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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9.3 통권 193호     필자 : 강용일 프린트   이메일 
[특집] - 특집/ 제2 사역지를 꿈꾸며
내가 좋아하는 곳이 아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주소서


때로 사진 한 장을 보내려면 60초나 걸리는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라는 말씀으로 살 수밖에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팔라우(Palau)’라는 나라는 ‘마지막 남은 신의 정원’이라고 형용할 만큼 바다가 아름다운 나라이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가지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한 신기하고 신비스러운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지도를 펼쳐서 팔라우를 한번 찾아보자. 팔라우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팔라우의 면적은 우리 대한민국의 거제도와 비슷한 정도이고, 인구가 2만 5천 명인 아주 작은 나라이지만 UN회원국으로 세계의 정책을 결정할 때 당당히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국가이며, 정식명칭은 팔라우공화국(Republic of Palau)이다.

나는 팔라우에 도착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면서 이 나라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되는 삶과 사역의 한 순간도 시간이 쌓이는 추억으로만 간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이 아닌 이국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아닐 것이다. 대학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외국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나는 어디서나 쉽게 잘 적응하면서 현지 문화에 별다른 문화적 충격을 받지 않고 잘 누렸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 열대지방인 나라는 내가 처음 와본 것이어서 일까, 정말 지금까지 다녀본 나라들과는 참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늘 익숙한 것인데 팔라우에는 없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작은 에피소드 중에 하나는 이렇다. 볼일이 있어서 은행에 갔다가 우연히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았는데 자동차의 앞쪽에 있어야 할 번호판이 보이지 않기에, 소위 말하는 ‘대포차가 팔라우에도 참 많구나’ 싶었다. 궁금해서 함께하신 분에게 물어보니 팔라우는 모든 차량의 번호판을 뒤쪽에만 장착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러고 보니 이 나라에는 신호등도 안 보이고 건널목도 안 보인다.

 


고온다습한 팔라우의 모든 섬들을 이어주고 있는 아스팔트 도로 포장 시공은 한국의 D건설이 했다. 잘 뚫린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속도를 냈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이 나라의 도로 주행 시 최고속도는 시속 40킬로미터이다. 한국에서 학교 앞을 지날 때 스쿨존(School Zone)의 제한속도가 시속 30킬로미터인 것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지인들의 시간 약속은 우리 한국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또 이들은 금전적 계산에도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빠른 인터넷 속도에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속도가 너무 느린 여기 인터넷 때문에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라는 말씀으로 살 수밖에 없다. 때로 사진 한 장을 보내려면 60초나 걸린다.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팔라우에서 한결 풍성해진 영적인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하늘 아버지의 배려
손가락만한 바퀴벌레와 온 집안을 제집처럼 휘 집고 다니는 도마뱀 외에도 지네와 두꺼비 그리고 토실토실한 쥐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럼에도 ‘왜 나는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 8년 동안 전주의 한 대학에서 교수 사역과 중국인유학생 사역을 마무리하고, 다음 사역지를 찾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곳이 아닌 내가 필요한 곳으로 보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지인 목사님의 소개로 인도네시아지역을 답사하였다. 답사한 곳은 사역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마련되어 있었고 사역비 지원도 되었다.
 

하지만 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두 번째로 필리핀의 한 사역지를 답사하였다. 다양한 사역이 펼쳐지고 있는 현장이었고 동역자도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후배 목사님이 연락을 주었다. 팔라우에서 20년 이상을 사역하신 선교사님이 건강상의 문제로 사역을 지속하기 어려워서 동역자를 위해 7년 동안 기도를 해오셨으며 현재는 한국에 나와서 치료를 받고 계신다고 했다. 그래서 선교사님이 치료받고 계시는 병원으로 가서 선교사님을 뵙고 현지 사정에 대해 들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선교사님과 함께 이 문제를 위해 기도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선교사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거의 매일 연락을 주셨다. 팔라우에 대한 하나님의 감동은 어떠한지를 물어 오셨다. 내가 아직까지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이나 감동이 없다고 말씀을 드려도 선교사님은 팔라우에 있는 모든 성도들이 매일매일 하나님이 나에게 감동주시기를 위해 기도한다며 거듭 강조하셨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이 주시는 뜻을 분별하기 위해, 팔라우를 위해 그리고 팔라우의 중국인 사역을 위해 계속해서 더욱 기도했다.
 

기도하는 가운데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곳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선교사님께 팔라우교회의 상황과 필요에 대해 여쭈었다. 그분들은 나의 물음에 대해 상세히 말씀해주셨다. 이미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답사를 위해 많은 경비를 지출한지라 팔라우를 다시 답사하기에는 상황이 어려웠다. 그래서 팔라우를 답사하지 않고 그냥 먼저 이곳에 와서 전임자이신 선교사님께 생각날 때마다 궁금한 것을 계속해서 여쭈었다. 인터넷 상황이 열악한 팔라우인지라 교회에도 인터넷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선교사님과 음성 메시지를 이용한 연락도 쉽지 않았고, 위챗(微信, 웨이신)을 이용한 문자연락도 원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궁금증을 해소해 나갔다.
 

참으로 열악하고 낙후된 팔라우라는 나라에 와서 중국인 사역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점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대자연 속에서 하나님과 대화하고 교제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사역할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주중에는 대학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목회자로서 중국인유학생을 가르치며 참으로 쫓기듯 바쁘게 살았다. 매일매일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생활을 해야 하지만 짜여진 스케줄은 내가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잘 처리하기를 요구했다. 어찌 보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해야만 하는 일들이었다. 이제는 짜여진 계획이 아닌 아무도 보지 않는,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여기 팔라우에서 하나님을 더욱 깊이 예배하며, 하나님과 친밀히 교제하며 한결 풍성해진 영적인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하늘 아버지의 배려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지막 재기를 위해 팔라우까지 온 중국인들을 위해
팔라우에서는 아무도 나를 눈여겨보는 이가 없다. 그리고 시간에 대해서 감독하는 이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는 하나님과 독대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근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의 이목은 나에게 집중하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은 나의 삶 속에 친히 개입하시고 나와 동행하시며, 아침부터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나를 철저하게 감독하신다. 
 

팔라우에 정착한 중국인들 가운데는 중국에서 상처를 받고 온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살기 위해서 이것저것 많은 일들을 시도했다가 결국 실패를 하고 마지막 재기를 위해 여기 팔라우까지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슴에 묻은 상처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다시 한 번 이들의 인생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분들이 생명의 근원되시는 예수 안에서 참된 소망을 갖고 그들의 삶 속에서 예수님을 주인으로 삼을 것을 요청하는 기회를 주는 사역은 참으로 소중하다고 여긴다. 지금까지는 익숙한 언어와 환경 속에서 살았지만 여기 팔라우에서는 영어로 생활을 해야 하고, 또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이것도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새로운 도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님께서 주신 도전 가운데 기쁨과 감사함으로 사역을 충성되게 감당하기를 원한다.




 

 

강용일 | 팔라우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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