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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8.2 통권 192호     필자 : 김주한 프린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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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설도, 유가사상의 핵심개념 (성학십도로 보는 성리학 세계관 8)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본성에 관한 통합적 사유-


“주자의 <인설(仁說)>에서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은 ‘생(生)’과 ‘애(愛)’이다. 주자는 ‘생’ 개념을 도입하여 인을 해석하였던 북송 성리학자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홀시되었던 ‘애’, 즉 타자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이정의 제자들은 인이 타자에 대한 사랑으로 설명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였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개념이 인의 진정한 의미를 가릴 수 있는 장애로 간주하기도 하였다. 주자는 이런 분위기를 일신하고 사랑을 인의 핵심적인 의미로 부상시켰다. 주자 <인설>의 특징은 생명을 영위하려는 의지를 자아와 타자의 관계 속에서 규정한 것이다.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 주체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마음씨를 중시한 것이다. 그 바람직한 마음씨란 바로 상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씨이다. 주자는 이것이 유교의 참다운 가치이고 ‘인’의 핵심적인 의미라고 하였다.” -전병욱-
 

인(仁), 자연과 도덕의 통합적 사유를 위한 핵심개념
인은 공자의 때로부터 유학이 추구해온 인간의 순선한 본성으로 덕(德)과 같은 의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예뻐하고 소중히 여기는 개인의 감정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과 대비되는 더불어 살아가려는 공적인 마음으로서의 정의와 예의, 지혜를 포괄하고 있다. 인은 곧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닌 때와 상황, 관계를 생각하는 인의예지의 사덕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서 온전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다.
 

공자는 춘추시대의 천하무도(天下無道)의 환경 가운데서 사람들이 외부의 조건이나 이익에 따라 관계를 맺지 말고 내 안의 덕성인 인을 따라 인륜으로 맺어진 가족관계를 근간으로 사랑의 관계를 예로써 확장해갈 것을 주장했다. 이후 맹자가 성선설을 강하게 옹호하면서 유학의 전통은 인간의 본성으로 주어진 인을 통해 내면으로부터 진실 되게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되었다.
 

이후 송대에 이르러 불교와 도교의 도전에 의해 형이상학적인 사유가 중시되면서 유학의 인 개념은 인간 내면의 자리에서 우주적 자연적 사유의 지평으로 발전되었다. 인간의 본성이 어디로부터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그것이 곧 하늘의 명(天命)임을 자각함을 통해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인간 이외의 생물이 살아가는 자연은 먹이사슬의 관계 속에서도 그 관계가 사심의 과불급으로 인해 깨지지 않고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오직 인간사회만이 빈부귀천을 통해 서로를 억압하고 속박하는 구조 속에 살아간다. 이러한 자연과 사회의 불일치 속에서 이 사회에서 찾을 수 없는 순수한 선과 사랑을 찾기 위해 주자에 이르러 인간의 선한 본성을 자연 구조의 근본과 동일시 여기는 사고가 매우 구체화가 되었다. 만물을 낳고 기르는 자연의 활동이 바로 인간이 닮아야 할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다움임을 상정한 것이다. 사랑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낳아주고 길러주고 그 존재를 세워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므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인간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보았다.
 

인설도, 본체와 작용의 구조로 설명하는 인
주자학은 특별히 마음의 내면적 본성과 외면적 감정을 구분하는 것을 중시한다. 외면적으로 어떠한 상황 가운데서 감정을 표출했느냐 하는 만큼 그러한 감정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동기를 추적하여 그것이 도덕감정인지 일반감정인지, 선한 본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의 감정은 본성이 아닌 것으로부터 나와 자기를 꾸밀 수도 있고 남을 속일 수도 있는 일이다.
 

인(仁)이 어떻게 심(心)까지 다다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그것이 일상의 모든 상황 가운데에서 자연스러운 사랑의 감정으로 사심 없이 흘러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인의 본체와 작용인 체용구조가 적용된다. 곧 마음이 아직 움직이지 않은 미발(未發)상태에서 인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네 가지 본성(본체)으로 자리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이발(已發)상태에서는 이 사덕으로부터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의 사단(작용)으로 드러난다.
 

완전하고 순선한 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마음을 통해 여러 가지 감정으로 드러나 사랑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타난다. 결국 사랑의 여러 모양 중에서 정말로 상황과 관계에 맞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한 것인지는 다시 인의 본래 의미, 자연 속에서 인이 작동하는 방식인 만물을 낳아주고 길러주는 ‘천지의 생물지심(生物之心)’인가를 확인하면 된다.
 

사랑, 고원한 철학이 아닌 일상의 실천
사랑만큼 흔하게 표현되는 감정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자기를 위한 감정인지 남을 위한 감정인지는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볼만 하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을 희생하는 것을 사랑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 시대가 사랑할수록 외로워지는 이유가 바로 자기사랑과 진정한 사랑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희생하는 마음 없이 사랑을 이루기가 어렵고 그만큼 사랑을 통한 행복과 이기심을 채우려는 욕망을 분별하기가 어렵다.
 

퇴계는 일상을 벗어난 고차원적인 사랑이 아닌 일상 안의 ‘마음’을 들여다볼 것을 주문한다. 우리는 참으로 사랑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마음을 속이고 남을 업신여길 때가 많다. 사랑이 늘 우리 마음의 문제임을 직시하면서 우리 마음속에 사랑이 없다는 진실한 갈증으로부터 어쩌면 깊은 울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세상 어디에나 사랑이 없는 곳이 없다. 우리의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는 그 자체로 사랑은 존재론적이다. 그럼에도 욕심의 무게가 사랑을 짓누를 때, 우리는 자연의 이치와 세상만사의 이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류와 이익에 편승하고 만다. 퇴계는 인에 머무르는 마음이 특히 제왕에게 중요함을 강조한다. 관계를 맺고 세상을 다스리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없음을 알 때 우리는 사랑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생명경시의 풍조를 보면서 우리는 늘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상을 회피하지 말고 오늘도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랑하자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퇴계의 믿음이고 소망이다.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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