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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2 통권 186호     필자 : 김주한 프린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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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도, 우주 만물의 근원과 하나 됨의 근거 (성학십도로 보는 성리학 세계관2)
-유학의 우주관과 천인합일의 이상-

 

“태극도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부분은 무극(无极)과 태극(太极)으로부터 시작해서 만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간이 살고 있는 우주의 생성 과정과 그 구조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뒷부분은 그렇게 만들어진 우주 속에서 인간이 생성되는 과정과 원리를 밝히고 그로부터 유래한 인간의 본질을 규정한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태극도설이 천명하는 요체가 다름 아니라 이 우주의 생성, 구조, 원리, 질서와 인간의 생성, 구조, 원리, 질서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뿐만이 아니라 우주 안에서 만들어진 모든 존재자들의 생성과 원리 및 본질이 우주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태극도설은 말한다. 이렇게 인간과 우주의 본질이 일치한다는 주장이 바로 유학에서 말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주광호-


태극, 유학을 형이상학의 지평으로 끌어올린 궁극적 개념

한나라 이후 유교가 국가정치와 사회질서의 규범이 되면서 유교경전의 문자적 이해와 자구의 해석이 중요한 학문적 주제였고, 인간의 실존, 죽음, 구원 등과 같은 종교적 영역은 발전이 정체되었다. 송대에 이르러서도 당시 지식인들의 종교문화는 도교와 불교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 종교적인 깨달음과 마음의 평안을 추구했지만 그것을 인간사회의 현실과는 구체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였다. 유학자들은 이러한 당대 사상들의 한계를 파고들어 도교와 불교의 형이상학적인 논리들을 차용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유학의 지평을 정치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우주로 확장하고 종교적 차원의 심연과 정치적 차원의 실천이 함께 발전을 이루었다.
 

송대 유학의 기틀을 마련한 주돈이(1017-1073)는 《태극도》와 《태극도설》을 지어 유학의 우주론을 설명하였는데,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송대유학을 집대성한 주자(1130-1200)가 《태극해의》를 지어 태극도를 해설하고 성리학의 기초 교과서인 《근사록》을 편집할 때 그 첫 번째 장인 <도체>편을 통해 태극도의 의의를 강조했다.
 

주자는 태극도가 제시하는 ‘태극-음양-오행-인간-만물’로 이어지는 하나의 일목요연한 체계에 주목하여 모든 세상 존재의 뿌리가 하나임을 역설했다. 태극이라는 절대적인 리(理)에서 음양오행의 기(气)가 나와 세상은 근본적인 이치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기상에 의해 운행되기 때문에 성리학의 우주론을 리기론으로 설명한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그것을 그것 되게 하는 각각의 리가 있고 그 리의 궁극적인 지점이 곧 태극이다. 그리고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원리인 리와 궁극적인 리로서 태극은 절대 선이다. 

성리학에서 태극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단순히 모든 존재의 생성원리이자 근거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우주적 원리가 인간실천의 도덕적 원리와 일치한다고 보기 때문에 중요하다. 곧 모든 만물이 그렇게 생겨난 것(所以然)과 마땅히 해야 할 것(所当然) 사이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태어난 그 원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것. 그것이 유학이 추구하는 ‘자연=도덕’의 구도이고 천인합일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성인, 하늘과 우주의 이치를 그대로 따르는 사람
모든 존재가 ‘태극-음양-오행’의 리기의 묘합(妙合)으로 탄생하고 이 세계가 지탱되는 것이라면 그 절대선의 자연세계 안에서 악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가. 악은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곧 이기적인 사심 속에 있다. 주자와 이후의 중국유학은 우주론의 심연까지 나아갔지만 그 절대선의 우주, 자연적 경지를 탐미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퇴계에 이르러 한국유학의 특성은 사단칠정논쟁, 호락논쟁 등을 통해 인간론의 지평에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문제에 더욱 관심했다. 주자가 태극을 생성적 본체, 우주적 원리로 인식하였다면 퇴계는 그것을 고정된 궁극적 개념만이 아닌 더욱 적극적으로 우주를 운행하고 지탱하는 실재로 파악하였다. 곧 리에서 기가 나와 기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절대선으로서 만물이 절대선을 향하도록 리가 움직이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퇴계에게 있어서 악을 제거하고 선을 향해가는 사람의 도덕적인 실천은 단순히 고정되어있는 자연의 이치를 흉내 내는 차원이 아니라 하늘의 어루만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응답의 차원이다. 퇴계는 태극이 인간의 입장에서는 천명(天命)으로 인식된다고 하였다. 퇴계는 태극도설을 해설하면서 ‘성인이 중(中), 정(正), 인(仁), 의(义)로써 마음을 안정시키고, 또한 고요함을 주로 하여 사람의 표준을 세우셨다는 것은 다시 태극의 전체(全体)에서 얻은 것이 있어, 천지와 더불어 혼합되어 틈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 이치에 순응하는 성인되기를 추구하였는데, 오직 경(敬)수양을 통해서 그러한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하였다.


조화, 덕이란 서로 어울리며 하나가 되는 것

퇴계의 경수양은 하늘을 원리로 파악하는 소극적 이해가 아닌 진리로 파악하는 적극적 이해이다. 하늘은 선의 근거로 자리매김될 뿐 아니라 절대선으로 나아오도록 끊임없이 말을 걸고 우리는 이것을 하늘로 인식한다. 퇴계는 태극도의 말미에 주역을 인용하며 태극에서 시작하여 학문에 힘써 ‘이치를 궁구하고 본성을 다하여 천명에 이르고’, 이것이 곧 ‘신묘함을 궁구하여 조화를 아는 것이 덕의 성대함’임을 강조한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가치판단을 한다. 이 세계는 상대적이므로 마치 절대선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선을 선택하면서도 타협하기도 하고, 때때로 선과 이기심을 착각하기도 하고, 선을 교묘히 이용하는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는가! 자연은 인간보다 큰 개념이다. 우리가 자연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의 도움 없이는 한 순간도 숨을 이어갈 수 없다. 사람은 똑같은 물건을 욕망에 따라 무한히 찍어내지만 자연에는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제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다움을 실현하고 이치에 따라 태어나고 살고 죽고 거름이 되어 생명의 숨결이 이어진다.
 

성리학의 성즉리(性即理)를 다시 풀면 사는 것, 살리는 것(性)이 절대선(理)이다. 현대의 많은 윤리적인 문제들이 공리주의와 같이 무엇이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이익의 문제에 빠져있지만 성리학이 제시하는 선이란 정말로 ‘생명’과 ‘조화’에 관한 것이다. 성인은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힘이 센 사람의 모습으로 선처를 베풀 듯 힘의 논리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리를 다하고 남을 감화하고 남과 더불어 하나가 되고 더불어 숲이 되듯 하나의 자연처럼 어울리는 사람이다. 퇴계의 경은 하늘을 우러러 우리의 작음을 아는 마음이다. 인위적인 노력이 아닌 자연적인 겸손에서 우리는 생명의 숨결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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