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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 통권 183호     필자 : 나은혜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중국에서 맞은 생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치고 생일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라도 태어난 날이 있는 것이다. 내 생일은 10월 3일 개천절이다. 올해로 벌써 61번째 생일을 맞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먼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예순 한 해를 한결같이 지켜주시고 돌봐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영광을 올려드렸다. 순간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경건의 시간을 마치고 근처 습지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공원을 걷다가 문득 ‘내 생일인데 좀 쓸쓸하네!’라는 생각이 들자, 오늘은 아침밥을 직접 준비하지 말고 뭐든 사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길로 상가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선교지에서 집을 옮긴 곳은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되고 있어서 편의 시설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았다. 물 한 병을 살래도 25-3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나는 아침밥을 파는 식당까지 운동 삼아 걷기로 했다.
 

더우장(豆浆, 콩국물)과 샤오롱바오(小笼包, 작은 만두)를 시켰다. 오늘은 내 생일이니 미역국은 아니더라도 이런 호사쯤은 누려야지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에게 주려고 고기만두 두 개를 포장해서 집으로 왔다.
 

만두를 건네는 나에게 경비 아저씨는 아침을 먹고 와서 괜찮다고 하면서 한사코 사양을 해서 그냥 집으로 가지고 왔다. 결국 나는 생일날 점심치고는 조촐한 고기만두 두 개로 때웠다. ‘혼자 선교지에 와 있으니 별 수 없지 뭐’ 하면서 말이다.
 

마침 마카오의 절친한 동료 선교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이런 저런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녀는 내가 있는 곳에 늦게라도 오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목요일쯤 오라고 약속을 잡고는 전화를 끊었다.
 

생일날인데 결국 이렇게 무료하게 지나가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 전 세계 친구들이 인터넷으로 화려한 생일밥상도 보내왔다. 또 꽃다발을 들고 가는 사람의 다리만 보일정도로 큰 꽃다발도 보내오기도 했지만 뭐, 그것은 다 허상이 아닌가.
 

그런데 뜻밖에 알고 지내는 중국 친구 부부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내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식당을 예약해 놓았다고, 지금 차를 끌고 나를 태우러 오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말이다.
 

그 부부가 살고 있는 곳에서 내가 사는 여기까지는 거의 50킬로미터가 넘고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이다. 족히 한 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 하는 거리이다. 중국 국경절인 지금은 아마도 더욱 길이 막힐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거의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그들은 도착했고, 바로 나를 태우고 다시 시내로 들어갔다. 예약해 놓은 깔끔한 식당의 VIP실로 안내를 받았다. 조금 기다리니 잘 아는 청년들도 몇 명 들어선다. 손에 선물과 생일케이크 상자를 들고서.
 

조금 있으니 주문한 음식들이 속속 상에 차려졌다. 닭고기요리, 쇠고기요리, 오리고기요리, 새우요리, 전복구이와 꽁치구이, 회와 야채요리, 과일샐러드까지 골고루 주문을 해 두었나 보다.
 

이곳의 생일 축하 문화는 우리와 다르게 생일상을 먼저 받고 나서 나중에 생일 케이의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밥을 다 먹고 상을 치운 뒤 케이크를 꺼내 놓고 초에 불을 켰다.
 

그런데 중국 친구가 10살짜리 초 6개만 꽂고는 올해가 61번째 생일이시니 당연히 1살짜리 한 개를 더 꽂아야 하는데, 한 살 더 젊어지시라고 한 개는 꽂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 모두는 크게 웃었다.
 

결국 나는 60세 생일을 맞은 셈이 되었다. 중국어로 영어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기 전에 내 옆의 청년 친구가 "나 선생님, 소원을 빌어 보세요!"한다. 시끌벅적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청년 친구들이 맞춰서 가져온 망고와 파파야가 얹힌 정방형의 생일 케이크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내가 문학가라고 청년 가운데 한 친구가 책을 선물해 주었다. 예쁜 인형과 화장품을 준비한 친구들도 있었다.
 

잠자고 있는 현대인들의 시성과 감성을 깨우는 내용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诗经: 越古老, 越美好> 이라는 책이었다. 파티가 끝나서 중국인 친구는 또 50킬로가 넘는 우리 집까지 나를 태워다 주어야 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임에도 길이 많이 막혔다. 중국 친구는 해변가로 차를 돌렸다. 해변가의 야경이 참 아름다웠다. 친구는 차를 세우더니 바람 좀 쐬고 가자고 한다. 바다 저쪽 마카오의 야경이 참 화려하다. 그렇겠지, 도박의 도시는 오히려 밤에 살아나니까.
 

집에 돌아와 편한 옷을 갈아입고 내 생일날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로 오이마사지팩을 뜯어서 얼굴에 붙였다. 이건 정말 내가 잘 안하는 짓이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나에게 잘해 주고 싶었다. 가족도 없이 혼자 맞는 내생일인데.
 

소파에 몸을 편히 누이고 중국 친구들이 촬영해 보내 준 생일 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즐거운 분위기가 다시 재현된다.
 

‘아…, 내가 혼자가 아니었구나! 친구들이 있었구나! 중국엔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도처에 있다. 그래서 나는 중국이 더 좋다.’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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