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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3 통권 185호     필자 : 김주한 프린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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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위상과 한국유학의 특성 (성학십도로 보는 성리학 세계관1)
-하늘의 초월로 땅의 현실을 읽는 마음공부-

 “유학은 객관적 인식보다 주체적 인식을 중시한다. 마음은 크기가 없는 무한한 것이어서 마음의 능력으로 우주를 비추어 인식한다. 마음은 창조하는 세계인 하늘에 뿌리를 두고 무한한 창조의 세계를 관조한다. 성학으로서 유학은 자연을 객관화시켜 이해하지 않고 마음의 빛을 열어 마음에 비친 우주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유학의 정신에 가장 깊게 도달한 분이 성현들이며 퇴계선생은 그중 한 분으로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계신다. 이 우주는 객관적 진리의 세계를 넘어선 창조적 진리의 세계이다. 객관화된 모든 것은 언젠가 변하여 사라지는 존재로서 무한한 창조과정의 한 단계에 있을 뿐이다. 유학은 객관적인 것에 진리라는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객관적인 것은 변화하는 세계로 바라본다. 객관적인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한한 창조의 원천인 하늘을 진리라고 한다. 《성학십도》에서는 하늘을 태극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하늘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없는 곳 없는 때가 없다고 한다. 이 하늘은 모든 생명의 주인이며 가장 가깝게 나의 주인이다. 모든 생명은 하늘을 동심원으로 하는 하늘 가족이라고 한다. 《성학십도》는 모든 사람이 자신 안에 있는 하늘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실현하는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광호-
 

퇴계, 왕에게 성학(圣学)의 심법(心法)을 올리다
퇴계 이황(1501-1570)은 붕당정치로 당쟁이 치열해지기 바로 전 사림파의 마지막 학문적 구심점이었던 한국유학의 거목이다. 특히 성리학을 통해 정치와 교육, 종교 이념의 토대를 마련했던 조선사회는 퇴계에 이르러 주자를 계승하면서도 독특하고 성숙한 한국 유학적 특성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성학십도(圣学十图)》는 퇴계의 말년인 1568년(선조 1년) 당시 17세였던 어린 임금 선조에게 성군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올린 상소문이자 조선의 유학인 성리학의 내용을 열 가지 도표로 만들어 초학자들로 하여금 유학공부의 목적과 방법을 쉽게 익히도록 정리한 교과서였다.

열 가지의 도표는 각각 태극도(太极图)·서명도(西铭图)·소학도(小学图)·대학도(大学图)·백록동규도(白鹿洞规图)·심통성정도(心统性情图)·인설도(仁说图)·심학도(心学图)·경재잠도(敬斋箴图)·숙흥야매잠도(夙兴夜寐箴图) 등으로 주돈이, 정복심, 주자, 왕백 등의 송나라 유학자들과 조선 초기 유학자인 권근, 그리고 이황 자신이 추가한 도표로 구성되어 있다. 
 

유학의 이상은 수기치인(修己治人修己)을 통해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이루는 것으로 송대 성리학에 이르러 개인의 수양과 정치적 실현에 종교형이상학적인 내용들이 보다 강화되었다. 천인합일을 이룬 사람이 성인(圣人)이며 이를 닮으려는 학문이 성학이고 성학을 이루는 마음의 방법이 곧 심법이다. 
 

퇴계는 《성학십도》를 천인합일을 목표로 한 성학과 심법의 내용들로 구성하고 그 구조를 1도-5도와 6도-10도로 나누어 1도-5도는 ‘천도에 근본을 두고 있지만 공효는 인륜을 밝히고 덕업에 힘쓰게 함에 있다.’고 하였고, 6도-10도는 ‘심성에 근원하여 일상생활에 힘쓰게 하고, 경외심을 높이는 것이 그 요체다.’고 하였다. 

수양, 마음을 보존하고 본성을 기르는 학문
퇴계는 《성학십도》를 통해 선조가 성인들의 마음의 정치를 흠모하고 본받기를 원했다. 유가는 왕패논쟁 등을 통해 법가의 성과와 결과 중심의 정치를 비판하면서 언제나 정치란 지배자의 선한 동기와 덕으로 조화를 이루는 방법과 과정 등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성리학이 주장하는 정치는 선한 본성에 근거한 ‘마음의 정치’이며 악한 사람들이 득세하는 정치현실에서도 꿋꿋이 성인군자의 양심을 지키려 애쓰는 선비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사화의 충격을 여러 번 몸소 겪었던 퇴계는 객관적인 정치현실에서 하늘의 도가 온전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경험적 인식 속에서 수양의 사회적 관계적 차원보다 앞서 마음의 개인적 수양적 차원을 중시하게 되었다. 욕심이 맞부딪히는 피 비린내 나는 인간사회 속에서도 하늘은 여전히 운행하고 자연은 그러한 진리를 말해주며 인간의 마음의 길을 열어준다고 보았다. 때문에 퇴계의 유학을 한마디로 하늘을 향해 겸손하게 두렵고 공경하는 마음인 경(敬)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퇴계는 《성학십도》의 서문격인 진성학십도차(进圣学十图箚)를 통해 선조에게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태도를 일상생활 속에서 지킨다면 중용과 조화, 그리고 만물이 제자리에서 잘 길러지는 공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며, 덕행이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우주와 인간이 하나가 되는 천인합일의 경지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그림을 그리고 해설을 붙여서 겨우 열 폭의 종이 위에 나열하였습니다. 이것들을 깊이 생각하고 익혀서 평소 한가롭게 계실 때에도 공부하신다면, 도를 깨달아 성인이 되는 핵심과 근본을 바로잡고 나라를 다스리는 근원을 모두 여기에서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하늘, 한 사람의 선한 마음과 행위로 변화하는 세계
성리학을 하나의 ‘세계관’이라고 한다면 그 핵심은 무엇일까. 성즉리(性即理), 곧 ‘선한 본성이 하늘의 이치’라는 명제를 통해 한 사람의 마음의 변화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어 대동사회를 여는 길이라는 믿음이다. 유학은 좋은 정치 시스템을 말하기 전에 한 사람의 정치적 사회적 행동의 동기를 묻고 사람의 마음과 행위가 선한 본성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세상이 능력에 의해서가 아닌 노력에 의해서 변화한다는 주장을 통해 누구나가 하늘을 품고 천인합일의 경지를 이룰 수 있으며, 그것이 내 몸 밖의 일이 아니라 내 마음 안의 일, 곧 진리를 따르는 가장 인간다운 일, 더불어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성리학이 우주의 이치로서의 하늘과 자연의 운행을 강조 하였다면 퇴계의 성리학은 이를 보다 마음속에 내재한 근원으로 이해하여 선한 행위의 철저한 근거로 삼아 하늘의 초월성이 인간을 통해 이 땅에 실현되는 구체적인 내용을 발전시켰다.

퇴계는 선조에게 ‘무릇 마음이란 사방 한 마디밖에 안 되는 작은 가슴에 담겨 있지만,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듯 하면서도 매우 신령스런 것입니다. 이 이치가 그림과 해설에 매우 분명하고 확실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 마음으로 분명하고 확실한 이치를 구한다면 마땅히 깨닫지 못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면 이치를 깨닫게 되고 총명하면 성스럽게 된다는 말을 어찌 오늘날이라고 해서 실현하지 못하겠습니까?’라고 확신 있게 말했다.

마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하늘로부터 와서 하늘로 돌아간다. 그것이 나이고 우리이다. 그렇게 하늘은 지금 여기의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퇴계는 하늘을 떠나 살 수 없으면서도 하늘을 등지는 마음을 늘 경계했다.

 

 
 

 

김주한 | 길가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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