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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20 통권 74호     필자 : 이루리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의 삶과 사역]
마른 땅이 샘 근원이 될 때까지


내게 구하라 나는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
네가 철장으로 저희를 깨뜨림이여 질그릇같이 부수리라 하시도다 (시 2:8~9)
 

유업의 땅으로의 첫발
우리 가정이 L지역에 처음 들어가 맞이한 계절은 봄이었지만 실제로는 겨울의 연장이었다. 고산기후에 적응하는 것이 처음에는 결코 쉽지 않았다. 희박한 산소, 무척이나 건조한 기후는 우리 가족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나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고산기후에 적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함께 기도로 밀어주신 동역자들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또한 복음 전하는 자와 늘 함께 하시리라는 주의 약속의 말씀이 우릴 붙드신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천진스럽게 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무사히 정착하게 하신 것에 감사했는데, 두 달 정도 지나면서부터 아이는 면역성이 감소되어 병치레를 자주 했다. 주변에 계신 많은 선한 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현지 병원신세를 지고서야 나을 수 있었다. 당시 어느 의사는 고산병 증세이기 때문에 우리가 낮은 지대로 내려가서 살아야만 한다고 했다. 우리에게 주신 유업의 땅에 첫발을 내디딘 지 두 달째 되던 때에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우릴 이곳까지 보내셨으며, 또 오자마자 내려가야 하는 상황을 주시는 것일까? 계속되는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민족의 영혼은 우리 아이가 아픈 것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고, 그리고 이들이 아버지 되신 주님께서는 이 민족을 너무나 가슴 아프게 사랑하신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지역을 섬기기 위해 들어가지만, 그곳의 환경이 너무나 힘들고 더욱이 생사의 문제가 달려 있는 곳이라며 주춤하거나 피해서 간다. 그러나 그 어려운 정도만큼 그 땅은 죽어가는 수많은 영혼들이 있는 땅이며, 사단의 멍에에 매여 고통하는 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님의 음성은 우리 가정에게 날마다 확신을 더해주셨다. 아이의 병세가 2주 정도 진전 없이 계속되는 중에서도 이 확신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막다른 골목에서 더 큰 힘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감히 고배하건대 당시 우리는 아브라함이 약속의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바치는 심정으로 주님께 나아갔다. 2주가 지난 어느 날 아침, 아이의 열이 갑자기 내렸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할렐루야! 많은 이들이 아이를 위해서 기도해주셨다. 아이와 함께 이 민족 또한 기도를 받은 것이다. 첫 시험에서 우린 주님의 승리를 보았고, 그후로 아이는 한 번도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아이를 데리고 이 지역에 들어온 후부터 다른 나라 사역자들도 자녀들을 데리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들은 우리 아이와 함께 잘 자라났다.
 

난 곳 방언으로
이 민족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학창 시절, 한국어와 유사한 이 지역 언어는 배우는데 더욱 흥미를 더했다. 외국어 학습에 대한 개념과 부담이 깨어지면서, 나는 말을 배운 즉시 나가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이것은 언어 습득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잘못된 발음이나 어휘 등은 현지인이 그 자리에서 수정해주었다. 어설프게 나눈 말이지만 그들의 말로 그들에게 나아갔을 때 더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고, 그들도 우릴 무척 친근하게 느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아무리 쉽다 해도 외국어라는 딱지는 뗄 수 없는 법이라서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다. 첫 학기를 마치고 방학 내내 언어에 몰두했다. 현지인 친구와 함께 매일 언어연습을 별도로 더 했다. 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은 현지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습관이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한참 말 배울 때 모델링이 되는 사람의 말을 계속 따라하면서 말이 느는 것처럼, 나도 어린아이처럼 그들의 언어를 배운 결과 이젠 이 민족의 언어가 한국어 다음으로 가장 편한 말이 되었다. 배우면서 계속 주님께 언어의 은사를 구했다. 내 욕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의 복음 전파를 위해 간구한 기도에 주님께서 응답하신 것이라 믿는다.

처음에 그림으로 보였던 이들의 글자가 이제는 글로 보이고, 도무지 빨라서 다 알아들을 수 없었던 그들의 말에 이젠 귀가 활짝 열린다. 그리고 그들에게 더 깊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의 말로 우리의 모든 문제와 상처를 만져주시고 상담해주셨던 것처럼, 우리 또한 부족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이들에게 나아가고자 한다. 더 나아가 구세주를 영접한 이들의 심령에서 우러나오는 찬양을 그들의 난 곳 방언으로 주께 올리며 함께 기뻐하며, 더욱 많은 영혼들이 그들의 난 곳 방언으로 주를 높이며 찬양할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이들의 언어에 귀 기울이며 주의 복음을 나누길 소망한다.
 

“김치가 맛있어요!”
선교사가 현지 음식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은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맛있는 한국 김치가 세계에 알리지 않을 수 없는 유명한 음식인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는 한국 배추보다 더 달고 맛있는 배추가 있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도 김치를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맛있는 배추가 있는 곳에서 김치를 만들어 먹지 못할 리가 없다. 처음에 현지인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김치를 내놓았더니, 신기하게 쳐다보기만 하면서 감히 먹으려 들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익히지 않은 음식이기 때문에 먹고 배탈이 나지 않을 까 염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먹고 두 번 먹더니, 이젠 이들도 한국인처럼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꼭 김치를 먹어야 개운하다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그들의 설날에 새로운 음식으로 김치를 등장시켰고, 나에게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워가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가 이 민족 사이에서도 유명해지고 있다. 김치를 먹으면서 우리는 좀 더 친해지고, 서로를 나누고 이해해가고 있다. 우리 또한 그들이 먹는 음식에 점점 익숙해져서 이제는 우리의 식탁 위에 여러 민족의 음식이 함께 오른다. 먹는 것에서부터 서로 간의 동화와 화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함께 떡을 떼며 기도와 말씀에 전념했던 초대교회 성도들의 아름다운 공동체가 이곳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황무지에 꽃이 만발하고

S지역의 산은 민둥산이라서 멀리서 보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이 민족은 이 거대한 돌산과 눈 덮인 설산을 바라보며 그 신비함에 머리를 숙여 경배해왔다. 어쨌든 이 산들은 열매와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산을 올라가보면 그곳에 바위를 뚫고 자라는 꽃이 있다. 아주 작아서 발에 밟혀도 아무도 모를 꽃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이 민족과 이 지역 또한 복음과 무관한 영적불모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 첫발을 내딛을 때는 아무런 큰 기대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역 깊이 들어갔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땅을 자세히 보라고 하셨고, 바위를 뚫고 자라나는 영혼들을 보여주셨다. 이들은 이 민족의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S지역으로 들어가기 전 중국의 한 도시에서 L족 여대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는 복음에 대한 강한 부정을 나타냈었다. 그 후 두 달 동안 시간을 두면 기도할 때 소원이 생겼다. 이 여대생이 복음을 받아들인다면 이 민족도 복음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그 영혼에 대한 강한 비전이 생긴 것이다. 두달 간의 기도 끝에 이 자매는 결국 복음을 받아들였고, 지금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주님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아이의 병이라는 영적진통을 겪게 하신 후, S지역의 첫 열매로 귀한 자매들을 허락하셨다. A자매와 B자매는 첫 사역의 귀한 동역자로, 지금 교회 모임의 리더로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A자매는 우리가 처음 사귄 친구의 숙소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집을 방문하여 영어를 배우곤 했다. 요한복음을 읽으라며 보여주었을 때 그녀는 강하게 부인하면서, 자기 민족의 경전 외에 성경 따위는 보지 않는 다며 성경책을 내던졌다. 그러나 우리를 찾는 그녀의 발걸음은 끊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18년이 넘도록 자기 민족이 섬기는 신에게 기도했지만 단 한 번도 응답받은 적이 없었는데, 우리를 알게 되면서 자기도 날마다 한국인이 믿는 신에게 기도를 했더니 바로 응답이 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백하는 그녀에게 우린 다시 한 번 정확히 복음을 전했고, 이 자매는 진실로 주님을 영접하였다. 예수님을 믿은 후부터 이 자매는 그 누구보다 많은 시련들을 겪었다. 정금같이 나아오게 될 그날을 위해 하나님께서 그녀를 단련시키고 계심을 본다.

한 번도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는 B자매는 성경이 있어도 읽을 수 없고, 그 뜻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냥 말로 듣고 믿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미 주님께서 예비시키신 영혼임이 분명했다. 복음을 쉽게 받아들였고, 우리에게 언어를 배우면서 영어 알파벳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혼자 성경책을 읽고 그 뜻을 알아가고 있다. 이 외에도 주님께서는 이 자매에게 많은 은혜와 은사를 풍성히 주셨다. 특히 기도의 은사와 사람을 섬기고 세워주는 은사는 연약한 현지 교회의 지체들을 돕기에 충분하다.

이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여인들은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거나 깨어진 가정으로부터 인한 큰 상처들을 갖고 있다. 남편이 가장으로서의 충실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여자가 생계를 꾸려나가면서 술로 사는 남편과 자녀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이런 가운데서 주님을 영접하고 믿음으로 가정을 세우려고 기도하는 자매들이 있다. 나 또한 한 가정의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들과 동일한 심정으로 그들에게 나아가 위로하고 권면하고 있다. 이 자매들이 믿음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린다.

주님의 꽃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아직 씨조차 뿌리지 못한 수많은 땅들이 있다. 씨는 이미 뿌려졌으나 물 주고 비료 주는 자가 없어 메말라 가고 있는 땅도 많이 있는 실정이다. 씨를 뿌리면 꽃들이 피어난다. 이 땅은 결코 황폐한 곳이 아니며, 영적 불모지도 아니다. 소망의 땅이며, 약속의 땅이다. 이사야 41장 18절에 “내가 자산에 강을 열며 골짜기 가운데 샘이 나게 하며 광야로 못이 되게 하며 마른 땅으로 샘 근원이 되게 할 것이며”라고 약속하신 것처럼 말이다. 이 말씀 속에서 “자산”은 민둥산을 뜻한다. 민둥산에서도 생명의 역사가 일어날 것을 약속하신 것이다. 이제 민둥산과 같은 이 땅에도 주의 약속이 성취될 날이 속히 와서 여기저기 생명의 물줄기가 터져날 날을 소망한다.



이루리/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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