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타이완 총 인구 2,300만 명 중 300만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카인(Hakka: 객가(客家)의 광둥어 발음. 중국 남서부인 광둥(廣東)성 북부, 장시(江西)성 남부, 푸젠(福建)성 남서부, 타이완 등에 사는 주민을 말함. –편집자 주). 흔히 하카인을 ‘중국인의 인재(人才)’라고 하는데 아마도 오랜 역사 속에서 잦은 이주를 경험하면서, 기후와 다른 종족간의 대립에서 오직 종족의 단합과 인내심으로 역경을 이겨 나갈 수 있었기에 남다른 힘이 축적된 듯하다. 이들은 유태인들과 비슷한 역사와 민족성을 보이고 있어 ‘동방의 유태인’으로 불린다. 근면과 청결, 모험과 진취성, 강인함 등 중국인의 진수를 가지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복음전도가 가장 어려운 미전도 종족으로 알려져 있다. 타이완의 300만 하카인 중 기독교인은 0.03% 미만으로 약 1만 명이 채 안 된다.
필자는 WEC 소속 선교사로 현재 타이완에서 하카족을 대상으로 선교하며, 죽동제일침신회를 개척해서 사랑으로 기쁘게 섬기고 있다. 그동안 하카족들을 섬기며 경험한 삶과 사역을 정리해보았다. 영어회화를 통해 복음을 전하다 하카족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며 기회가 되는 대로 서서히 복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데려다 주는 학부모들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제하게 되고, 또 그들의 친구나 가족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를 기회로 여겨 심방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료로 차와 커피를 제공하는 ‘죽동커피바’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이 장소를 전도와 신앙상담의 도구로 사용하시고 있다. 특히 필자가 사역하는 교회는 과학연구단지와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죽동예술촌’이라고 불리는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성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심방사역 얼마 전, 친정 부모님의 구원을 위해 30여 년 동안 기도해온 메이칭 자매의 기도가 응답되는 놀라운 기적이 있었다. 단기선교팀과 함께 메이칭의 친정 부모님 가정을 심방하여 두 분에게 복음을 전했다. 복음을 들은 그분들은 자신의 입술로 한 구절 한 구절 영접기도를 따라 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며 여러 차례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을 하는 부모님을 보며, 메이칭은 늘 기도했지만 눈 앞에서 벌어지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기쁨의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인간적인 바램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었지만, 중보기도의 능력을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거훼이의 친정 아버님은 공군 장성으로 퇴역한 분으로, 지난 해에는 심방차 방문한 우리를 피해 안방으로 들어가던 분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을 영접한 이후, 이번 심방 때 그분의 태도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여든이 넘으신 어른이 기쁨으로 우리를 맞이해주셨으며, 어린아이 같은 기쁨의 표정으로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영의 양식으로 받아들였으며, 자원하는 심정으로 안수기도를 받는 특권을 누리기도 하셨다. 이제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아가며 남은 여생을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기로 결단하기도 했다.
거훼이의 친정엄마는 10년 이상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한 단기선교팀들을 용케도 알아보셨다. 지난해보다 훨씬 건강해 보여서 우리들에게 기쁨을 더해주기도 했다. 안수기도를 받으며 감격의 눈물로 주님께 아멘으로 화답할 때 거훼이의 아버님도 “감사합니다, 주님”이라고 응답해, 그 모습을 보는 우리는 기쁨과 함께 감격의 눈물로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랑의 방문 린후이화(林惠華) 자매의 집을 방문했다. 린 자매가 살고 있는 동네는 지난 번 ‘행복한 가정 만들기’ 세미나에 참석했던 부부들이 사는 곳이다. 이웃을 향해 생활로 전도하는 소그룹 맴버 자매들의 소개를 받아 린자매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린 자매는 8개월 된 쌍둥이 아들을 돌보기 위해 얼마전 과학연구소를 그만두었다. 쌍둥이 형인 위항위(呂恒宇) 아기는 뇌성마비 장애아이다. 더군다나 둘째까지 감기로 고생하고 있어 린 자매는 쩔쩔 매면서 나를 맞았다. 린 자매는 아이로 인해 낙심된 가운데 복음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얼른 아기를 가슴에 품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감기에 걸린 둘째 역시 무척 힘들어했는데, 남편이 퇴근해야만 함께 두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기 때문에 곧바로 린자매와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린 자매가 둘째와 함께 진찰실에 들어간 틈을 타서, 나는 뇌성마비인 항위를 계속 마사지 해주었다. 대기실에 앉아 있던 엄마들이 나보고 아기의 할머니냐고 물어서 그냥 웃기만 했다.
집에 돌아와서 린 자매에게 복음을 전했다. 자매는 아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오늘 첫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정감이 갔다. 아픈 두 아이를 데리고 어찌할바 모르던 자매에게 우리의 방문이 적으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었던 것이다. 비록 우리가 한 일은 작은 일이었지만, 린 자매의 마음 소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잔잔히 스며들고 있었다.
항위가 일주일에 두 번씩 물리치료를 갈 때 내가 기꺼이 동행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녀의 입가에 한 아름의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성경공부를 하면 어떻겠냐는 나의 제안에 웃음으로 응답했다. 하나님께서 린후이와 항위에게 긍휼을 베풀어주시도록 간절히 두 손을 모은다. 기묘한 하나님의 인도 은혜가 풍성한 하나님께서 신년부터 새 신자를 계속 보내 주시고 계신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목양을 하는 일이 오직 나의 즐거움이라. 어제(1월 13일) 주일 예배 시작 전에 새로운 성도 두분이 교회를 방문하였다. 싱가폴 자동차 기술부문의 고급관리로 있는 우(吳) 형제인데, 기술연수 당시 함께 일하다 타이완으로 돌아온 부하직원을 방문하기 위해 잠깐 타이완에 왔다고 한다. 우 형제는 타이완 중남부의 타이중에서 아침 7시에 출발, 3시간 30분이나 걸려 부하직원인 로치홍 형제를 만나 죽동에 있는 우리 교회로 온 것이다. 우 형제와 로 형제 두 사람 모두 하카인이다. 죽동에 5개의 교회가 있는데 그 중에 어떻게 우리 교회로 올 수 있었을까? 우 형제 역시 침례교인이 아닌데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침례교 총회로 연락을 해서 왔다고 한다. 예배를 마친 후 함께 식사하고 교제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영어반에 초청하였다. 로형제는 다음 주일부터 부인과 네 자녀와 함께 참석해도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때를 따라 도우시는 은혜 한 주 내내 과로로 인한 감기몸살로 버겁게 지내야만 했다. 어제 금요 영어반에 찾아온 제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교인들도 전화를 걸어와 변해버린 내 목소리를 들으며 왜 병원에 가지 않느냐고 한다. 나는 스스로 중병도 아닌데 무슨 병원에 가냐며, 가지고 있는 상비약을 대충 찾아 복용하곤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태가 좀 다르다. 오늘 아침 제니가 전화하더니 곧바로 달려와 나를 싣고 병원으로 갔다. 제니는 마치 자기가 나의 보호자인양 의기양양하게 내과의사에게 나를 소개한다. 한국인이며 선교사, 영어교사인데 늘 다른 사람들은 잘 돌보면서 자기는 돌보지 않고 무리하여 병이 났는데도 병원에 가질 않아 자기가 데려 왔으니 잘 좀 진찰해 달라고 한다. 사실 제니 말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병원 심방을 그렇게 자주 하면서도, 나의 건강관리에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었다. 젊은 의사는 자세히 상황을 묻고 꼼꼼히 진찰한다. 감기 몸살인데 그냥 놔두면 폐렴으로 진행된단다. 조금 늦게 병원에 왔으면 입원해야 했을텐데, 다행히도 주사 맞고 며칠 동안 약을 복용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한다.
주사 맞고 한 아름 약 봉지를 받아들고 나오면서, 정확한 때를 도우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사했다. 하나님은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다. 내가 선교사라고 남들만 돕고 타인의 도움을 안 받으려고 했던 것이 잘못임을 깨닫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제니에게 고맙다고 했더니, 우리는 좋은 친구이므로 서로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어젯밤에도 안심이 안 되었다며, 내가 혼자 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자기가 돌봐주겠다고 한다. 돌아가면서 하는 제니의 한 마디가 내 귓전을 맴돈다.
“당신은 언제나 남들을 도와주면서, 당신은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느냐? 서로 돕지 않으면 좋은 친구, 이웃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다시 한번 하카이 선교에 있어 ‘관시(關係)’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신경숙/ WEC 국제선교회 파송 타이완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