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6월은 졸업시즌이다. 며칠 전 졸업논문 답변을 마친 학생들이 교정 곳곳에서 졸업가운을 차려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푸르고 싱싱한 나뭇잎 사이로 밝게 웃는 학생들의 모습과 간간히 들려오는 천진한 웃음소리는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웃음을 짓게 만든다. 2017년 여름,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30만 명이 증가한 795만 명 이상으로 사상 최대의 인원이 대학 문을 나서게 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대학원에서 학업을 계속하겠지만, 대부분의 졸업생은 사회 초년생으로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청년 실업률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졸업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한국은 매년 취업률과 실업률을 발표하는데 2017년 4월 한국 실업률은 4.2%이며, 그 가운데 청년 실업률은 11.2%로 통계를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로 기록되었다.¹⁾ 반면 중국의 실업률이 외부에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실업률은 4.1%, 15세에서 30세까지 청년 실업률은 9.0%로 한국에 비해 낮은 수치지만 중국의 청년 실업률 역시 비교적 높은 편이다.²⁾ 청년 실업률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많은 학생이 공무원이 되려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은 원래 대학에 들어가면 ‘吃国家饭(철밥통)’이 보장되었고, 대학에 들어가면 모두 등용문에 오른 인재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1951년부터 실행하던 ‘统一分配制度(직장분배제도)’가 1996년 완전히 폐지되면서 학생들 스스로 졸업 전에 직장을 찾아야 하는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역시 공무원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考碗族(공시족)’이라고 하는데, ‘考’는 시험을 의미하며 ‘碗’은 ‘铁饭碗(철밥통)’을 의미하는데 공무원 시험의 직위에 따라 다르게 구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 국가기관 공무원일 경우 ‘金饭碗(금밥통)’, 직할시, 성급 공무원은 ‘银饭碗(은밥통)’, 지방정부, 시 공무원은 ‘铜饭碗(동밥통)’, 거리, 지역 사무소 공무원은 ‘铁饭碗(철밥통)’이라고 부른다. 최근 10여년 동안 중국 공무원 시험 응시자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80년대 개혁개방 초기만 해도 공무원의 위상이 이렇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월급은 비록 적게 받지만,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로 비교적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매달 꼬박꼬박 안정되게 들어오는 수입과 구색이 갖춰진 복지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요즘, 젊은 청년들 사이에 만약 자신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없다면 배우자라도 공무원이면 좋겠다는 여망을 담은 ‘嫁碗族(공무원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공무원에 대한 인식과 위상이 달라졌다. 또 최근 조사한 취업에 대한 만족도 결과를 보면⁴⁾ 공무원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내가 가르친 학생들 가운데도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졸업생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공무원을 택한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퇴근 후 여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요즘 한국 직장인들이 바라는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요구와 다름이 아니며, 경제의 필요가 어느 정도 채워진 중국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하겠다.

미주___________________
1) http://www.yonhapnews.co.kr/ 연합뉴스 2017.5.11
2) http://news.youth.cn/ 中国新闻网 2017.3.1
3) 표 출처:
    http://www.yjbys.com/gongwuyuan/show-518394.html
4) 도표출처: 국가공무원시험사이트
    http://www.chinagwy.org/html/xwsz/zyxw/201702/21_187964.html

박애양 | 중문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