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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1 통권 167호     필자 : 西瓜(시과)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의 삶과 사역]
문화 그 영원한 숙제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으로


선교 사역 가운데서 힘든 것은 음식과 문화 적응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현지 음식 적응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고, 또 어떤 사람은 문화 적응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거기에 적응해야만 하고 또 거기서 확실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오래전 한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살아남으세요. 살아남는 것이 선교입니다.”라고 권면한 적이 있다. 선교지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물론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도 시간은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삶을 함께하면서 그들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그들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등산을 하다가 바위틈 그 비좁은 곳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살아남은 것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의 그 독특한 문화 속에 뿌리를 내리고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데 거기엔 특별한 공식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어떤 때는 이렇게 또 어떤 때는 또 저렇게, 이 사람에게는 이렇게 저 사람에게는 저렇게, 같은 사람, 같은 상황에서도 이번에는 이렇게 다음에는 저렇게 적용되는 것이 삶이다. 이렇게 상황마다, 때마다 다 달라야 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삶이기 때문이다. 삶에는 절대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똑같은 것이 절대 없다(그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작은 나무 한 그루의 나뭇잎을 하나하나 비교해 보라. 천개면 천개, 만개면 만개 다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삶에는 이론이라는 게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학, 인류학, 언어학 등을 통해 좀 더 쉽게 현지적응을 하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내가 선교현장에서 겪었던 작은 경험들을 통하여 그들 문화 속으로 들어간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선착순 비행기 타기

1996년 처음 K국에 들어가려고 김포공항에서 출국 수속 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청사를 빠져 나가는데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가 비행기 탑승을 하는 것이다. 괜스레 마음이 위축이 되면서 이상하다 싶어 비행기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거기엔 분명 지정 자석번호가 적혀 있었다. 자, 그러면 이럴 땐 문화적응을 하기 위해 같이 뛰어야 할까? 아니면 천천히 걸어가야 할까? 


나는 천천히 걸어서 비행기에 탑승해 내 자리로 걸어갔다. 그런데 내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다른 좌석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지그시 눈을 감고 별 일 아닌 것처럼 누워있었다. 자 그러면 문화적응을 위해 나도 다른 빈자리에 가서 그들처럼 누워야 할까? 아니면 그들에게 문화인의 삶을 가르치기 위해 제자리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일어나라고 해서 내 자리를 찾아서 앉아야 할까? 내가 선택한 행동은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스튜어디스에게 가서 표를 보여주면서 영어도 러시아어도 아닌 그저 몸동작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스튜어디스는 아무 말 없이 엷은 웃음을 보이고는 그냥 돌아가라며 손 사례를 치는 게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일행들과 뒤 쪽으로 가서 비행기 바닥에 신문을 깔고 앉았다. 비행기가 출발할 시간이 되자 스튜어디스는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나 앉으라 하고 서 있는 사람들은 빈자리에 앉도록 했다.


먼저 눕는 사람이 주인

C국을 몇 년 왔다 갔다 하면서 이제는 혼자서 시골의 교회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 기차표를 사서 가는 일이 흔해졌다. 매번 중간 역에서 기차를 타다가 보니 표에는 자석 번호가 없다. 지금은 아주 작은 시골 역을 제외하고는 중간 역에서도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출발역에서만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기차가 도착.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은 별로 없었고 빈 자석도 많이 보였다. 그래서 ‘앉아서 갈 수 있겠다.’라는 안심과 기대에 부풀어 기차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별로 없는데 좌석은 가득 찼다. 중간 중간에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기대어 서 있었다. 두 사람이 앉는 의자에도 세 사람이 앉는 의자에도 한 사람씩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이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적응을 위해 그냥 8시간 동안서서 가야 할까? 아니면 자는 사람을 깨워서 양해를 구하고 앉아야 할까? 그런데 그 기차 안에는 누구도 자는 사람을 깨우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면 그 자리에 앉았고, 그가 돌아오면 같이 앉아서 가는 것이 그들의 삶이었다.


미대생들에게만 팔아요

2001년 상○○○에서 MK수련회를 준비하기 위해 전지를 사러 시내에 나갔다. 어렵게 문구점을 찾았는데 전지가 없었다. 여기저기 찾아 다녔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사지 못하고 그냥 돌아와서 저녁에 유학생 봉사자들이 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전지는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만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봉사자들은 전부 음악전공자들이라 학생들에게 내일 미술전공자를 찾아서 전지 10장을 사오라고 부탁을 하였다. 다음날 학생들은 여기저기 전화를 하여 어렵게 미술전공자를 찾아서 전지를 사왔다.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 페○○○에 유학 오는 한국인유학생들은 없기 때문이었다. 현지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었던 우리의 무식이 적나라하게 들어난 사건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욕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재료를 효과 있게 사용하기 위해 삶의 문화로 자리 잡은 그들의 매매 방법을 이해하고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부족함을 이겨 내었던 그들의 지혜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신이 다 사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해요

그때 또 다른 준비물인 풍선을 사려고 문방구에 돌아다니다가 첫 번째 두 번째 문방구에서는 한 열개 정도씩 밖에 없어서 그냥 나왔고 세 번째 문방구에서 풍선이 병에 많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80-100개 정도) 전부 사면 얼마인지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한 번에 전부를 팔 수 없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당신이 다 사가면 다른 사람은 살 수 없기 때문에 다 팔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것을 나한테 팔고 도매상에 가서 또 사오면 되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그러면 자신이 도매상에 갔다가 오는 동안 누군가가 풍선을 사러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하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50개 정도만 사고 또 다른 가게들을 돌면서 어렵게, 어렵게 150개를 샀다. 부족하지만 나누어 써야 한다는 의식이 삶에 베여있는 사람들이다.  


돈만 있으면 남의 것도 다 가질 수 있다는 자본주의에 푹 빠진 우리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어리석고 미련한 것 같지만 그들은 그렇게 부족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삶의 여유가 있었다. 가게에 손님이 들어온다고 기뻐하지 않고, 그가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냥가도 미련을 갖지 않고 필요하면 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갈 것이기에, 또 지금 사지 않아도 돈이 모아지면 다시 와서 사 갈 것이기에 그때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그들에게는 있다.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도 하지 못하는 우리는 오히려 그들을 통해 가지지 못한 자와 삶을 함께하는 여유를 가져본다.  


티타임과 기차표

사할린에서 시골로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선생님과 기차역으로 갔다. 다섯 명 정도가 흩어져 서 있었다. 선생님은 마지막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 러시아 어디서나 표를 사는 곳에는 굳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새로이 도착한 사람은 꼭 마지막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어보고(끄또 빠실레드니?)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그 사람 뒤에 표를 끊으면 된다. 또 다음 사람이 와서 물어보면 자신이 마지막이라고 대답해 주면 된다. - 나는 다섯 명 정도이니깐 금방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는데도 한 사람도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 명 표를 끊는데 20분이 넘게 걸렸다. 여권을 보여주고 그 여권을 텔렉스에 입력하고 응답을 기다리고… 두 시간 조금 덜 되어서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여권을 주었다. 그리고 텔렉스 입력을 끝내고 응답이 오고 다시 입력하고… 드디어 기차표가 프린터에서 출력되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역무원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뒷문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는 아가씨를 불렀다. 표는 이미 다 프린트되어 나왔는데 아가씨는 나를 보고 씩 웃으면서 ‘티타임’이라며 그냥 나가버렸다. 표를 눈앞에 두고 30분을 더 기다렸다가 그 표를 받았다. 10분이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기차표를 2시간 40분이나 걸려서 구입했는데 그 기차표는 우리나라의 기차표가 아니라 비행기표와 동일한 것이었다(5장 이상으로 이루어져 한 장씩 찢으며 사용하는 옛날 텔렉스형 비행기 표). 이 기차역에서 표를 사면서 조급해 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당일 기차표를 사는 사람도 어쩌면 나뿐일 수도. 오랜 계획 속에서 여행을 하는 그들은 며칠 전에 예매를 하고 시간이 되어 기차역에 나와서 기차를 탄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크고 작은 보따리가 들려 있고 그 보따리 중 하나는 기차 여행을 하는 동안 먹을 음식이 들어있다.

물론 사○○에서는 12시간 정도 가는 기차가 멀리 가는 기차이지만 본토에서는 가까운 지역 여행이 이틀 삼일 여행이고 먼 여행은 일주일에서 열흘을 기차 안에서 보내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음식보따리는 매우 중요한 짐이다. 돈이 있다고 아무 곳에서나 쉽게 음식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 西瓜 | 순회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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