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삼일 째이다. 장 권사님의 표정이 무표정하게 굳어진 것은, 여름에 미국 다녀온 며느리가 선물한 ‘은색 줄에 조그만 파란 보석이 달린 꽤 깜찍하게 생긴 목걸이’가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반짝이는 작은 목걸이는 장 권사님의 마르고 긴 목에 잘 어울렸다. 장 권사님한테는 다른 목걸이들도 몇 개 더 있었지만 다들 좀 크고 무거웠다. 이번에 며느리가 선물한 작은 은색 목걸이가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며칠 목에 걸지도 못했는데 그 목걸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장 권사님은 속이 상했다. 그까짓 거 없었던 셈 치면 되지 하면서도 자꾸만 목걸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목걸이 생각만 하면 누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마침 현관문이 열리면서 집으로 들어오는 며느리를 보자, 장 권사님은 단단히 별렀다는 듯이 "너 이리 좀 와 봐라. 여기 내 방에 누가 왔다 갔니?"하고 따지듯이 묻는다. 며느리는 천연스럽게 "아무도 안 왔다 갔어요."할 뿐이다. 며느리가 그렇게 천연스럽게 나올수록 장 권사님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 그날 저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멸치육수에 김치를 송송 썰어 무쳐서 얹은 잔치국수를 며느리가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장 권사님은 화난 표정으로 말없이 국수를 건져 먹을 뿐이다. 다른 때 같으면 "아이고 이 국수 참 맛있구나. 국물도 아주 시원하고, 너는 참 요리를 잘한다."하며 너스레를 좀 떨면서 며느리의 국수 만든 솜씨를 칭찬해 주곤 하던 장 권사님 이었다. 어느 듯 며느리의 충청도식 음식을 먹으면서 매번 맛있다고 칭찬할 만큼 장 권사님은 며느리가 만드는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었다. 그런데 요 삼 일 도통 입맛이 없었다. 무얼 먹어도 맛이 없었다. 저녁이 되었다. 자상한 큰아들이 어머니의 불편한 심기를 읽었나 보다. 그는 큰 소리로 자신의 아내를 부른다. "여보! 수사반장! 어서 와서 어머니 목걸이를 찾아봐요. 당신은 수사반장이니까 찾을 수 있을 거야." 큰 아들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의심병이 생겨서 번번이 소란을 떠실 때 마다 아내가 잃었다는 물건이라든가 돈을 찾아내었기에 그런 별명을 아내에게 붙여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씩 웃으며 "어머니, 걱정 마세요. 에미(어미)가 목걸이를 꼭 찾아낼 거니까요."한다. 이제 수사 의뢰를 받은 수사반장 며느리가 장 권사님의 방에 들어서서 수색하듯이 목걸이 찾기 작전을 전개하였다. 먼저 그동안 장 권사님이 입었던 옷들의 호주머니를 샅샅이 검사한다. 이쪽 바지 주머니에서 다른 목걸이 하나가 나온다. 저쪽 윗도리 주머니에서는 열쇠 하나가 나왔지만 장 권사님이 오매불망 찾고 싶어 하는 반짝이는 은색줄목걸이는 결국 나오지 않는다. 이제 수사반장 며느리는 장 권사님의 화장대 위에 있던 작은 문갑 서랍들을 열어본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숟가락 하나가 나온다. 다른 서랍에서는 과도가 하나 나오고, 또 다른 서랍에서도 작은 칼이 나온다. 찾고 있는 은색줄목걸이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수사반장 며느리는 모두 두 개의 과도와 숟가락을 하나 찾아서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요즘 주방에 세 개나 있던 과도가 하나밖에 없었던 비밀이 풀어져서 수사반장 며느리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살포시 미소가 지나가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하지만 장 권사님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은 은색 줄에 파란 보석이 달린 목걸이가 아직 안 나왔기 때문이다. 수사반장 며느리는 이번에는 장 권사님의 침대 밑에 깔린 침구를 들추어 보는데 장 권사님이 돌연 화를 내시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감추어 놓고 너보고 찾으라고 하는 줄 아냐?" 어머니의 심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 챈 아들이 "여보! 그만 찾아요, 됐어요."한다. 자칫 어머니의 불똥이 아내에게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불똥은 튀었다. 며느리를 보는 어머니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보니 말이다. 이튿날 새벽이다. 새벽기도를 나가는 며느리를 장 권사님은 또 부른다. 그리고는 대뜸 "나 오늘 복지관 안 가. 가라고 하지 마라!"라고 하신다. 목걸이가 없어진 불만시위를 새벽부터 며느리에게 시작하시는 것이다. 며느리는 조그만 소리로 "집에 계시면 심심하실 텐데, 알았어요."하고 교회로 간다. 며느리는 새벽기도를 가자마자 하나님께 일러바치기 시작한다. "하나니임∼∼ 미국서 사온 그 목걸이가 어디로 갔을까요? 어머니는 그 목걸이가 없으면 마음이 도저히 풀어지지 않으실 것 같아요오∼∼ 어서 찾게 도와 주세요오∼" 기도하던 며느리는 갑자기 남편조차 자신에게 억지소리를 한 것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돈다. 어머니가 자꾸 골을 부리시자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 앞으로 어머니에게 선물하려면 기도해 보고 해요. 괜히 목걸이는 선물해 가지고서는." 남편도 어머니의 며칠 동안 계속되는 잔뜩 구름 낀 얼굴에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얼마나 억지소리인가 글쎄, 며느리는 한숨이 나왔다. 아무리 찾아도 목걸이는 나오지 않으니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찾는다는 말인가, 기도하는 수밖에는. 한참동안 기도를 하고난 며느리는 교회를 나와서 동네 빵집으로 가서 빵을 산다. 시어머님이 빵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날마다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아침에 갓 구은 따끈한 빵을 사서 조반으로 차려서 드리고는 했던 것이다. 이렇게 어머니가 좋아하는 아침을 준비하고 정성을 들인다고 해도 어머니는 그 목걸이를 찾기 전에는 기뻐하지 않으시겠지,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며느리는 집안 분위기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느꼈다. ‘어? 이거 어떻게 된 거지?’하고 며느리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하였다. 장 권사님은 노란색 계통의 가로줄 무늬 티셔츠를 입고 계셨다. 요즘 보기 드물게 밝은 시어머니의 모습에 며느리는 또 의아해진다. 남편 K 선교사가 싱긋이 웃으며 아내를 맞이한다. "어서 와요. 여보! 어머니가 목걸이를 찾으셨어요."한다. 며느리는 "아니 어디서요? 그렇게 찾아도 안 나오던 목걸이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어요?"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며느리는 너무 기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소리친 것이다. 너무 너무 고맙고 반가워서 말이다. 도대체 그 목걸이를 어디서 찾았을까? 그렇게 찾아도 안 나오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며느리는 여전히 강한 의문을 갖으면서도 일단 아침으로 준비해 온 갓 구은 따끈한 빵을 접시에 놓았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우유와 과일을 꺼내고 나서 아주 조심스레 "어머니 좋아하시는 빵 사왔어요. 어서 아침 드세요."하고 말하며 어머니의 안색을 살펴본다. 그 작은 목걸이 하나 없어진 것 때문에 어머니의 얼어붙은 얼굴 표정과 태도로 인해 온 집안 분위기가 며칠간 얼마나 썰렁했던가? 또 며느리는 그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었던가? 그런데 그 요물단지 같은 목걸이가 도대체 어디서 튀어 나왔단 말인가? 며느리는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어머니의 방을 다시 하나하나 뒤집어 가며 그 목걸이를 찾고야 말리라 생각하던 참이었다. 왜냐하면 똑같은 목걸이를 구하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대책 없는 화내기와 냉전은 계속될 터였으니 말이다. 특히 이런 경우에 어머니 장 권사님은 아들보다는 며느리가 만만하신지 이번에도 며느리를 의심하는 것이다. 실은 이번뿐이 아니었다. 장 권사님은 번번이 며느리에게 트집을 잡았다. "애, 너 이리 좀 와 봐라. 여기 있던 000 못 봤니?"이러시면서 말이다. 아무튼 속상한 마음으로 새벽에 교회로 달려가 하나님께 일러바친 것이 즉각 응답되었나 보다. 그래서 며느리는 "여보! 도대체 어디서 그 목걸이가 나왔어요?"물었다. 남편은 시익 웃으며 "응, 어머니 방 화장대 밑바닥에 들어가 있었대." "어머니가 화장대 밑에 손을 넣어 손바닥으로 쓸어보다가 발견하셨대. 아마 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져서 밀려서 화장대 밑으로 들어갔나 봐"한다. 며느리는 "세상에, 화장대 밑바닥에 어떻게 목걸이가 들어갔을까요? 아마 수사반장인 나도 그건 절대 못 찾았을 거예요."하며 어이없어 한다. 그런데 우리 장 권사님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며느리가 아침에 사온 갓 구은 따끈한 빵을 찢어서 우유에 찍어 드시면서 "아이고, 그 빵 참 맛있다!"하신다. 이제 드디어 어머니와 냉전이 끝난 것이다. 아들과 며느리는 언제 내가 골을 내었느냐는 듯이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맛있게 빵을 드시는 모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의미 있는 눈빛을 서로 주고받았다. 물론 어머니가 눈치 채지 못하게 말이다. 먼저 아내의 눈빛이 말한다. “휴∼ 여보 십년감수했어요. 알츠하이머(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네요.” 남편의 눈빛이 말한다. "당신 말 백 프로 수용해요. 내가 더 많이 기도할게, 당신 힘들지 않게."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복지관 데이케어센터 차가 온 것이다. 장 권사님을 모시고 가려고 말이다. 그 순간 며느리는 명랑하게 "어머니, 잠깐! 목걸이 찾은 기념 인증샷 찍고 가셔야죠.” 그런데 장 권사님은 그동안 당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시는 듯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신다. 그리고는 괜히 새삼스럽다는 듯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슬쩍 웃으며 포즈를 취해 주신다. 며느리는 찰칵 사진을 찍었다. 창밖을 보니 그동안 장마처럼 내렸던 비가 어느새 멈추었나 보다. 밝고 환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햇빛 한 줄기가 장 권사님의 은색줄목걸이에 '반짝' 부딪히고는 사라진다.
사진 | 네이버 나은혜 |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