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말, 중국의 개방정책에 의해 교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중국교회 소식이 몹시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여권으로는 중국에 갈 수 없어서 중국교회 소식은 주로 중국을 방문하고 한국을 들러 돌아가는 재미교포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중국에 다녀온 재미교포 목사님에게 “중국교회의 예배 모습이 어떻던가요?” 물어보았더니 “하얗습디다. 하얘요. 하얀 파도밖에 보이는 것이 없더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교인들의 대부분이 연세가 많은 분들이어서 이층에서 내려다보니 흰머리들이 파도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는 찬양대원들도 백발을 머리에 인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뒤에 저도 이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 말에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는데, 한중수교 이전이라 홍콩에 가서 어렵게 별지비자를 구해서 베이징으로 해서 선양에 가서 일박하고, 선양에서 프로펠라 비행기로 동북지방까지 갔습니다. 그곳 동포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했는데 정말 ‘은파(银波)의 교회’였습니다.
어떤 대답을 주시렵니까?
이런 저런 일로, 제게는 중국의 교회라고 하면 연세 높은 분들이 많은 교회라는 인식이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렇게 젊은이들이 많고, 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에 저절로 감동이 되었고 그것이 눈물로 발전한 것입니다.
예배가 끝나고 식사를 하면서 그 청년들에게 교회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찬양대원, 홈페이지 담당, 교회학교 교사, 여러 가지 답이 돌아왔습니다. ‘교회학교 교사?’ 다시 근 30년 전, 동포교회의 주일예배에서 본 장면이 또 올랐습니다. 설교가 끝나고 새 교인들을 소개하는 순서가 되었는데 새 교인 이십여 명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이 가운데 있는 청소년들은 자기가 스스로 나온 것이지, 누가 전도해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종교관련 법규들 가운데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종교사상을 주입해서는 안 되고 아동들을 데리고 종교활동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不得对未满十八岁的青少年灌轮宗教思想, 不带领少年儿童参加宗教活动).”는 조항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는 1980년 2월 1일에 제정된 ‘허난(河南)성 기독교 애국운동 수법공약’ 제4조에 있는 말인데, 1983년 5월 7일에 제정된 ‘푸젠(福建)성 기독교 삼자애국운동위원회 애국공약’ 제8조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푸젠성의 애국공약에는 “학생에게 종교사상을 주입할 수 없다.”는 말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교회에는 교회학교가 없었습니다.
교회학교 교사라고 한 분에게 ‘교회학교 교사라고요? 예전에는 중국교회에 교회학교가 없었는데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정말이에요? 언제 적 이야기인데요?’ 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앞의 조항은 공식 폐기되었거나, 아니면 조항은 남아 있는데 사문화가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청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흰 파도가 검은 파도가 되었네! 은파의 교회가 흑파의 교회로 변했네! 참 아름답네!’
아가서에서는 연인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면서 “머리는 순금 같고 머리털은 고불고불하고 까마귀 같이 검구나”(아 5:11)라고 하였습니다. 흑발(黑发)의 중국교회가 그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속에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었습니다. 중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기뻤고, 한국교회의 일원으로서는 슬펐습니다. 한국교회가 지금 은파의 교회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청년부재의 교회가 되어가고 있고, 교회학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지요.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여보, 오늘 나, 기뻐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아내는 대답을 못하고 웃기만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해 주시렵니까?
또 다른 G-1
그 교회에는 선교사들이 보내온 선교보고들을 게시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빈 부분이 많았습니다. 목사님이 “평소에는 꽉 차 있는데 오늘은 중국 선교사들이 보내온 선교보고서들은 미리 모두 떼어냈어요.”했습니다.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저들의 신상을 다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또 나쁜 뜻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 청년들이 선교보고를 보고 중국에 돌아가서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가운데 그 이야기가 정부쪽에 흘러가면 선교사들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했습니다.
중국교회의 현실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저렇게 힘차게 부흥하고 있는 중국교회가 한없이 부러워졌습니다. 중국교회가 ‘흑파의 교회’가 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구원사의 주역으로 세계교회를 이끌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중국은 지금 G-2의 자리를 이미 확보하고, 지금 G-1 자리를 놓고 미국과 다투고 있습니다. G-2의 ‘G'는 ‘Group’이라는 뜻인데, 중국은 또 다른 의미의 G-1을 바라보며 꾸준히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바로 ‘Gospel 1', ‘복음최대강국‘을 말합니다.
중국이 그렇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합니다. 어느 종교사회학자는 2030년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습니다. 우리는, 중국교회가 그 힘을 바르게 사용하도록 조언하고, 체험을 나누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번 호에는 중국교회와 북한선교를 기획으로 정했습니다. 지난 호의 “발행인 통신”에서 예고해 드린 것과 같이 앞으로 “선교일언” 꼭지를 통해서 "중국교회와 통일선교"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 문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흑파의 중국교회가 그 힘을 북한을 위해서도 사용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에서 입니다.
여름이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 바랍니다. ♣
♧ 유관지|중국어문선교회 고문, 본지 발행인. 성화감리교회(분당)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