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난방이 시작된다. 중국 북방지역은 11월 중순이면 각 집안으로 난방이 들어온다. 그러니 10월초부터 차가워진 실내 공기는 각자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중국 지난(濟南)에서 생활한 지 6년째, 요즘이 제일 추운 시기이다. 낮에 잠시 들어오는 햇빛으로는 쌀쌀한 밤공기를 견딜 재간이 없다. 난방이 들어오기 전까지 꼼짝없이 추위와 씨름을 해야 한다. 지난해 구입한 전기난로가 그나마 방안의 온기를 붙들어 주니 고마운 일이다. 전기난로 이외에 추위를 피하는 방법은 작은 난로에 석탄을 때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학교 숙소 아파트에서도 10월 말이면 어김없이 석탄 태우는 냄새가 진동해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코가 매큼했다. 출근길에 아침식사를 하러 가던 식당도 화덕에 석탄을 때는지 눈이 따갑고 머리가 많이 아팠다. 또 하늘은 늘 찌뿌둥했는데 단지 안개 때문이 아니라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심각한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청명한 가을 하늘 구경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맡게 되던 매큼한 냄새가 자취를 감췄고 제법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푸른 하늘과 깨끗한 단풍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올 가을은 특히 하늘이 맑고 공기가 깨끗하다. 이번 가을 들어서 흐린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 매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어떻게 중국이??
미세먼지를 중국에서는 ‘雾霾(wùmái)’라고 한다. 지금은 날씨예보 시간에 미세먼지 수치를 보도하는 것이 공식화가 되었지만 이전에는 미세먼지라는 단어조차 잘 쓰이지 않았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미디어에 처음 출현한 것은 2004년이다. 2004년 6월 29일자 〈北京日报〉에 ‘雾霾(미세먼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후 2012년 2월 29일부터 ‘공기 질 표준’에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하는 지표를 추가하고, 2013년 1월 1일부터 국가환경공기관측 사이트를 정식 운영하면서 전국 74개 도시에 공기 질에 대한 신 표준을 시행하고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수치와 공기 질 지수(AQI) 등의 정보를 발표하게 된다.1)
그런데 그해 1월 중국 30여 개 성(省)과 도시가 거대한 미세먼지의 공격을 받았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된 미세먼지 오염으로 중국 주요 도시 500개 가운데 1%도 못 미치는 도시만이 WHO(세계보건기구)의 공기 질 표준에 부합하고 나머지 99%가 넘는 도시는 심각한 오염치수를 나타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한 10대 도시들 가운데 7곳이 중국에 있었다.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결국 2013년 1월 28일에는 오염도에 따라 3등급으로 구별하여 초미세먼지(PM2.5)도 기상청 재난 예보로 발표하게 된다. 2014년, 전년도 미세먼지로 인한 베이징(北京)지역 재난상황을 보고받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석탄연료 사용 억제, 자동차 배기가스 통제, 공장 매연 관리 감독과 명확한 책임 소재 등을 통해 미세먼지 오염도를 낮추라고 지시한다.2)
미세먼지에 대한 여론에 불을 붙인 것은 2015년 2월 중국 전 CCTV(중국중앙방송) 앵커 차이징(柴静)이 자비를 들여 제작한 다큐 ‘돔 아래에서(穹顶之下, Under the Dome)’라고 할 수 있다. 이 다큐가 방영되자 중국인은 물론 전 세계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고 이 다큐 영상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중국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본래 이 다큐 영상은 중국 정부와 중국공산당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으나 미세먼지의 공포로 인해 민심이 험악해지는 것을 염려한 중국 당국이 이 다큐에 대한 접속차단 조치를 내렸다.
‘푸른 하늘 수호전(蓝天保卫战)’은 이런 과정을 겪은 뒤 정책화가 되어 2017년 중국 양회(两会)에서 새로운 국가 정책의 핵심어 가운데 하나로 정식 등장했다. 중국 양회는 중국 정부의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회의인데, 여기서 정책으로 결정되면 중국식 정책사업 진행 방법에 따라 대부분이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사실 중국 안에서 푸른 하늘을 수호하자는 의견은 꽤 오래전에 나왔다. 다만 그것이 중국 정책으로 발표된 것이 2017년이라는 것일 뿐이다. 중국은 푸른 하늘을 회복하고 사수하기 위해 미세먼지와 전쟁을 선포했다. 푸른 하늘 수호전의 핵심 목표는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를 낮추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신규허가를 취소하고 노화 발전소는 폐기처리하면서 석탄 사용을 적극 줄이고 있고,3) 동시에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디젤차의 신차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4) 얼마 전 중국 생태환경부가 올 10월부터 약 5개월 동안 베이징과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 등의 PM2.5 농도를 지난해 대비 3%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5)는 보도가 있기는 했지만 저탄소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가시적인 효과를 거둔 중국 정부가 이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세계 G7국가는 2100년을 목표로 ‘탈화석연료’를 선언했다. 중국은 2017년 푸른 하늘을 지키기 위해 저탄소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했다. 한국 정부도 에너지정책을 탈원전·탈석탄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회에서 2030년까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전체 전력의 20%까지 높일 계획이며,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탈원전국가로 나갈 것과 전기차와 친환경자동차의 사용도를 확대할 것이라 선언했다.6) 그러나 신규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고 화력발전도 줄이면서 부족한 전력은 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문을 닫기로 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는 언제 폐기할지 아직 계획이 없고, 건설을 중단하겠다던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 6기도 공정율 문제로 계속 짓기로 했으니 말이다.7)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환경보호를 위한 녹색 저탄소 발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KBS보도를 보니 한국에서도 석탄을 꽤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석탄화력발전 비율이 약 45%로 전체 에너지원 중에 1위를 차지한다고 한다.8) 한국의 석탄 의존률이 거의 절반 가까이 된다는 의미이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데 우리가 쓰는 전기의 출처가 사실 석탄이었던 셈이다. 또 전기 생산을 위해 배출된 매연이 국내 미세먼지 원인 물질의 14%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국내 배출량의 26%를 차지한다는 보도는 참으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입니다”라고 쓰인 표지판을 본 적이 있다. 전기에너지 절약을 위한 한전의 홍보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때는 전기를 사용하는 비용으로 금전적 대가를 치루는 것 이외에 우리의 건강과 환경까지 대가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석탄을 태워 만들어진 전기는 우리의 호주머니는 물론, 건강과 미래 환경까지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 날씨예보에 중국발 오염물질이 국내 미세먼지 농도를 높였다는 보도에 중국에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았다. 언제까지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어쩌면 앞으로는 그마저도 못하게 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난방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꾸고 오염물질 배출이 심각한 공장은 폐쇄시키며 차량 배출가스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한 번 발효되면 대부분 이유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시행된다. 지난 6월에도 환경감시감찰단 18000명을 현장에 장기 파견했다는 기사9)만 보더라도 중국의 이번 푸른 하늘 수호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중국의 환경정책이 성공을 거두어 푸른 하늘을 회복하게 되는 날,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오염된 하늘 아래에서 미세먼지를 끌어안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최근 대한민국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충청남도가 탈석탄을 선언하고 2016년까지 도내 석탄화력발전소 14기를 친환경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10) 한국 정부의 흔들림 없는 정책의 시행의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더해진다면 어린 시절 우리가 늘 보아왔던 푸른 하늘을 눈이 시리도록 볼 수 있는 날이 다시 오지 않을까. 바라건대 한국 정부도 바른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했으면 비록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끝까지 시행해 나가는 지속성과 충실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에게 푸른 하늘을 누릴 권리가 있듯이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감독할 책임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미주 1) 출처: https://iask.sina.com.cn/b/9oepGIFuxpN.html 내용 정리(참고일 2018. 10. 27) 2) 출처: https://baike.baidu.com/item/%E9%9B%BE%E9%9C%BE/731704?fr=aladdin 내용 정리(참고일 2018. 10. 27) 3) 출처: http://www.sohu.com/a/225850076_436021 4) 출처: http://www.gasengi.com/main/board.php?bo_table=commu07&wr_id=3388326 5) 출처: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982044&srm=comment&plink= COPYPASTE&cooper=SBSNEWSENDPM 6) 출처: http://www.ebn.co.kr/news/view/896853 7) 출처: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548768 (2017년 12월 18일자) 8) 출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58108&ref=D (2018년 10월 24일자 방송) 9) 출처: http://www.sohu.com/a/235350563_648788 (2018년 6월 12일자) 10) 출처: http://www.sejongntv.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098 (2018년 10월 2일자)
사진 | http://www.sohu.com/a/129985615_348943 (참고일 2018. 11. 1)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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