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여전히 모순에 차있고 난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 중국의 경제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로 내리막길로 질주했다. 때로 학자들은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 심각한 의문점을 표하기도 했다.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 경제가 일어서고 있는 모습은 그저 대단한 정도가 아니다. 그 잠재력이 어디서 온 것인가? 이 책은 중국 경제에 대한 여러 학설과 논쟁을 소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근대를 맞이하기 전의 전통적인 중국 경제가 어떻게 근대를 겪어내면서 변모했는가를 보여준다.
저자인 필립 리처드슨은 브리스톨 대학 역사학과에서 경제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중국 현지에서 장기간 거주하며 교학활동을 한 경험으로 중국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녔다. 그러한 점이 이 책이 1999년 출판된 이래, 지금까지도 미국과 영국의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면서 일반 독자와 학자의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이유라고 한다.
균형 잡힌 시각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선 근대전환기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분석틀을 비교 소개한다. 2장에선 18세기 절정기의 중국 전통경제와 19세기 초 위기의 시작을 그려주고 있다. 이 책의 중심부 역할을 하고 있는 3장에선 189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의 국민계정에 관한 계량적 연구를 비교, 분석하면서 과연 이 시기 중국 경제가 성장했는가 아니면 정체했는가, 과연 근대적 발전 동력은 존재 했는가에 대한 해부를 시작한다. 나머지 4~6장에선 근대 중국 경제의 성장을 논하는 핵심적인 분야, 즉 대외무역과 외국인 투자 등 외부적 요소의 영향, 근대적 산업분야의 성장, 농업 부문을 각각 다루면서 1950년대까지 분석의 범위를 확대했다. 7장에선 경제성장에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인 국가와 경제 간의 관계를 분석한다.
전반적으로 리처드슨은 성장론과 정체론의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은 채,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논쟁을 정리한다. 이 책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결론만 비교한 것이 아니라 각 논자가 동원한 분석기법도 자세히 재검토하고,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무리한 가정의 설정, 상호 모순되는 가설의 병립 등 내부적 결함을 하나하나 드러내어, 독자가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쟁점들 저자는 중국의 근대적 경제 발전의 등장에 대한 분석을 다음 네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첫째, 쇠퇴에서 정체를 거쳐 성장과 발전에 이르는 스펙트럼 안에 전반적인 경험을 어떻게 범주화할 것인가? 둘째, 외국의 개입 정도와 그것이 국내 경제와 맺은 관계의 성격은 무엇이었나. 셋째, 노동력은 점점 늘고 토지는 부족해지는 농촌경제에서 변화의 역동성을 규정하는 힘들의 복잡한 상호 영향 관계는 무엇이었나. 넷째, 국가의 역할은 어떠 했나 등이다.
중국과 산업혁명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왜 유럽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났고, 중국에선 왜 일어나지 못했는가, 그 이후에라도 중국은 왜 공업화하는 서양을 따라잡지 못했는가? 저자는 이 서양 중심적인 접근법에 이의를 제기한다. 중국을 서양과 비교할 때 서양에서 산업혁명을 낳았다고 여겨지는 요소가 없었다는 식으로 중국의 경험을 설명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경험과 다르다는 것이 곧 실패를 의미하진 않는다. 중국이 서양과 단지 피상적으로 달랐다거나 경험의 정도에서 달랐던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측면에서 달랐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은 국가라는 주제 저변에 깔린 철학이 달랐다. 서양 사회가 명확한 법률적 규범을 운영하고 그 규범을 통해 지배된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도덕적 규범에 의존했다. 그 도덕적 규범은 국가의 활동과 시장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정치, 경제도 달랐다. 더구나 서양의 관점에서 중국에선 국가가 강했다거나 약했다고 규정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못하다. 중국에서 국가의 목적은 서양의 그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시장과 시장이 낳은 다양한 제도의 도덕적 기초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곧바로 서구적 자유 시장의 논리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
성장과 구조 변화 이 책에서 특별히 관심이 갔던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의 과거 경제적 경험을 수치화 한 것이 과연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체계적인 통계화라는 것은 언제부터 가능했을까? 통계에 대한 정확성은 접어두고 1880년대-1936년 사이 GDP에 있어서 각 부문의 기여도를 퍼센트로 산정해본 결과 중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전근대적 생산, 특히 농업이 지배적이었다. 포이어워커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농업 부문에 포함되지 않거나 농업 부문과 매우 긴밀한 관련을 맺지 않은” 경제 부문은 거의 없었다.
1930년대에도 농업 부문이 여전히 국내 총생산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반면(제조업, 광업, 설비, 건설 등으로 정의되는) 근대 공업은 겨우 7.5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유사한 구도가 지출에서도 드러난다. 개인 소비가 국민총소득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했다. 투자와 정부 서비스 부문은 기껏해야 각각 5퍼센트로, 기여도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전근대적인 상태였다. 농업이 여전히 노동력의 80퍼센트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구조적 변화가 분명히 진행되고 있었다. 공업 부문은 전체적으로 1914~1918년에서 1931년-1936년 사이에 그 비중이 16.1퍼센트에서 18.9퍼센트로 높아졌다. 그중 근대공업은 동시기 매년 약9퍼센트씩 성장하여 그 비중을 3.5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높였다.
대부분의 경제사가(經濟史家)는 1949년 이후 적어도 20년 동안 대부분의 경제사가는 중국 역사를 분석하면서 매우 다른 두 접근 방식 가운데 하나를 채택했는데, 봉건주의와 제국주의의 영향 아니면 전통과 근대 사이의 관계에 집중했다. 중국의 학자들은 전자를, 구미의 학자들은 후자를 선호했다. 중국의 연구자들은 당연히 마르크스주의의 틀에서 그들의 분석을 전개했다. 중국 경제는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 과정에 있는 반(半)식민지 사회를 의미하는 전(前)자본주의적이고 봉건적인-또는 차라리 반(半)봉건적인-것으로 간주되었다.
책을 덮으며 이 책에서 다룬 시기의 중국 경제는 본질적으로(사회, 경제, 기술에서 모두) 전근대적인 토대의 한계에 직면한 채 산업화하는 서양과의 접촉으로 끌려들어간, 토지는 부족하고 노동은 풍부한 농업경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환경이 틀을 잡고 결정지어간 복잡한 변화의 과정을 그림 그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저자 리처드슨은 중국 경제를 수동적으로만 파악하는 과거의 정체론이나 근대화론에 대해서는 수정을 가한다. 동시에 20세기 초 중국 경제가 근대적 성장에 진입했다는 로스키 같은 급진적 주장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19세기 초까지 중국 경제의 수준에 대해 서양과 비등한 평가를 한 포머란츠, 윙 등의 최신 비교사 연구성과를 받아들이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찬란했던 중국 경제도 19세기 중후반 이후 서양에 뒤떨어지고 말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결론은 보수적이고 유보적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보여준 중국 경제의 근대화 문제를 둘러싼 현 학계의 지도만으로도 중국 경제와 현대 중국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일독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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