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구약시대에는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다. 그러나 구약성경의 말라기서 이후 마태복음, 즉 예수님의 탄생 전까지 흑암의 400년 동안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하나님이 말씀하시지 않자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고 반문하고 실망하였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은 침묵기에도 일하고 계셨음을 볼 수 있다. 우리보다 지혜가 뛰어나신 분께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위대한 일을 하고 계신 것이다.
하나님의 큰 뜻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고 이 기쁜 소식을 온 민족에게 전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400년 동안 침묵하시는 동안 헬라를 통해(그들은 자신들의 사상을 전하기 위해) 세계 언어를 헬라어로 통일시켰고, 로마를 통해(그들은 정복지의 반란을 제압하고 특산품을 실어오기 위해) 길을 닦게 하셨으며, 이스라엘을 통해(갖은 고난과 침략을 받으면서) 메시아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하셨다. 이렇게 준비된 다음에 예수님이 오시고, 헬라어에 능통한 사도 바울 같은 전도자들이 로마가 닦아놓은 길로 메시아를 갈망하는 사람들과 전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게 된 것이다.
중국도 1949년에 공산화되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고난을 당하고 순교의 피를 흘렸으며, 교회는 문을 닫았다. 이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침묵에 반문하고 실망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공산당을 통해서도 일하셨다. 헬라가 그랬듯이 공산당도 그 넓은 땅 12억 인구의 언어를 표준어인 푸통화(普通話)로 통일하였다. 모든 학교 교육과 관공서,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표준어를 보급하여, 지금은 어느 곳을 가든지 표준어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로마처럼 길을 잘 닦아 놓아서, 아주 깊은 산골을 제외하고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앞으로 몇 년 후면 티벳 고산지대까지 철도가 놓일 예정이다.
또한 이스라엘이 고난 중에 메시아를 대망했듯이, 중국도 산업화가 되면서 안전한 삶의 터전이었던 고향을 떠나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삶의 근거를 옮긴 이들은, 과거 정신적 지주였던 공산주의 사상을 포기하고 새로운 이념과 구원자를 소망하고 있다. 비로 여전히 초대교회와 같은 신앙의 핍박이 있지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혼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는 땅이다. 이 모두 하나님께서 이미 공산당까지 사용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밧줄을 붙잡고 이처럼 하나님이 이미 작업해 놓고 준비하신 중국땅에 들어가게 된 데는, 8년 전 중국선교 여행을 하면서 하나님이 인도하신 두 분과의 귀한 만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 분은 75세 가량 되신 중국인 목사님인데, 예수를 전한다는 이유로 30여 년 동안 감옥생활을 한 분이었다. 교회에서 온 정열을 다해 말씀을 전하시는 노목사님과,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3시간 넘도록 진지하게 말씀을 사모하는 중국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나태하고 안일한 생활에 큰 도전을 받았다. 또 다른 한 사람은 나에게 복음을 들었던 스물 네살 된 자매였다. 이 자매에게 복음을 전했을 때, 그녀는 24년 동안 살아오면서 하나님, 예수님, 복음에 대해 처음 들었다고 했다. 나는 한국에 들어와서 기도할 때마다 그 자매의 말이 떠올랐다. 그 이듬해에도 중국에 가서 여러 사람에게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모른다는 사실이 충격이요 도전이 되어 나는 선교사로서의 헌신을 준비하게 되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서 나가려고 하기 직전, IMF가 터지면서 재정적으로 도저히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삼각산에 올라가 새벽까지 간절히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길을 열어달라고 부르짖었다. 돌이켜 보면 IMF는 내가 끊어지고 말 세상의 밧줄을 붙잡지 않고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하나님의 밧줄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실력보다 열정이 사람을 살린다.
결국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족과 함께 나가지 못하고 혼자 출국하였다. 재정문제로 좋은 학교에 갈 수 없어 변두리 조그마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네 명이 등록하였지만 두 사람은 중도에 그만두고, 나머지 두 명이 중국인 선생님과 개인 교습을 하듯이 오히려 알차게 언어를 배웠다. 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거의 없으니, 외국인을 처음 보는 중국 학생들이 많았다.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하고, 오후에는 중국 학생들과 축구, 탁구, 테니스 등 운동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들을 내 기숙사로 초대하여 식사대접을 하고, 또 나도 초대를 받아 교제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실습을 할 수 있었다. 다섯 평 남짓한 좁은 방 한 칸에 6명이 살고 있었는데, 답답하고 냄새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농촌 또는 지방 소도시 출신들이었지만, 그들 지역에서는 최고 엘리트로 선발되어 대학까지 온 인재들이고 장차 중국을 이끌 지도층이 될 사람들이다. 나중에 개척한 교회의 구성원들도 이때 만난 학생들이 기초가 되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처음 1년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언어는 잘 안되지만 영혼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이 있었고 그 열정이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2년이 되면서부터 일반 언어와 사역 언어를 같이 공부했는데, 머리가 쥐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외국어는 이해로 끝나서는 안되고 통째로 암기해야만 말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웠다. 주중에는 언어공부에 주력하고, 주말에는 선배들의 사역을 배우고 협력하면서 안목을 넓혀 갔다. 방학 때는 지방에 있는 가정교회와 사역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분을 맺어 갔다. 이런 관계들이 후에 가정교회 지도자 사역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었다.
2년이 지나자 본격적인 사역이 이루어졌다. 처음 1년 동안 친구 관계를 맺고 복음을 전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가정에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성경공부 인도 방법은 한국 CCC에서 전도와 양육훈련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교재로 10번 이상 가르쳤을 때 완전히 암기와 습득이 된 것을 체험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그 원리를 사용했다. 초급부터 고급 과정이 완비된 중국어 교제를 선택하여 열 번 이상 가르쳤다. 미리 공부할 책을 나누어 주고 예습하게 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 토론식으로 반을 이끌어 갔다. 중국어 질문이 너무 길면 문장을 짧게 만들고, 문어체는 회화체로 바꾸고, 질문 밑에 한국어로 해석을 써놓고, 공부하기 전에 한국어 판을 여러 번 읽어서 내가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후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땀을 많이 흘렸지만, 같은 교재로 다섯 번 이상 가르치고 나니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주중에 4개의 소그룹이 생겨나게 되었다. 3년째 이렇게 사역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회가 개척되었다.
성경공부는 이런 반복교육을 통해 해결되었지만 문제는 설교였다. 중국어 설교의 어려움으로 고민할 때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다. 성경공부 소그룹 시간에 성경 본문을 정해주고 귀납법적으로 말씀묵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성경공부 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관찰한 것(성경 본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을 나누게 했다. 그리고 해석(무엇을 의미하는지)과 적용(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까지 실제적인 예화를 들어 말하도록 했다. 나는 그들의 나눔을 근거로 하여 함께 설교를 작성해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설교를 하게 했다. 설교를 들으면서 잘못된 내용과 자세, 억양 등을 교정해 주었고, 이 과정을 거치니 나도 자연스럽게 중국어로 설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도자 훈련과 찬양 사역 성경공부와 설교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서 이제는 교회 지도자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붙여주셨다. 지도자 중 영향력 있는 열두 명을 선발하여 두 주 동안 훈련하였다. 훈련목표는 이들이 배우고 가서 그들의 현장에서 또 다른 열두 명을 뽑아 가르치게 하는 것이었다. 디모데후서 2장 2절의 말씀처럼 바울이 디모데를, 디모데가 충성된 사람들을, 충성된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양육하는 것이다. 예수님도 공생애 기간 동안 열두 제자를 양육하셨고 이후 그들로 복음을 전하게 했다. 이런 승법번식을 통해서만 세계 복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주 동안의 훈련은 보안을 위해, 모든 훈련생이 한번 들어오면 훈련이 끝날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또 다른 중요한 사역은 찬양사역이었다. 지도자 훈련 한 번 할 때마다 20여 곡의 찬양을 가르쳤는데, 훈련을 받고 돌아간 지도자들이 곡이 잘 기억나질 않는 다며 녹음을 요청해왔다. 개척한 교회에서도 필요했기에 아내와 함께 복음성가 악보집과 더불어 녹음테이프까지 펴내기로 하였다. 서양과 한국에서 만들어진 곡들을 모아 오선보 밑에 숫자로 된 중국식 악보[簡譜]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 작업을 했고, 133곡을 테이프 두개에 녹음하였다. 물론 좋은 녹음시설도 없이 집에서 키보드와 소형 녹음기를 가져다 작업하였기에 보기엔 엉성하기 짝이 없었으나, 현지인들은 물론 사역자들도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인지 처음 제작한 1집 300부가 금새 사라졌다. 앞으로 2집은 중국 성도들이 고난과 핍박 속에서 지은 찬양을 선곡하여 찬양집을 펴내려 한다. 감옥 안에서 떠오른 말씀으로 쓴 가사 등 중국 성도들이 지어 부르는 곡들을 들으면 얼마나 은혜와 도전이 되는지 모른다. 오히려 안일하고 편안한 시기에 있는 한국 교회가 고난 가운데 있는 중국 교회의 신앙들을 배워야 할 부분들이 더 많이 있다. 본질적인 것을 선택하라 예수님 탄생 전 400년, 그리고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수십 년, 또한 내 인생의 가장 어려웠던 어둠의 시간에 침묵으로 역사하셨던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의 고난 가운데도 일하고 계신다는 확신을 갖고 승리하기를 바란다. 한국 교회 성도들도 지금의 중국 교회처럼 어려운 때가 있었지만, 하나님이 복 주셔서 오늘날 자유와 평안함 가운데 넘치는 은혜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사사기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축복하면 곧 타락하고, 징계를 받아 회개하면 하나님이 다시 축복해 주시는 모습을 발견한다. 축복-타락-징계-회개, 이 4개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 사사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이었다.
이 풍요한 축복의 시기에 한국 교회와 성도들은 어떻게 타락하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 그것은 본질적이고 영원하며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을 선택함으로 가능한 것이다. 넓은 길을 선택할 자유도 있지만 좁은 길을 선택함으로 말미암아 과거에 고난 받았을 때, 징계 받았을 때, 은혜 받았을 때 하나님께 매달리며 기도했던 것처럼 끊어지지 않는 하나님의 밧줄을 붙잡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시대, 유혹 많은 세상에서 본질적인 것을 선택하며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충성된 청지기로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기를 기도한다.
이찬영 | 중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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