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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8.20 통권 77호     필자 : 윤규석 프린트   이메일 
[선교일언]
선교사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수천만 명이나 되는 단일 민족이 같은 지역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사는 나라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대한민국이 바로 그러한 나라 중 하나이다. 문화가 단일하다 보니 우리와 다른 것을 대하면 몹시 거북함을 느낀다. 우리와 다른 것은 곧 나쁜 것(틀린 것)이라고 이해하는 습성이 한국인에게 배어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은 온통 우리와 다른 것 천지다. 우리와 같은 것이 오히려 많지 않다. 다른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이 세계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다.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 여기는 편협함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그만큼 불편을 끼치게 되고, 그 대가는 우리에 대해 싫어하고 비웃음으로 돌아오는 것이 된다.

적어도 선교를 꿈꾸는 사람들은 단일문화에서 살아온 편협함에서 벗어나 세계적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는 선교사의 감각은 세계의 보편적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하여야 한다. 선교사는 세계를 향해 말로 복음을 전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줄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이해와 신뢰를 쌓고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순서는 항상 내 눈 속의 들보를 보는 것이 먼저이다. 여기에서 한국인의 인식수준을 나타내고 있거나 혹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몇 가지 말들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의 단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
한국에서 자라면서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그 이유를 물으면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평균 지능지수(I.Q)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가? 인구비례로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았는가? 책을 가장 많이 썼는가? 아니면 불쌍한 나라 사람들을 가장 많이 도와주었는가? 도무지 대답할 길이 막연하다. 이처럼 근거 없이 조장된 민족우월주의가 사용된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꼭 우리만 자책할 일은 아니다. 유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인, 중국인, 독일인들도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고 하는 기막힌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우스꽝스럽게 주입된 민족적 편견을 적어도 선교사들은 버려야 한다. 선교사의 가슴 속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도 없으며, 가장 열등한 민족도 없다. 오직 복음을 듣지 못하여 길 잃은 양들만 있을 뿐이다.
 

동방예의지국
오늘날 한국이 과연 동방예의지국인가? 우리끼리 돌아보아도 이 질문에는 ‘아니올씨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국인은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무례하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다. 서로 얼굴이 마주쳐도 눈을 돌리며 외면하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는 것을 방치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편하기 위해 남을 밀어젖히는 일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가? 대화 중에 다른 사람의 말을 함부로 자르고 끼어 드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혹시 그 말이 거짓말로 판명 나더라도 뒤통수 몇 번 긁적거리는 것으로 끝난다. 아무리 보아도 우리나라는 동방의 ‘무례지국’ 쪽이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않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한국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칭찬 한 마디 던진 것을 진리인양 착각하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선교사는 그 착각에서 벗어나 세계의 일반적인 교양과 예의의 본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인들이 일반적으로 수긍하는 수준의 예의가 있는 한국인선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뎃뽀 정신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을 밀어붙인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무뎃뽀’라는 말을 한국인의 정신력과 불굴의 투지를 나타내는 우리 고유의 언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무뎃뽀’는 일본어이다. 그것도 무모함을 비웃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중세 일본 봉건주의시대에 사무라이들은 큰 칼을 차고 다니며 영주들에게 충성을 다하면서 나름대로 권력과 명예를 누렸다. 그러나 16세기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해 총이 보급되면서 그들의 무기는 긴 칼에서 총으로 변하였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한 해에 십만 자루의 총이 생산되었는데, 그들은 총을 ‘뎃뽀(鐵砲)’라고 불렀다. 그러나 한 동안은 변화를 거부하고 긴 칼을 휘두르며 총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죽은 사무라이들이 있었다. 칼을 들고 ‘뎃뽀’에 맞서는 무모한 사무라이들을 비웃는 말로 ‘무뎃뽀(無鐵砲)’라고 불렀다.

무뎃뽀 정신은 지도자들이 구성원들의 희생을 무책임하게 요구할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불하지 않아도 좋았을 힘겨운 대가들을 치르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낳게 한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올라간 것은 결코 무뎃뽀로 얻어진 성취가 아니었다.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작동함으로써 이루어낸 결과가 아니었던가? 또 이 무뎃뽀 정신은 한 번 잘못 들어간 길을 확실히 더 멀리 가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나중에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 영적인 것과 관련된 것들이 그러해서, 영원한 잘못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님의 도우심마저 무뎃뽀 정신으로 이끌어 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믿음과 무뎃뽀 정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믿음은 약속의 말씀 안에서 구하는 것이고, 무뎃뽀 정신은 자기가 목적을 정해놓고 그저 밀어붙이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모로 간다’는 말은 길을 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길을 가는 수단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은 어떤 일의 결과만 좋으면 그 과정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심지어 범죄 수준의 방법이 동원되었다 하더라도 마지막이 좋으면 오히려 칭찬을 듣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지도자들은 마음 놓고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들은 나중에 결과를 그럴싸하게 꿰어 맞추는 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말이다. 즉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말씀이다. 서울을 가기 위한 가장 옳고 합당한 길을 찾는 것, 그것도 하나님 말씀 안에서 찾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선교사는 오로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을 위하여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다. 그러므로 선교사는 복음을 전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마땅히 성경이 가르쳐 주는 하나님의 수단과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이 말이 언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말이 호랑이를 한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호랑이 사냥꾼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그 굴 속으로 들어가는 어리석음은 절대로 범치 않는다. 호랑이가 다니는 길을 잘 관찰하여 그 길목을 찾아 지키면서 몰이꾼들로 하여금 호랑이를 몰도록 한다. 운신하기 힘든 컴컴한 굴 속에 들어가 자기 몸집보다 두 세배나 큰 호랑이와 맞서는 일은 참으로 넌센스이다. 이 황당한 속담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이것이다. 잘못된 선입관, 준비와 정보의 부족은 일을 그르칠 뿐 아니라 자신도 망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선교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확신하거나, 현실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을 막무가내로 들어가서 진퇴양난에 빠지거나, 혹은 복음을 전하는 일과 상관없는 일을 반복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선교에서도 호랑이 사냥과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길목이 있다. 이를 위하여 선교사는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좋은 훈련을 통해 충분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선교지에 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서 가장 잘 적응하고 사역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실제적 국제공용어인 영어와 사역지의 언어 습득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준비에 속한다. 그리고 세계적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위의 내용과 의견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바꾸는 것은 피곤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은 다른 사역은 몰라도 선교사로 해외에 나가는 일 만큼은 다시 깊이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윤규석 | N.T.M. 부족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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