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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3 통권 290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쌍희(雙囍, Double Happiness)》 _현재의 행복

올해 2월 대만 설 연휴에 상영된 《쌍희(雙囍:Double Happiness)》는 대만 감독 쉬청제(許承傑)가 연출한 영화다. 쉬(許) 감독은 2020년 《고독의 맛(孤味, Watch Little Big Women)》을 각색하고 연출했는데, 그는 이 영화로 57회 대만 영화제 진마장(金馬獎)에서 신인감독상과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다. 이번 영화도 전작처럼 쉬청제가 실제 겪었던 가족 이야기를 다루었다. 

5성급 호텔 세프 가오팅성(高庭生, 劉冠廷 분)은 홍콩 신부 우다이링(吳黛玲, 餘香凝 분)과 결혼하는 날에 이혼한 부모님이 각각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두 번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가오팅성이 근무하는 호텔 원산대반점(圓山大飯店, The Grand Hotel, Taipei)의 10층 송백홀(松柏廳)에 아버지 가오성훙(高盛宏, 庹宗華 분)의 하객을 모시고, 12층 곤륜홀(崑崙廳)에는 어머니 바이옌신(白雁心, 楊貴媚 분)의 하객을 모셨다. 

가오팅성은 장인 우선생(吳先生, 田啟文 분)과 웨딩플래너 샤오루이(小芮, 9m88 분)의 협조와 도움으로, 아버지 가오성훙과 어머니 바이옌신이 서로 모르게 30분 차이로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한다. 행복과 축복이 가득해야 할 결혼식은 온갖 소동 속에서 불안하고 촉박하게 진행된다. 신랑은 장인과 신부에게 미안해한다. 신랑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겪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다시금 곱씹게 된다.

영화는 어린 가오팅성(高庭生, 아역배우 楊樂多 분)이 어머니와 공항에서 헤어져 혼자 돌아오는 타이베이행 비행기에서 이별의 슬픔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본인 승무원은 이를 지켜보고 비즈니스석에 제공하는 갑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가져와 한 입 먹고 검게 물든 치아를 보여준다. 어린 가오팅성은 그제야 자신도 한 입 먹고 치아를 내보이면서 미소를 짓는다. 승무원은 “힘들어도 식사를 잘해야 해, 먹고 나면 힘이 날 거야”라고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이 먹물 파스타는 가오팅성에게 슬픔을 견디게 해주고 다시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소울푸드가 된다. 

성장한 가오팅성이 세프로 근무할 때, 결혼 전 아내가 메뉴에 없던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주문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만나게 된다. 이처럼 음식은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엄격했던 아버지는 먹물 파스타를 먹은 가오팅성의 치아를 구석구석 깨끗이 양치질하게 하고, 치아 하나하나를 검사하기까지 했다. 

아버지는 가오팅성에게 결혼 피로연에서도 먹물 파스타 메뉴는 빼라고 요구했다. 여러 사람을 동원하여 갑오징어를 간신히 구한 가오팅성은 아버지의 요구에 난처해진다. 순간, 그는 파스타를 만드는 대신 갑오징어 먹물을 원형 모양의 튀김 요리 안에 넣기로 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결혼식 하객들은 하나같이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서로 검어진 치아를 벌리고 웃으면서 행복한 사진을 찍는다. 

신랑에게 어려서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먹고 양치질해야 했다는 에피소드를 들은 신부는 태어날 그들의 아이가 오징어 파스타를 먹고 검어진 치아를 보이면, 그때 장난치면서 즐거워하자고,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오늘 우리가 즐거우면 된다고 말했다.

오징어 먹물의 검은색은 경사를 나타내는 빨간색과 대조를 이룬다. 중국인은 결혼식에 온통 붉은색으로 치장한다. 불길한 색상의 검은색과 흰색은 장례식을 떠올리게 하고, 전통적인 사고의 어른들은 불길하다며 여전히 거부한다.

영화는 음식 자체보다 그 음식에 얽힌 개인의 감정에 집중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색상과 전통적인 가치를 지녔더라도, 결국 사람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오팅성은 두 번의 결혼식을 올리면서 두 배의 행복을 아내에게 선사하겠다고 말한다. 두 번의 결혼식은 가오성팅 부모의 두 번의 결혼식을 이른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은 자식에게 두 배의 행복이 아니라 아픔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가오팅성은 원가정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으며 성장했다. 

가오팅성은 양육권을 가진 아버지와 살았다. 어린 가오팅성은 엄격한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따랐다. 어머니를 만나는 날,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오팅성은 회의가 있어 못 만난다는 말을 듣고 몰래 회의장을 찾아간다. 어머니는 회의장에 들어온 가오팅성을 보고 달려가 안아주고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한다. 그 후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는 가오팅성을 데리고 나왔다.

아버지 가오성훙은 결혼식 날 아들에게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가오성훙은 이혼하기 전 아내 바이옌신에게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위해 남아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아내는 자기가 남는다고 해도 빈껍데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에게 이 말을 들은 가오팅성은 그동안 엄마를 애타게 그리워하던 자신을 떠올렸고, 어머니가 계신 식장에서 격한 감정이 올라왔다. 

부모의 비위에 맞춰 두 번의 결혼식을 하게 된 상황에 가오팅성은 화가 났다. 그는 술을 마신 취기에 어머니가 부탁해서 만들어 놓은 샴페인타워를 쓰러뜨리고 예복 턱시도는 젖어버렸다. 그는 어머니에게 “제가 샴페인타워를 싫어한다고 했잖아요”라고 자신의 감정을 쏟아냈다.

가오팅성의 부모는 서로 이혼하고 각각 재혼하는 바람에 그는 두 분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게 되었다.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은 두 번씩 챙겼으며, 어려서부터 두 곳을 뛰어다녔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두 번의 결혼식을 10층과 12층에서 하게 됐다. 자기를 위한 결혼식도 아닌데, 두 배의 행복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한 장인과 신부에게 미안하게도 고통을 준다고 토로했다.

결혼식을 간소화하자던 가오팅성의 부모는 길일을 고집하고, 술의 종류를 따지고, 샴페인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들과 신부가 결혼 신고하는 공공장소에 온 가오팅성의 어머니는 약혼식의 일종인 문정의식(文定儀式) 차올리기를 요구했다. 신부가 양가의 가족과 남편에게 찻잔을 올리면 찻잔을 받은 이는 홍바오(紅包)와 축복의 말을 전한다. 아버지는 친지 하객으로 온 치과의사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을 소개한다. 자녀의 결혼식에서 부모는 체면을 앞세우고 사회적 위세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아버지의 결혼식장에서 친할머니는 손자 가오팅성과 함께 입장하며 “너 이젠 다 컸구나”라고 말한다. 할머니 손에 자란 가오팅성에게 이렇게 두 번의 결혼식을 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신부 우다이링은 신랑 가오성팅에게 어떤 힘든 일이 일어나든 함께 매 순간을 마주하자고 격려했다. 더 이상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지 말고, 그들 자신을 위해 살자고 다짐했다. 억지로 사는 삶은 황당한 상황을 만들 뿐이다. 지금 우리 자신이 행복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촬영지인 원산대반점은 국부기념관, 자유광장 그리고 101빌딩 등과 더불어 타이베이의 랜드마크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의 친지 가족이 참석한 약혼식인 문정의식은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외국의 원수를 접대하던 이 호텔의 국빈 연회장에서 촬영했다. 문정의식은 대만어로 진행됐으며, 홍콩 신부인 우다이링과 신부 아버지 우선생은 광둥어를 썼다. 표준어 교육을 시행하던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인 이 호텔은 민주화 이후의 다양한 문화와 수용을 상징적으로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 제목인 쌍희(雙囍)는 두 개의 기쁠 ‘희(喜)’가 겹친 ‘희(囍)’는 겹경사를 의미하며, 주로 혼인을 말한다. 영화에서는 두 번의 결혼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결혼은 일평생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며 종신대사라고도 한다. 후스(胡適)가 1919년 3월에 발표한 중국 현대 최초의 연극 대본인 《종신대사(終身大事)》에서 자유결혼에 관한 화두를 던졌다. 백 년의 세월이 흘러도 결혼의 행복에 관한 질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감독 쉬청제는 영화 《고독의 맛》의 장례식에서 《쌍희(雙囍)》의 결혼식으로, 음식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모르게 진행한 결혼식은 결국 폭로되었다.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 만나지만, 이혼한 부모는 아들 부부와 단체 사진을 함께 찍지 못한다. 이혼 가정에서 자란 어린 자녀의 깊은 상처는 성인이 돼서도 쉽게 아물지 못하고, 일평생 가장 중요하고 축하받아야 할 결혼식에서도 이어진다. 

쉬 감독은 서너 살에 부모가 이혼하고 재혼했다. 그래서 그는 홍콩과 대만 두 가정을 오가며 홀로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영화 속 이혼 가정의 어린 소년과 결혼식에 감독 자신의 그림자가 곳곳에 배어 있다. 

한국의 결혼과 출산율이 최근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혼율은 눈에 띄게 내려가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은 자녀의 돌봄 문제를 일으킨다. 어린 자녀의 학대 혹은 사망 사건 뉴스도 종종 듣게 된다. 영화는 부모가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의 행복과 평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사진 출처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글로벌문화통상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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