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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5 통권 184호     필자 : 배다니엘 프린트   이메일 
[고전을 통해 생각해보는 현대인의 삶]
깨달음을 가지고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가 있는가

몇 해 전, 멋진 바다를 보고자 학생들 30여 명과 함께 경남 통영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숙소에 도착해서 학생들에게 다음날 여행 일정을 숙지시켰지만 밤 12시가 넘어도 도무지 잠을 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젠 그만 잠자리에 들어라.”

권유를 하다 지친 필자가 자리를 뜨자마자 들리던 환호성은 마치 세상의 즐거움을 다 모아놓은 외침인 듯했다. 내일 펼쳐질 아름다운 정경을 체험했던 경험자의 조언은 지금 눈앞에 있는 맛난 음식과 호기심 가득한 남녀관계에 묻혀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급기야 다음날 늦잠을 자게 된 일행은 일정의 차질 뿐 아니라 아름다운 경치 앞에서 정신 못 차리고 졸게 되는 안타까움을 경험하게 된다. 미래를 보는 혜안이 부족했던 20대의 패기는 더 좋은 일정이 기다리는 다음날을 즐기지 못한 채 전날의 환희에 갇혀버리게 된 것이었다.
 

요사이 ‘욜로(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니 후회 없이 즐겁게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분명 의미 있고 일리 있는 말이지만 이 단어를 ‘즐김’과 ‘누림’의 관점에서만 해석하면 여러 문제점도 발생할 것 같다.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만’을 생각하다 보면 이기적인 사고에서 못 벗어날 것이고, ‘현재’에만 집착하다 보면 지금보다 성숙해질 나의 ‘미래’의 정신이 느끼게 될 진정한 깨달음을 얻지 못 할 수도 있으며, ‘순간의 기쁨’만 추구하다 보면 ‘대비’와 ‘기다림’을 통한 더 큰 즐거움을 얻을 기회를 원천봉쇄 당하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의식이나 깨달음보다 현재를 즐기려는 생각만 강하다면 자칫 가치 없는 삶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일부의 예이겠지만 성형이나 패션으로 분수에 넘치게 자신을 연출하고, 맛집 탐방과 해외여행 등에 돈을 탕진하며, SNS에 등장하는 자신과 타인의 연출된 모습에 환호하고, 깊이 있는 책보다는 인터넷 등을 통한 얕은 지식이나 가벼운 예능에 마음 두기를 더 좋아하는 허상을 선호할 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이 이기적으로 자신의 즐거움만 추구한다면 골치 아픈 인간관계나 희생이 요구되는 결혼, 출산, 육아, 친지 간의 갈등 등은 기피하고 싶은 과제가 될 것이고, “인내 중에 소망을, 연단 중에 기쁨을”은 생각하기 싫은 명제로 인식될 것이며, 내 권리를 포기하면서 이타적으로 사는 삶 역시 내가 아닌 누군가가 실천했으면 좋은 삶으로 느껴질 것이다. 오죽 현실이 녹록하지 않았으면 미래를 애써 외면하며 현재를 즐기기로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의식은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소리 없는 다수의 헌신과 묵묵한 노력을 통해 유지되고 발전되어 왔다. 가난하고 못 배웠지만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부모님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효도하려고 애썼던 자녀들, 남모르는 고통을 안고 시댁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주변을 아우르며 고생했던 며느리들, 남보다 더 큰 슬픔을 갖고 있으면서도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던 이들의 헌신을 통해 이 세상은 이만큼 아름답게 가꾸어져 온 것이 아닐까? 그들에게 욜로는 들어보지도 못한 말이었을 뿐 아니라 알아도 실행하기 어려웠을 먼 나라 외국어였을 것이다. ‘바보같이 인내하며 살아온’ 이의 열매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송대(宋代)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이 안후이성(安徽省) 한산현(含山县) 북쪽에 있는 포선산(襃禪山)을 다녀와 쓴 글을 보면 힘들게 멋진 경치를 추구할 것을 권하는 내용이 나온다.
 

세상에 기이하고 보기 드문 경치는 항상 위험하고 먼 곳에 있기에 가는 사람이 적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가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이가 아니고는 갈 수 없으며, 갈 의지가 있어도 다른 사람을 따라가다 머물러 버리면 못 가게 된다. (…) 그러나 힘이 충분해서 목적지에 이를 수가 있는데도 이르지 못하게 된다면, 사람들에게서 비웃음을 받게 되고 또 내 자신도 후회하게 된다. 내 자신의 뜻을 다하고도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면 가히 후회가 없을 것이니 그 누가 나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내가 포선산 답사를 통해 깨달은 교훈이다.

(而世之奇伟瑰怪非常之观, 常在於险远, 而人之所罕至焉. 故非有志者不能至也, 有志矣, 不随以止也. 然力不足者, 亦不能至也, (…)然力足以至焉而不至, 於人为可讥, 而在已为有悔. 尽吾志也, 而不能至者, 可以无悔矣. 其孰能讥之乎, 此予之所得也.)
 

남다른 노력을 해야 절경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목적을 이루지 못했어도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 글이다.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쉽지 않은 삶이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그 속에서 의식을 축적하면서 순간의 의미를 깨닫고자 애쓰며, 성실한 삶 중간에 내가 하고 싶은 미래의 소중한 꿈을 추구하는 것은 실로 어려우면서도 지혜로운 실천을 요구하는 삶이다.

혜안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 어떠한 의식은 어렵게 얻은 나만의 가르침이 된다. 즐거움 자체에 대한 탐닉은 처음에는 큰 기쁨을 주지만 어느 순간 그 기쁨이 반감하기 시작하면서 허무함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지금의 힘든 노력과 의식의 추구는 훗날 더 큰 즐거움과 보람이 되어 내 삶을 보상해주리라는 믿음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축복이 있기를 기도해 본다.

 




 


배다니엘 | 남서울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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