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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1 통권 180호     필자 : 김주한 프린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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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학(新心学) 세계관의 건설 (현대신유학의 여정8)
-하린(贺麟)의 사상과 유학적 특성-

 
“심(心)은 리(理)이며 리는 안에 있지 밖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물리(物理)를 인식하든 성리(性理)를 인식하든 천리(天理)를 인식하든 모두 반드시 본심의 리를 인식하는 데서 시작하여야 한다. 심을 반성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일체의 것이 모두 지루하고 실제에 부합되지 않는다. (…) 논리적 의미의 심은 바로 하나의 이상적이고 초경험적인 정신원칙이지만, 경험과 행위, 지식 및 그것을 평가하는 주체이다. 이 심이 곧 경험의 통섭자이고 행위의 주재자이며 지식의 구성자이고 가치의 평가자이다. 자연과 인생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조리와 질서를 가지게 되는 까닭은 모두 이 심이 곧 리인 심에서 나온다. (…) 심 밖에 물(物)이 없으며 리 밖에 물이 없다. 이성에 합치되지 않고 이상에 합치되지 않으며 사고를 거치지 않고 관념화를 거치지 않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사물은 모두 참으로 믿을 만한 사물 또는 실재가 아니다.” -하린-


하린이 제시한 중국철학의 전망

하린(1902-1992)은 1940년대에 이르기까지 지난 50여년 동안 중국철학의 발전이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외부로는 서양철학과 불교와 대화를 통한 새로운 조화와 내부로는 정주학(程朱学)과 육왕학(陆王学)의 대립을 통한 새로운 조화를 얻은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중국철학의 미래는 순수한 정통철학의 견지에서 서양과 불교의 사상을 흡수하여 나타날 것으로 보았다.
 

서양철학과 관련하여서는 유학을 리학(理学)과 예교(礼教), 시교(诗教)의 세 방면을 발전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각각 서양의 정통철학, 기독교의 정수, 서양 예술을 흡수하여 철학화, 종교화, 예술화의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유학의 핵심개념인 인(仁)을 철학적으로는 만물의 본성이며 이치인 형이상학적 본체의 개념으로, 종교적으로는 그것이 하나의 도덕적 개념이나 문화적 약속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앙적 종교적 공부의 개념으로, 예술적으로는 인간관계의 형식적인 측면만이 아닌 마음을 잇는 정의 감정적 의미로 느끼도록 그 의미를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불교와 관련하여서는 양수명(梁漱溟)과 풍우란(冯友兰)의 사상은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웅십력(熊十力)의 사상을 통해 신유식론과 불학의 차이점을 정밀히 파악하면서 불교심학을 넘어 유학의 심학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곧 육왕학을 형이상학적인 범위에서 인의 본체론, 우주론을 구성하고자 했던 하린은 신유식론에서 본체와 유행을 함께 말하는 체용불이(体用不二)의 관점을 긍정한다. 곧 용을 떠나 체만을 추구하는 불교의 한계를 체용불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린의 유학적 구상과 신심학
하린은 미국유학을 통해 신헤겔주의의 관점을 받아들여 유학의 심학에 적용했다. 송종서는 “하린의 ‘새로운 심학’은 육왕 심학의 주체성(心)과 정주 리학의 보편성(性)의 장구한 역사적 대립을 해소하면서 주체와 객체 또는 자연적 가치와 인간적 가치를 비논리적으로 동일시해 온 전통 철학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것은 절대 정신을 주관화(인격화)하고(Royce) 보편 정신과 자아의식의 결합인 ‘보편적 자아의식’을 제기한(Green) 신헤겔주의의 방법을 계승했다.”라고 설명하면서, 또한 “그의 작업은 본체계로부터 현상제로 진입하는 교량을 ‘논리 주체’로 모색하고 ‘자연적 지행합일론’을 통해 전통 철학의 현대화를 추진한 점에서 의의가 있기는 하지만, 지식과 행위(知行)에 관한 육왕 심학의 본래 취지를 계승하지 못하였고 주관적 결정론에 기울어 사회적 실천의 주도성을 은폐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라고 평가한다.
 

하린이 제시하는 심은 심리적 의미의 심이 아닌 논리적 의미의 심이다. 곧 인식의 주체로서 객관성과 주관성 모두를 갖는 체이자 용이다. 심이 아니고서는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수가 없고 인식되지 않은 사물은 인간과 관계맺을 수 없기에 그 자체로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없다는 점에서 심의 인식만이 객관적인 인식이고, 어떠한 인식은 외부적인 사물이나 환경에 의해서가 아니라 곧 자기 자신의 주체성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주체적 인식이라는 점에서 주관적인 인식이다.

하린은 심 이해는 정감이나 의지보다 인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가동(郑家栋)은 이를 “하린의 본래 의도는 서양철학에서 충분히 발전된 인식적 심을 가지고 중국철학에서 충분히 발전된 도덕적 심을 충실하게 하고 개조하려고 한 것이었지만, 그는 도리어 양자 간의 경계를 뒤섞었다.”라고 평가한다. 곧 인식의 심을 강조할 때 유학의 도덕적 심이 갖는 정감적인 측면과 실천적인 측면이 오히려 약화되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하린은 직각과 이지를 엄밀히 구분하면서 심의 인식능력 그 자체보다 심의 인식과정과 인식방법 등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곧 인식을 논리적 분석과 변증을 통해서 얻으려 하기보다는 인의 우주론과 본체론이라는 형이상학적인 내용들을 심이 있는 그대로 보고 체득하는 것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곧 이지가 얻는 것은 과학지식일 뿐이고, 그 전후로 직각을 통해서만 체험적인 철학인식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정가동은 이를 “그는 중국철학의 직각의 방법과 칸트의 지성적 분석, 헤겔의 이성적 사변을 합일시키려는 입장에 서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인식과 수양 그리고 인생경계의 통일의 측면에서 직각의 방법을 설명하는데 주의를 기울였다.”라고 설명한다.
 

2세대 신유학의 형이상학적 특성
1세대 유학자들이 서양철학과 불교 등의 외부 사상들과 교류에서 유학사상의 독특성과 가능성을 이해하는 수준이었다면, 2세대 유학자들은 이러한 논의를 유학 내부의 풍부한 사상의 깊이로 들어서게 하였다. 풍우란의 신리학과 하린의 신심학은 이후 3세대 유학자인 진래(陈来)와 모종삼(牟宗三)으로 이어지면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비교하려는 시도를 넘어 유학의 정수를 파악함을 통해 유학이 세계철학에 어떻게 직접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하게 된다. 이를 위해 2세대 유학자들의 리학과 심학의 형이상학적인 탐구는 유학의 경지를 세계철학와 현대윤리라는 보다 보편적인 현대신유학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든든한 밑바탕이 되게 하였다.






 

사진 | 바이두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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