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1.jpg) “사람은 자기 생명 가운데의 본래부터 있는 밝은 덕성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의 문제에 대해 마땅히 힘써 노력해야 하며, 이 밝은 덕성은 바로 천(天)의 밝은 명(明命)이다. 사람은 자기 본성의 밝음을 드러내면 낼수록 더욱 천도의 오묘한 신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하여 상제 혹은 천도의 내용은 바로 사람의 진심(尽心)과 진성(尽性)과 같은 덕을 실천하는 노력 중에서 드러난다. 그러므로 유가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用心)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천도와 성명이 서로 관통한다는 ‘관통(贯通)’에서 표현된다. 관통에 마음을 쓰는 일은 바로 인생의 가치를 힘써 실현해서 천도와 의기가 투합하여 만나게 되는 일이고, 자신의 밝은 덕을 신중히 유지하면 할수록 더욱 천명이 나에게 내려오는 것을 체득하여 얻게 된다. 그리하여 천도와 천명에 대한 긍정은 자신의 참 생명과 진정한 주체를 긍정하는 것과 동시에 생겨나지, 기독교처럼 자아를 부정하고 상제로 귀의하지 않는다. 이 하늘과 인간이 서로 관통한다는 견해는 도덕의식과 초월의식의 상호 관련을 표현한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절대적 상제를 찬양하지도 않고, 인간이 대단히 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유학은 물론 천도와 천명에 대한 숭배와 존경이 있고 천도가 모든 존재의 근거이고 창조성 그 자신이라는 것을 긍정하지만 그러나 천도가 아래로 내려와 인성을 이루게 된 이상, 인간은 인간의 본성을 마땅히 긍정하고 인간 생명의 의의와 가치를 바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가치를 힘써 드러내는 것은 곧 하늘을 숭배하고 공경하는 합당한 길이다.” -양조한(杨祖汉)- 중국철학의 문화생명 현대신유학을 더욱 심도 있는 중국철학으로 발전시킨 인물로 모종삼(牟宗三, 1909-1995)을 거론하는 것에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중국문화선언>(2015년 8월호 참조)에서도 강조하듯이 모종삼의 철학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생명’이다. 모종삼은 ‘중국철학에는 서양식의 지식을 중심으로 하고 이성의 유희를 특징으로 하는 독립된 철학이 없고, 또한 서양식의 신을 중심으로 하는 계시 종교도 없다. 중국철학은 생명을 중심으로 삼으며, 이 생명으로부터 그들의 교훈과 지혜 그리고 학문과 수행을 전개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생명이란 곧 서구 이성중심의 사고나 기독교의 계시나 영성과도 대비되는 중국 특유의 문화생명을 말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는 인생의 문제에서 서양철학적 이성과 기독교적 영성은 오히려 중국문화생명의 ‘심성’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 오직 이 심성을 제대로 이해할 때에만 중국철학의 정수에 다가가 수 있다. 중국철학의 심성이란 또한 도덕적인 주체성이라는 의미에서 덕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종삼은 이를 ‘도덕을 실천하는 과정 중의 생명’으로 설명한다. 그것은 단순히 몸을 의미하는 자연생명이 아니라 나를 어떻게 성찰하고 수양할 것인지를 살피는 정신생명이다. 인간은 자연생명의 유한성과 정신생명의 무한성의 관계에서 불일치를 경험하고 불가나 도가, 기독교는 모두 생명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유가는 정신생명을 긍정하고 도덕적인 수양의 길을 제시함으로 ‘도덕생명’으로서 인간성을 긍정한다. 인간의 도덕생명, 곧 덕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유가는 천명을 내세운다. 곧 사람은 모두 하늘을 품은 존재라는 것이다. 하늘을 인간 외부의 ‘존재’로 파악하지 않고 인간 내부의 ‘동력’으로 파악한다. 모종삼은 이를 ‘서양철학은 실체(entity)라는 관념을 통해 인격신을 이해하고 있지만 중국은 작용(function)이라는 관념을 통해 천도를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동양과 서양이 초월적 존재를 이해하는 서로 다른 경로이다.’라고 말한다. 사람과 역사는 언제나 내 마음속의 하늘을 인식하고 사욕이 아닌 하늘의 마음으로 살고자 할 때에 비로소 발전한다. 모종삼이 하늘과 사람의 ‘관통’, 곧 천인합일의 경지를 강조하는 것도 역시 이 때문이다. 그것은 철학적 지식이나 종교적 신앙을 넘어선 마음의 자각이나 체득의 경지, 말하자면 문화생명의 긍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철학의 미래에 대한 전망 모종삼은 중국철학의 미래 방향으로 다음을 제시하였다. ‘① 전통에 근거한 유(儒)·석(释)·도(道) 3교의 문화생명과 예수교가 서로 절차탁마하면서 교류하여 다시 새롭게 ‘생명의 학문’을 부활한다. ② 서양의 과학과 철학 그리고 민주정치를 받아들여 지성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철학으로 말하자면 서양철학 가운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나의 핵심이고, 라이프니츠와 루소가 하나의 핵심이며, 칸트와 헤겔이 하나의 핵심으로, 이들은 영원히 그 철학진리상의 가치가 있다. 모종삼은 서양의 과학과 종교를 통해 중국의 생명이 더욱 도덕종교화의 발전을 이룰 것이라 기대한다. 그는 ‘과학과 민주, 특히 민주는 근대화가 된 국가가 근대화가 된 이유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성, 자유, 인격의 존엄에 근거한 문화생명으로써 그것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근대화란 서구의 전유물이 아니며 서구화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므로 그것을 추구하는 속도의 차이일 뿐임을 강조한다. 중국이 과학상의 지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걸어왔던 길이 곧 생명을 바로 보는 ‘심성지학(心性之学)’이었다는 의미이다. 종교로서 유교 모종삼이 대남신학대학(台南神学大学)에서 강의한 적이 있다. 모종삼은 유교가 중국문화의 동력임을 강조하며 ‘일상생활의 궤도’가 되고 ‘정신생활의 경로’가 된다고 말하였다. 곧 중국인의 생활양식이 유교가 제시하는 관념인 천도(天道)와 인(仁), 성(性)을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는 이 세 가지의 개념을 가지고 ‘인간다움’을 논해왔다. 그동안 유가적 전통에서 상제라는 표현과 같이 객관적인 신의 인격적 측면이나 감정적 기도 등이 결코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가의 중점은 어떻게 신을 예배하거나 귀의할 것이냐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천도를 몸으로 실현하는가의 문제로 귀속’된다. 이 때문에 유가에서 종교의 문제는 철저히 신의 객관성이 아닌 인간의 주관성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모종삼은 이것이 곧바로 신본주의와 인본주의로 구분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신의 계시나 인간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늘과 인간의 ‘관통’이 중국철학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통은 일상과 역사에 오롯이 드러나는 문화생명의 현실 그 자체이다.
사진 | 바이두 김주한 | 길가에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