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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3 통권 188호     필자 : 김주한 프린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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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도, 일상의 몸가짐에서부터 시작하는 공부 (성학십도로 보는 성리학 세계관 4)
- 도덕의 실천을 지향하는 유학의 초등교육 -


“좋은 성품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몸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소학은 실천적인 지식의 관리와 실행의 통합적인 체계로서, 규칙체계와 그것을 익숙하게 하는 교육체계의 전범이다. 소학의 인간관은 인간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다. 절목을 실천함으로써 그 사람의 면모가 드러나고, 그러한 절목의 수행을 통해 사람됨을 가꾸고 성숙하게 된다. 순간순간 살아가는 몸가짐과 행함이 바로 그 사람이며, 인간에게 있어 진리란 이러한 일상 속에서 정성스럽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데서 깨닫고 실현할 수 있는 것이지, 일상을 떠난 고원한 것을 찾는 행위를 통해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남지만-
 

입교(立敎),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
《성학십도》의 3도인 <소학도>는 퇴계가 유학의 도리를 배우는 초학자와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입문서인 소학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으로서 성인들의 수양과 정치의 지침인 <대학도>와 짝을 이루어 유학이 제시하는 수양의 원리와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소학은 아동·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입교, 명륜, 경신 등으로 규정한다.
 

입교는 육덕(六德-지[知], 인[仁], 성[聖], 의[義], 충[忠], 화[和])과 육행(六行-효[孝], 우[友], 목[睦], 연[娟], 임[任], 휼[恤])과 육예(六藝-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을 제시하여 여섯 가지 덕목과 실천, 그리고 기술을 들어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정리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하여 어릴 때 뿐 아니라 태어나기 전인 태교와 영아교육까지 강조하고, 교육의 출발점인 사제지간의 예절을 중시한다.
 

논어의 첫 구절이 ‘배움’으로 시작하는 것과 같이 유학의 도리를 배워서 알 수 있다고 하는 교육에 대한 강조는 타고난 성정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배워서 성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교육의 평등성을 추구하고, 또한 유학이 추구하는 덕목이 인간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선한 본성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가장 인간답고 자연스러운 수양이라 할 수 있다
.

성실한 배움을 통해서 마음의 수양을 확충하고 도덕적 실천으로 나아간다는 점은 오늘날 출세만을 위해 달리는 우리의 ‘지식추구’와는 전혀 다른 공부의 개념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몸가짐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들에서부터 선한 양심과 의지를 드러내 사회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을 함양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요즘 학생들에게 공부라는 것이 경쟁의 도구에 불과하지만 유학의 공부는 자신의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길인 것이다.
 

명륜(明倫), 인간관계의 원리를 밝힘
명륜은 인간관계의 원리를 오륜으로 나누어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벌, 장유유서, 붕우유신으로 설명한다. 유학이 제시하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의 본질은 위계적인 권력으로 인한 상하의 지배개념이 아니라 남녀노소가 천편일률적인 실천이 아닌 자신의 상황과 대상과 관계성 안에서 적절한 예절을 찾고 실천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다. 자신의 의도에 과불급이 없고 또 대상에 대하여 과불급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실천이 잘 된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란 권리와 책임이 적절히 어우러지고 상대방의 필요에 맞게 해야 하기 때문에 세분화하여 원리를 밝혔다.
 

우리는 누군가의 부모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자녀일 수도 있고 웃어른이나 후배일 수도 있다. 사회적 역할이 지닌 기대와 책임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도덕가치가 상충될 때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의 상황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학이 제시하는 바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섬기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보살피는 관계이다. 그러나 섬기고 보살피는 이 둘의 관계는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 결국 위아래 할 것 없이 서로를 먼저 배려하고 아끼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사랑하여 서로에게 도덕적 감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경신(敬身), 올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
사람은 선한 양심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이익을 위해 몸가짐을 제어할 수 있다. 오늘날의 예절은 상대방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나의 자유를 지키는 에티켓의 개념과 같다. 그러나 소학은 어린 시절부터 몸가짐을 훈련함과 더불어 그것이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게 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경의 수양이다. 경은 삼가 조심하는 태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주자는 소학과 대학이 제시하는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느냐 하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 경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로 실천의 진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경이라는 한 글자가 유학의 실천을 이루는 열쇠가 된다.
 

유학의 교육은 도덕적 가치를 제시하고 그것에 맞는 예절을 딱딱하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본래 선한 본성을 진실되게 끌어올려 그것으로 사람을 만나고 자연과 사회를 대하라는 인간다움의 요청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교육을 권력이나 질서를 강제하거나 인간을 부자유하게 만드는 전통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유학이 제시하는 기본 덕목과 인간관계의 모습들을 통하여 역으로 오늘날 개인주의 시대에 잃어버린 사회관계를 새롭게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진실된 마음가짐은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가족구조, 기업체제, 대안적 공동체의 필요들도 역시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진실된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소학의 후반부는 계고(稽古)를 통해 입교, 명륜, 경신을 넓히고 실증한 가언과 선행의 예시를 들고 있다. 이는 옛 문화의 형식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예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덕성을 밝히고 그 순수함을 대대로 지켜가자는 의미이다. 시대에 따라 의식주의 생활양식은 변하지만 사랑과 정의, 예절과 지혜에 관한 배움과 수양의 절실함은 더욱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더욱 고도화가 된 첨단기술 사회에도 기술이 아닌 오히려 소외된 인간의 마음 주체와 사랑의 실천이 인간다움 실현의 근본조건이기 때문이다.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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