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소비문화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표현 가운데 하나가 ‘웨지경제(悦己经济, yuèjǐ jīngjì)’이다. 여기에서 ‘悦’는 ‘기쁘게 하다’, ‘己’는 ‘자기 자신’을 뜻한다. 따라서 ‘웨지(悦己_’는 문자 그대로 ‘자기 자신을 기쁘게 한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에 경제가 붙어 ‘웨지경제(悦己经济)’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사회적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행복과 취향, 정서적 만족을 위해 돈을 쓰는 소비 현상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자기만족을 위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부모세대, 특히 개혁개방 이전이나 경제성장 초기의 어려움을 경험한 세대에게 소비의 중요한 기준은 ‘실용성’이었다. 물건을 살 때 “이것이 꼭 필요한가?”, “오래 사용할 수 있는가?”, “가격이 저렴한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의 소비에는 새로운 질문이 하나 더해졌다.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바로 이 질문에서 ‘웨지경제’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주로 ‘95허우(95后,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의 소비문화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소비층이 남성뿐 아니라 중·노년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작은 인형이나 캐릭터 상품을 사고, ‘굿즈(谷子)’를 모은다. 여기에서 ‘谷子(gǔzi)’는 영어 ‘goods’의 발음을 중국식으로 표현한 말로, 주로 애니메이션·만화·게임 등의 IP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을 가리킨다. 또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다른 도시로 여행하기도 하고, 향수와 아로마 제품을 구매하거나 예쁜 카페를 찾아간다. 반려동물, 게임 아이템, 여행, 마사지와 스파, 운동과 취미, 문화 공연에도 기꺼이 돈을 쓴다. 이러한 소비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하면 내가 즐겁다.” “잠시라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웨지소비(悦己消费)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선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확인하며, 정서적인 위로와 만족을 얻는다. 때로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오늘날 중국 젊은이들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디에서는 아끼고, 어디에서는 쓸 것인가’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2025년 중국 청년 관련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1.02%가 일상생활에서는 절약하더라도 자신의 관심과 취미를 위해서는 돈을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생 응답자의 87.32%는 ‘즈쟈비(质价比)’, 즉 가격에 비해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쟈비(心价比)’와 ‘칭쟈비(情价比)’라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물건의 가격과 품질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급한 돈만큼 마음이 만족했는가?”, “나에게 얼마나 좋은 감정과 경험을 주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의미 충전(意义充电)’이라는 소비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즐거움을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를 통해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신적·정서적 필요까지 채우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마케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사용 상황만 강조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어떤 감정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들의 생활 방식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비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품질과 경험, 정서적 가치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중국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젊은이들은 무슨 돈으로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일까? 2026년 7월 중국 국가통계국의 나이별 조사실업률 자료에 따르면, 재학생을 제외한 16~24세 도시 청년의 실업률은 17.9%였고, 25~29세는 7.2%였다. 전체 도시 조사실업률 5.2%와 비교하면 청년층의 취업 압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오늘날 중국 청년 소비의 역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청년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미래가 불확실하므로 현재 자신에게 작은 행복을 주려는 청년들도 있다. 안정된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고, 집을 사거나 결혼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청년들은 먼 미래의 거대한 목표를 위해 현재의 모든 행복을 희생하기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은 만족을 선택한다. 좋은 커피 한 잔,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 하나, 주말의 짧은 여행, 콘서트 티켓 한 장 그리고 게임 아이템 하나가 그런 것이다.
예를 들어 상하이(上海)에서 일하는 26세의 한 청년을 생각해 보자. 그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할인쿠폰을 이용해 커피를 사고, 점심은 배달 앱에서 할인율이 높은 음식을 선택한다. 옷을 살 때도 유명 브랜드보다 품질이 비슷하면서 저렴한 대체상품을 찾아본다. 그는 누가 보아도 절약하는 청년이다. 그러나 금요일 저녁,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이 판매되면 수백 위안을 기꺼이 지급한다. 주말에는 친구와 고속철도를 타고 다른 도시로 공연을 보러 가고, 공연장에서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도 구매한다. 그에게 콘서트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반복되는 업무와 경쟁,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며 위로이고, 다시 살아갈 활력을 얻는 시간이다.
또 다른 형태도 있다. 상하이 푸둥(浦东)에서 일하는 32세의 한 여성은 상반기 보너스를 받은 뒤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2만 8,000위안(약 560만 원)짜리 핸드백을 구매했다. 그는 이런 행동을 자신의 경력이 다음 단계에 들어선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축하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소비는 단순한 물질적 과시라기보다 자신의 성취와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소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청년들의 자기를 위한 소비는 매우 다양하다. 여행, 디지털 기기, 운동과 헬스 그리고 교육과 자기계발처럼 삶의 경험과 능력을 높이는 데 돈을 쓰기도 한다. 굿즈, 콘서트, 전시회, 팝업스토어처럼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을 확인하는 데 소비하기도 한다. 또한 피부관리, 향수, 간식, 소규모 체험 등 자신을 위로하고 돌보는 소비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비싼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70위안(약 14,000원)짜리 블라인드 박스나 10여 위안의 즉석복권(刮刮乐)에서 작은 즐거움을 얻고, 누군가는 수천 위안의 화장품이나 수만 위안의 명품 가방을 자신에 대한 보상으로 선택한다.
그렇다면 왜 웨지경제가 등장했을까? 웨지경제의 등장에는 중국 사회의 여러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의 축적이다. 오늘날 중국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며 성장했다. 기본적인 물질적 필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서 소비의 목적도 단순한 ‘소유’에서 ‘경험과 만족’으로 이동하고 있다.
둘째, 치열한 경쟁과 사회적 압력이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경쟁, 높은 주택 가격, 결혼과 육아 비용 등은 청년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는 때때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정서적 피난처가 된다.
셋째, 자기표현과 개인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의 확산이다. 부모세대가 가족과 집단을 위해 개인의 욕구를 뒤로 미루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면, 오늘날 젊은 세대는 “나 자신도 돌볼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넷째, SNS와 디지털 문화의 발달이다. 샤오훙수(小红书), 더우인(抖音)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취향과 소비가 빠르게 공유되고 새로운 유행이 만들어진다. 공연, 여행, 카페 그리고 굿즈 등의 소비는 개인적 즐거움인 동시에 또래와 연결되는 하나의 사회적 언어가 되었다.
결국 웨지소비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정서 조절, 자기표현, 정체성 형성 그리고 사회적 관계라는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웨지경제가 갖다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다. 먼저 자신을 존중하고 돌보는 문화가 확산할 수 있다. 건강한 취미와 여행, 운동, 문화생활 그리고 자기계발 등에 돈을 쓰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공연, 전시, 여행, 문화콘텐츠, 반려동물, 스포츠 그리고 취미 등 새로운 소비시장을 확대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한다. 특히 반려동물 산업은 웨지경제의 중요한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2025년 중국 도시 지역의 반려동물 소비시장 규모는 3,126억 위안에 달했으며, 반려동물의 출생과 양육에서 의료와 장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생로병사’를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웨지경제에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어느 순간 ‘계속 소비하라’는 메시지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당신은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위해 이것을 사십시오”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그렇게 되면 ‘자기 사랑’과 ‘자기 소비’가 동일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소비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문제를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가 될 수도 있다. 안정적인 소득이나 저축이 없는 상태에서 신용을 이용해 계속 소비한다면 오늘의 웨지가 미래의 자신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알고리즘, 라이브커머스, SNS가 결합하면 개인의 불안과 외로움, 스트레스와 같은 정서적 약점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웨지경제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젊은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좋아하는 책을 사고, 여행하고, 운동을 배우고, 공연을 보고 그리고 친구들과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문제라고 할 이유는 없다. 반대로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더 많이 소비하라”고 자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나를 즐겁게 하는 소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의 나와 미래의 나를 함께 행복하게 하는 소비’로 발전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운동하고 건강을 관리하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문화와 예술을 누리는 소비는 순간적인 만족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반면 과도한 명품 소비, 중독적인 게임 결제, 무분별한 굿즈 구매, SNS 과시를 위한 소비 그리고 빚을 내서 하는 충동구매는 웨지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건강한 소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웨지경제는 단순한 소비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중국 젊은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창이다. 그 창을 들여다보면 한편으로는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취향과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로운 세대가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취업과 주거, 치열한 경쟁과 인간관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작은 소비를 통해 오늘 하루를 견디려는 청년들의 모습도 보인다. 따라서 장려해야 할 것은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웨지이지 ‘과잉소비’가 아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청년들의 작은 행복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상품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자극하는 상업주의이다.
어쩌면 중국의 웨지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웨지에서 ‘청지(成己: 나를 성장시키는 것)’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웨지가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면, ‘청지’는 ‘나를 성장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웨지’에서 멈추지 않고 ‘청지’로 나아갈 수 있다면, 웨지경제는 단순한 소비 유행을 넘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새로운 문화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사회가 청년들에게 소비할 상품만 제공하고 안정된 일자리와 건강한 공동체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면 웨지경제의 화려한 상품들 뒤에는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남을 것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소비하는 것인가, 아니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인가?” 어쩌면 이 질문이야말로 ‘웨지경제(悦己经济)’라는 신조어가 오늘날 중국 사회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 ♣
*이 글은 챗GPT와 퍼플렉시티, 바이두(百度)의 자료를 참고, 종합하여 작성하였다.
♣사진 출처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