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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신앙의 만남을 통한 기독교 본질과 정신 복원에 주안점을 둔 한어신학
텍스트(성경)와 콘텍스트(현실 사회)의 융합을 통해 중국인을 위한, 중국인에 의한 신학 토대를 세우기 위해 애쓰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최근 책 한 권을 받았다. 장로회신학대학 교양학부 교수로 있는 오동일 박사의 ‘중국 한어신학 연구’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 그의 학위논문을 받아들고 책으로 정식 출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내 나오게 되어 더더욱 반가웠다. 중국의 명문 칭화(清华)대학 1989년 학번인 그는 한국 유학을 통해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교회의 신학 정립이라는 큰 꿈을 안고 박사학위 논문주제를 중국 학자들이 깊이 연구한 ‘한어(인문) 신학’을 선택했다.
삼자신학이 제도권 교회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면 한어신학은 문화와 신앙의 만남을 통한 기독교 본질과 정신 복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토착화신학과도 다르다. 신학의 중국화가 토착화신학이라면 중국인의 현재적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진리를 추구하는 게 한어신학이다. 한어신학은 1980년대 후반 중국 인문학계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됐는데 류샤오펑(刘小枫), 허광후(何光沪), 왕샤오차오(王晓朝), 양후이린(杨慧林), 리추링(李秋零) 등을 주요 학자로 꼽을 수 있다. 한어신학이라는 용어가 보편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류사오펑이 양시난(杨熙楠)과 공동으로 홍콩 도풍산기독교연구센터에서 기독교저널 ‘도풍(道风)’을 복건하고 ‘한어신학 저널’이라는 부제를 달면서부터이다.
오 박사는 이 책에서 “중국 기독교의 신학적 사고는 사회주의라는 제도적인 틀 속에서 이루어져 나름대로 독특성을 갖는다”라며 “삼자신학은 국가권력과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역사-이성이라는 자유주의신학의 길을 걷고, 가정교회는 역사와 문화가 신앙에 가지는 의미를 부정해 배타주의적인 근본주의 신앙에 빠져있었다”라며 “한어신학은 중국 기독교와 지정적학 조건이 아닌 언어를 기준으로 한 한어사상계(汉语思想界)에 새로운 활력소로 등장했다”라고 평가했다.
오 박사는 기독교 신앙과 신학이 역사적 중국 사회 가운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중국 인문학계에서는 어떻게 한어신학이 이해되어 발전했는지를 류샤오펑의 신학을 중심으로 다뤘다. 즉, 중국의 문화그리스도인 류샤오펑의 신학사상이다. 여기서 문화그리스도인이란 중국의 대표적인 삼자교회 지도자 고(故) 딩광숸(丁光训) 주교가 중국의 일반 대학교에서 기독교 연구를 하는 학자들 가운데 일부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받아들였지만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는, 세례 받지 않는 그리스도인을 지칭한 데서 유래한다. 한어신학의 출현은 교회나 신학원이 아닌 중국사회과학원과 일반대학교에서의 연구와 논의에서 형성됐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한어신학은 중국 기독교에 부족한 사회-문화적인 영역을 개척하여 확장시켜 준 의미를 가진다. 한어신학은 중국 기독교가 단순한 교권주의에서 벗어나 시대적-사회적 역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예비해주었다. 그러나 한어신학은 성경관, 전통에 대한 인식, 신조에 대한 이해의 다름에 의하여 전통교회의 성도들로 하여금 신앙의 인식에 있어 혼동이나 대립을 낳을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중국교회는 한어신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초로 하여 성도들을 바르게 인도할 필요성이 있다.” 오 박사는 한어신학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한어신학이 등장한 것은 중국 정부의 의도와 학자들의 연구 열기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독교를 학문 차원에서 연구하는 것을 허락하고 학자들은 중국에 새로운 사상, 즉 변화하지 않는 절대 진리를 연구해서 사회로 저변 확대를 꾀하려고 했던 것이다. 오 박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장주의, 탈 가치적 실용주의가 들어서면서 지식인들 사이에 허무주의가 형성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절대적 가치를 찾다보니 한어신학이 그 대안 중 하나였다. “중국이 추구하는 절대적 진리나 가치는 현실이 아닌 초월에만 있다. 초월의 진리가 현실 속에서 실현되는 게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입니다. 문제는 종교적 체험과 신념이 아닌 학문적인 틀로 표현하고 이해하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어신학이 단순한 지성으로 머물지 않고 체험적인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오 박사는 믿고 있다. 한어신학은 서양신학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기독교를 외래문화로 보지 않고 중국 안의 사상적 고뇌를 극복해 실존적 삶을 찾아나서는 지적 탐구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핵심에 전통적인 토착화, 중국화의 틀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사건을 직접 마주함”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통해 인류는 현실의 고난을 통찰하고 극복해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류샤오펑은 개인이 그리스도의 사건을 직접 마주할 때 개인에게 기독교 정신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또 신학의 본질이 신을 알아가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착화, 중국화의 틀은 기독교 신학과 중국 전통문화, 사상체계 간 조화를 이루려다가 신학의 본질까지 잃어버렸다고 일갈했다.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중국의 정신문화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그의 발상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사람의 생존 체험의 구조를 변화할 뿐 아니라 인류의 정신에 혁명을 일으켜 생존 의미에 대한 철저한 인식론적 전환을 이룰 수 있다.” ‘중국교회의 신학함’은 중국 기독인들의 전적인 몫이다. 중국어로, 중국적 자아로 중국화가 된 기독교세계관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은 필요하다. 절대 부족한 중국 신학자들을 양성하는 길을 고민해야 될 때이다. 한국교회 등 세계교회가 중국교회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그리스도인, 전통 그리스도인, 신흥 그리스도인 등이 각각 안고 있는 문제들을 좀 더 객관화하고 중국적 상황에 맞는 성경적 세계관을 정착시켜나갈 수 있게 돕고자 하는 ‘철저한 종의 정신’이 요구될 것이다. 중국교회의 상황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적 지주를 튼튼히 내리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의 중국교회를 향한, 중국 사회를 향한 보다 엄격한 요구 못지않게 당원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단속해나간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당원의 종교활동 처벌과 정치루머 유포 시 당적 박탈 등을 담은 ‘중국공산당기율 처분조례(中国共产党纪律处分条例)’를 개정하고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
그런 점에서 최근 중국공산당의 일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당원의 종교활동 처벌과 정치루머 유포 시 당적 박탈 등을 담은 ‘중국공산당기율 처분조례(中国共产党纪律处分条例)’를 개정하고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공산당원은 종교를 가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5% 정도가 종교 신앙을 갖고 있다는 몇 년 전 통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시진핑(习近平)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칼을 빼들어야 할 절박성이 엿보인다.
중국 기율검사위원회 기관지인 중국기검검찰보(中国纪检监察报) 등의 지난 8월 26∼28일 보도에 따르면 종교인 당원의 정책 왜곡을 우려해 당원의 종교활동을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지난 2015년 10월 18일에 도입된 기존 조례에 11개 조항을 신설하고 65개 조항을 수정한 개정안은 총 142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설 조항의 대부분은 정치기율 위반, 즉 당 중앙에 대한 불충 및 부패행위에 대한 처벌 내용이다.
정치적 유언비어 유포, 공산혁명 영웅 열사의 이미지 훼손, 당에 대한 불충 행위, 종교활동을 통한 소수민족 통합 파괴 등을 할 경우 당적을 박탈한다. 주요 원칙과 관련해 당에 동의하지 않거나 언행을 통해 폐해를 유발할 경우 당원은 경고 받고, 심각할 경우 당적까지 박탈된다. 중앙 차원의 정책을 강력히 실행하지 않을 경우도 당 간부는 처벌받는다. 최근 당비 납부가 당성의 척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공산당원들에 대한 당비납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8월 22일 중국 뉴스포털 신랑망(新浪网, www.sina.com.cn)에 따르면 중국기검감찰보(이하 감찰보)가 당비 납부가 당성의 척도가 된다는 글을 게재했다. 감찰보는 산시(陝西)성 질량기술감독국 전직 부순시원(부시장급)인 왕(王)모씨가 엄중 기율위반 혐의로 당적을 박탈당하고 퇴직 대우가 강등됐다고 전했다.
감찰보는 그의 엄중한 기율위반 사실을 열거하면서 오랜 기간 조직생활에 참가하지 않고 당비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당비를 내지 않은 것은 당성의 결여를 의미하고 조직 관념도 희박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감찰보는 “당비납부는 작은 일이 아니고 당성과 직결되어 있다”라며 “적은 돈이지만 당원의 마음속 신앙의 순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8900만 명에 달하는 공산당원의 당비 납부 문제가 당적을 박탈할 정도라고 언급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016년 감찰에서 당비 체납이 문제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산시(山西)성 22개 국유기업이 8000만 위안(약 130억 원), 톈진(天津) 66개 국유기업 12만 명의 당원 간부들이 2억7700만 위안의 당비를 납부해 사안이 종결됐다. 개별 당원의 당비 체납을 문제 삼아 당적까지 박탈하겠다는 건 기층 당원들에 대한 사상통제와 기강확립, 충성심 제고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당원의 당비는 누진구조로 되어 있다. 급여에서 공제하지 않고 매월 직접 돈을 내야 한다. 월수입 1만 위안 이상이면 수입의 2%를, 3000 위안 미만이면 0.5%를 당비로 낸다. 학생과 실업자 등은 월 0.2위안만 내면 된다. 연속 6개월 이상 당비를 내지 않으면 자진 탈당하는 것으로 간주하나 그렇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08년 원촨(汶川) 대지진 때는 4550만 명의 당원들이 복구 지원을 위해 97억 위안의 특수당비를 납부하기도 했다.
왕빈 | 중국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