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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탐 - 여호수아와 갈렙이 되어 보기!
‘중국 공안에 의해’ 10년 동안의 중국 사역을 부득이하게 정리하게 되었을 때 하나님은 우리를 대만으로 인도하셨다. 그리고 대만에 온 지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처음 대만에 왔을 때 중국과 대만이 아무리 같은 언어권이지만 우리는 마치 13년 전 처음 선교지로 나간 애송이 선교사처럼 모든 게 낯설었다.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새로운 땅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아무리 유사문화권이라고 해도 생각처럼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게 바로 지역 정탐이다. 우리가 정착한 도시 타이중(台中)은 시민복지정책의 일환으로 8킬로까지는 시내버스 요금이 무료였다. 매일 아침이면 도시락을 싸 들고 공짜 시내버스를 타고 무작정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지도를 보며 날짜별로 지역정탐을 하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타이중시와 인근 지역들의 지리, 종족, 문화, 종교적 특성 등등이 파악되었다. 지역정탐을 통해 대만의 골목골목마다 도교와 불교사찰들, 그리고 민간종교 사당들이 상당히 많은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들의 우상을 숭배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사당을 볼 때마다 ‘사명감’을 가지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하여 모세와 여호수아의 가나안땅 정탐이 이해가 되었다. 그 후 대만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하니 이야기가 술술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자기 나라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외국인이 이 땅을 자기들만큼이나 알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며 흥미로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친밀감 덕분에 더 깊은 관계로 쉽게 발전할 수 있었다. 저돌적인 추진력 - 일단 부딪쳐 보기!
우리가 처음 대만에 도착한 날은 토요일이었다. 바로 다음날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어느 교회로 가야할 지 막막했다. 아파트 창밖으로 거리를 내려다보는데 바로 길 건너편에 십자가가 보였다. 다음 날 무조건 그 교회로 찾아갔다. 몇 주간 그 교회에 나가며 목사님 부부와 사귀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자기 교회 성도들을 뺏길까봐 경계하는 것 같았다. 대만에 와서 맨 처음 만난 사람한테 이렇게 경계의 눈초리를 받으니 사실 좀 낙심이 되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구하며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그 교회에 비치된 소책자들 가운데 ‘소수민족선교중심’이라는 선교단체에서 발행한 계간지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우리가 중국에서 소수민족 사역을 했었기에 너무 반가워서 그곳에 전화를 해서 만날 약속시간을 정하고 찾아갔다. 선교회의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 선교회가 대만 원주민이 아닌 중국 대륙의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단체임을 확인했을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너무 놀라웠다. 우리가 중국 대륙에서 했던 소수민족 사역을 나누자 목사님은 너무 반가워하시며 우리를 신뢰해 주셨다. 우리한테 본인의 사역을 자세하게 소개해 주시고 맛있는 점심까지 대접해 주셨다. 그리고 그때 동석했던 선교회 간사님 한 분이 친분이 있는 전도사님 한 분을 소개해 주셨는데 그분 집에서 열리는 금요기도회에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 이렇게 대만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는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先 기도, 後 사역 - 탄알 장전하기!
대만에 도착한 날부터 바로 선교 사역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했지만 하나님은 결코 그렇게 인도하지 않으셨다. 만사가 일사천리로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거절도 당하여 보고, 좌절도 겪어 보고, 앞길이 보이지 않는 낙심도 경험하게 하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기도를 시키시기 위함이다. 기도 없이 뛰어든 사역은 내 방식대로, 내 만족을 위해 쌓은 ‘내 업적’이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소수가 모여서 하는 금요기도회는 작은 모임이었지만 성도들의 기도는 뜨거웠다. 우리는 한 주도 빠짐없이 금요기도회에 참석하여 대만과 중국 대륙, 세계선교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의 눈물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기도는 전투에 임하기 전에 탄알을 장전하는 과정이다. 급한 마음으로 무작정 뛰어든다고 전투에서 결코 이길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체험하는 힘든 씨름의 과정이다.
한 사람이 중요하다 - 첫 눈뭉치 만들기!
이렇게 참석하게 된 기도회에서 우리는 가끔씩 설교도 하고 간증도 하며 은혜를 나누었다. 금요기도회 시간에 우리의 간증을 듣고 믿음과 용기를 얻었다며 종종 영적인 조언을 구하던 중국선교 헌신자인 자매에게 《基督生平》이라는 교재로 성경공부를 제안했더니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우리가 대만에 온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시작한 ‘사역’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이조차도 신이 났다. 하나님은 지난 6개월 동안의 불안한 ‘백수생활’을 통하여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낮추어 주셨기에 우리는 이 ‘한 영혼’에게 최선을 다하였다. 그때 우리는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작은 첫 눈뭉치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당시에는 몰랐었다. 몸집 키우기는 오히려 쉽다 - 눈사람 만들기!
일단 첫 눈뭉치를 만들고 나면 그 다음 눈사람을 만들기는 비교적 수월하다. 이제 눈뭉치를 눈밭에 굴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경을 가르친 이 자매가 어느 원주민목사님 부부에게 자신이 받은 은혜를 열정적으로 전하더니 자기들도 성경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의 두 번째 성경공부반이 시작되었다. 타이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푸리(埔里)라는 지역에서 사역하는 원주민목사님이셨다. 동서고금, 지역과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강력한 판매 전략은 바로 ‘입소문-사용자 후기’가 아니던가. 직접 체험한 사람이 자기가 받은 은혜를 온 열정을 다해 얘기하니 말이다. 이렇게 두 번째 성경공부를 하는 그 원주민목사님은 “우리 교회 근처에 또 다른 원주민 교회가 있는데 그 전도사님 부부도 같이 공부하고 싶어 합니다.”라고 했다. 그들이 또 다른 사역자들을 소개하고, 그 사역자가 또 다른 사역자들을 소개하여, 현재 우리는 대만 전역에서 8개 반, 11개 교회와 선교단체, 43명의 사역자들을 훈련하는 ‘찾아가는 신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 차별화 전략 - 창의적으로 접근하기!
대만은 중국 대륙과 달리 성경공부 교재가 많고 다양하며, 성경공부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복음화율이 6%인 대만은 교회와 신학교, 선교단체에서 끊임없이 성경공부와 신학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가 사용하는 《基督生平》 역시 이미 대만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교재이다. 우리를 통해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왜 또 다른 사역자들한테 우리를 추천했을까? 그 해답은 사실 좀 어처구니없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가 찾아가는 신학교 사역을 하던 초창기에 시골지역 원주민 사역자들과 공부하던 첫날, 우리는 그들의 특성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원주민들은 찬양이나 기도는 매우 뜨겁게 하면서 좋아하지만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基督生平》이 다른 교재에 비하여 재미있고, 반복학습을 많이 하는 교재라고는 하지만 원주민 사역자들은 일단 책이라는 것을 보면 금방 지루해 하는 것이었다. 몇 주간 공부를 진행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특성에 맞는 눈높이 교육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했다. 그 후 우리는 창의적 방법의 부교재 개발을 시작했다. 예수님의 생애와 사역, 사건들, 그리고 설교와 비유의 내용에 대한 시청각 자료들을 만들었다. 학생들(사역자들)이 직접 색칠하고 오리고 붙이는 활동을 통하여 내용을 숙지하게 했다. 때로는 노래와 게임을 통하여 외우기 힘든 내용들을 암기하게 했다. 부교재와 학습활동을 개발하여 사용하다 보니 우리 자신도 훨씬 더 명확하게 내용이 정리가 되고, 그 많은 암기사항이 신기할 정도로 쉽게 외워지는 게 아닌가. 이렇게 개발된 부교재와 학습활동을 사용하여 수업을 하니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수업을 경청하며 집중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너무나 기뻐하고 열광했다. 스승의 날이나 명절이 되면 정성껏 쓴 카드와 선물을 한아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건네 준 카드의 내용 중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격려의 글은 아직도 우리 가슴을 뛰게 한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천사입니다. ” 우리는 도움이일 뿐 - 나그네 의식 갖기!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사역자들만 학생으로 붙여주셨다. 우리는 처음에 ‘하나님이 왜 우리에게 사역자들만 붙여주실까’ 의아해 했다. 하지만 대만의 사역자들이 잘 훈련받으면 그들 스스로가 그들의 교회에서 평신도들을 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선교를 언어의 장벽 없이 훨씬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우리 선교사들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가 회복되고 확장되도록 옆에서 돕는 나그네들임을 늘 명심해야 한다. 사역의 기간이 길어지고 그 열매가 많아질수록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내가 이룩한 내 업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현지인에게 이양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현지 사역자들이야 말로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가. 우리 선교사들은 그저 그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 땅의 교회를 부흥시키는데 옆에서 돕는 ‘나그네 의식’을 가지고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한다. 지난 13년여 동안 중국 윈난성 (雲南省)과 대만에서 우리의 선교사로서 제자 삼는 사역을 세밀하게 계획하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를 올려드린다. 또 하나님이 대만을 복음과 사랑으로 부흥시켜 주셔서 온 세계를 향해 복음을 들고 나아가는 대만 크리스천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기도해 주세요> ▶ 우리의 찾아가는 신학교 사역에 지혜와 성령의 기름부음을 허락하여 주셔서 대만의 목회자들을 말씀으로 잘 훈련하여 각자의 교회와 선교지에서 재생산이 지속되게 하소서. ▶ 온 가족의 건강과 안전, 성령충만을 허락하여 주소서. ▶ 학업 중인 자녀들에게 지혜를 허락하여 주시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성장하게 하소서.
조중복 & 허중은 | 대만선교사 (오병이어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