주소로 잘못 배달이 되었기에 며칠이나 그곳에 묵히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 택배가 귤이라는 말을 듣고 좀 걱정이 되었다. 택배가 도착한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으니 무른 것쯤 나오겠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종종 감귤을 상자 채 사 보면 사자마자 열어 봐도 몇 개쯤 썩어 있거나 곰팡이가 핀 감귤은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그런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걱정을 하며 감귤 상자를 집에 가지고 와서 열었다. 상자를 열어 본 결과 상자 속의 귤들은 너무도 멀쩡했다. 탱글탱글한 노란색의 귤들이 왜 이제야 빛을 보여 주냐며 함성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귤들은 뜻밖에도 아주 건강해 보였다. 나는 귤을 하나 씻어서 까서 먹어 보았다. 달고 시원한 것이 맛도 참 좋았다. 이것은 바로 ‘제주 개미농장’에서 선교사님이 재배한 감귤이다. P선교사님은 중국어문선교회 파송선교사로 중국에서 오랫동안 선교 사역을 감당했던 분이다.
나도 그랬지만 많은 중국선교사님들이 창의적 접근지역인 중국에서 비자발급 거부로 선교지에서 철수하고 돌아와야 했다. P선교사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P선교사님 부부는 선교적 전략 요충지인 제주도에 선교기지가 세워지고 선교중국의 거점으로 쓰임받을 것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5년 전에 제주에 내려오셨다. 그리고 얼마 후에 중국어문선교회 본부도 제주로 이전하여 선교중국의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사역하고 있다. P선교사님 부부는 감귤농장을 임대하여 감귤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선교사님은 안 해 본 감귤농사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P선교사님 부부는 무농약 무제초제의 유기농 감귤을 뚝심을 가지고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감귤나무 근처에 무성한 잡초는 제초제를 쓰면 쉽게 없앨 수 있지만 감귤나무에 줄 나쁜 영향을 생각하면 제초제를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직접 잡초제거기계를 둘러매고 잡초를 제거하였고, 농약 살포를 하지 않고 감귤나무를 가꾸었다. 감귤을 먹는 분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제주 개미농장의 감귤의 겉모습은 그렇게 예쁘지는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반들반들하고 매끈매끈한 예쁜 감귤은 아니다. 반대로 제주 개미농장의 감귤껍질은 거칠어 보이지만 무농약 자연산인 이 유기농 감귤이야말로 정말 사람 몸에 좋은 것이다.
나는 우선 대구에 사는 외손녀 로아에게 이 무공해의 맛있는 감귤을 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 개미농장에 감귤 한 상자를 주문했다. 감귤 택배를 받은 딸이 연락을 해 왔다. “엄마 말도 안 돼, 귤을 사 보면 보통 몇 개 정도는 물러 터져서 오는 게 다반사인데 이 감귤은 하나도 안 터졌어요.” 그리고 덧붙여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햇빛 많이 보고 저렇게 볼품없고 갈라져 보이는 게 정말 좋은 거라고 ‘태초먹거리’에서도 배웠어요. 이 유기농 감귤 영양가는 겉이 예쁜 귤이랑은 비교할 수 없을 거야, 나도 이제 이것만 사 먹어야겠어요.” 그러더니 딸은 또 문자를 보내왔다. “우린 귤을 종종 갈아서도 먹으니까, 금방 다 먹더라고요. 로아도 너무 잘 먹어요, 그러니 나도 감귤이 맛있다고 널리 널리 알려야겠어요.” 아기를 키우고 있는 큰딸은 안심하고 아기 로아에게 먹일 수 있는 무농약 자연산 유기농 감귤을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나 보다.
나는 딸이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최근에 기도해 드리는 분들 가운데 암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이미 받았거나 현재도 받고 있는 분들이 생각났다. 유기농 감귤은 암환자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좀 보내 드리고 싶었다. 이 감귤을 먹고 그분들이 암으로부터 해방되어 건강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몇 상자를 보내고 나니 내 마음도 너무 행복해졌다.
나는 기분 좋게 그동안 감귤을 까서 먹고 모아두었던 감귤껍질을 가져다가 가위로 채를 썰었다. 쟁반처럼 넓적한 접시에 담아 말리기 위해서였다. 감귤껍질은 감귤 속보다도 비타민이 4배나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감귤껍질을 말려서 물을 넣고 끓인 후에 마시려는 것이다. 나는 저녁에 주전자에 말린 감귤껍질 을 넣고 물을 붓고 25분가량 은근히 끓여서 마셔보았다. 감귤차는 자극 없이 향기로우면서도 은은한 것이 아주 좋았다. 어머니께도 한 잔을 따라 드리고 남편 K 선교사에게도 감귤차를 머그잔에 따라서 주었다.
우리 속담에는 이런 것을 두고 “꿩 먹고 알 먹고”라고 한다. 감귤 속은 생으로 맛있게 먹고 껍질은 차를 끓여서 훌훌 마실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보너스도 있다. 그것은 감귤차를 끓일 때 집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감귤향 내음이다. 현대사회에 좋은 먹거리는 갈수록 중요한 품목이 되고 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감귤만큼은 제주 개미농장에 주문해서 먹어보면 어떨까 싶다. 벌써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감귤을 먹어 본 분들이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는지 다른 분들이 제주 감귤농장에 감귤을 주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제주 개미농장의 선교사님 부부는 분명 환한 웃음을 지었을 것이다.
어쩌면 선교사님 부부가 감귤농장에서 감귤을 따고 있다가 뭍에서 감귤을 보내달라는 주문 문자를 받고는 감귤 따던 손을 잠시 멈추고 머리 숙여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농부 부부처럼 말이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큰딸이 문자를 또 보내왔다. “엄마 하랑이 엄마도 제주 개미농장에 감귤 한 상자를 주문하겠대요.”라고. 나는 “어머∼ 그거 잘됐구나.”라고 답문을 보냈다. 그리고 딸이 마치 옆에 있기나 한 것처럼 이야기를 걸었다. “아무렴, 세상은 그렇게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살맛이 나는 거지. 너의 다른 소그룹 사람들한테도 이야기해 주렴. 건강에 확실하게 좋은 감귤은 제주 개미농장에 주문하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 (갈 6:10)
사진 | 나은혜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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