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첫차를 타본 적이 있습니다. 하도 오래되어서 왜 첫차를 타게 되었는지도 잊었지만, 첫차에 웬 어르신들이 이렇게 일찍들 움직이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들 대부분이 미화부 일을 하시기 위해 첫차를 타신 것입니다. 미화(청소)는 사무실이나 마켓 또는 규모가 큰 쇼핑몰 등의 정식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미화 작업을 해야 하기에 그렇게 일찍 움직이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장샤오만은 중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다오펑도서상 ‘2023 논픽션 작가’로 선정되며 오늘날의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신예 작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 산시성 상뤄 출신으로 현재 선전에 거주합니다. 《선전완바오(深圳晚報)》와 《신주간(新周刊)》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심층 보도를 담당했고, 이후 중국의 대형 IT 기업에서 4년간 일했습니다. 저자의 고향은 외지고 교통도 불편해서 늘 변방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요즘은 그렇게 자주 들리는 말은 아니지만, 지방에서 서울에 갈 때 서울 올라간다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 제 청소년기 때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지은이의 고향 사람들은 자신을 ‘아래쪽’에 있다고 생각해서 산시(陝西) 남부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올라간다’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시안에 올라간다. 베이징에 올라간다. 광저우에 올라간다고 하는 식입니다.
저자의 엄마는 1968년생이라고 합니다. 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춘샹(春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시골에선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지라, 아빠는 1년의 절반을 외지에 일하러 나갔다고 합니다. 비록 살림 형편은 넉넉하지는 못했지만, 부모님은 자신들이 못 배운 대신에 자식들만큼은 제대로 공부를 시키고 싶어서 저자와 저자의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고 뒷바라지할 준비를 합니다. 그 엄마는 42살 되던 해부터 1년 단위로 할 수 있는 일을 구해 외지로 나갑니다. 엄마와 아빠는 보통 정월에 집을 떠났다가 동짓달이나 섣달에 돌아옵니다. 두 분이 같은 곳으로 갈 때도, 따로 갈 때도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방학이 되면 남매는 친척 집을 전전하거나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가끔 부모님의 일터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고향집은 어차피 비어 있기 때문에 잘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엄마는 오랜 노동과 살림에 치여 초등학교 3년 동안 배운 한자를 거의 다 잊어버렸고, 자기 이름만 겨우 쓸 줄 압니다. 수십 년간 책을 손에 쥐어본 적도 없고, 글씨도 쓰지 않았습니다. 길을 찾을 때는 표지물을 보고 기억합니다. 엄마에게는 자기만의 생존 지혜와 논리가 있었습니다. 엄마는 악착같이 일해 돈을 벌며 온 마음을 쏟아 일궈온 그 노동의 세월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집에서 10리 떨어진 바나듐(철강의 강도와 내열성을 높이는 금속 원소. 중국은 바나듐 세계 최대 생산국이라고 합니다) 광산에서 꼬박 1년 동안 50명 넘는 일꾼들 밥을 해 먹였어. 한 달에 1천 위안을 받았지.” -2010년. “9월 스무 며칠까지 계속 그 광산에서 일꾼들 밥을 했어. 한 달에 1,100위안을 받았어. 집에 와서 보름 쉬었다가 란톈(藍田)에 가서 나무 심는 일을 하고 춘제(春節) 전에 집에 돌아왔지. 일한 만큼 받은 일이어서 1만 위안 넘게 벌었어.” 2011년. 엄마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인부들 밥을 해주는 것이었네요.
그 외에도 바나듐 광산에서 ‘공 굴리기(광산에서 파낸 흙과 돌을 처리하는 작업), 벽돌공장, 찻잎 따기, 집 짓는 막일, 부잣집에서 회장님 어머니 수발들기 등등 노동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 2020년쯤에 일이 딱 끊기게 됩니다. 저자의 부모님은 일이 끊기자 무척 불안해지셨습니다. 반평생 막일로 남매를 뒷바라지했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하자 두 분은 매우 심란해하십니다. 그래서 저자는 일자리를 구해드리겠다며 부모님께 선전으로 오시라고 권유합니다. 지은이는 대학 졸업 후 선전에 자리 잡은 지 어느덧 6년, 그 사이 저자는 선전에서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거실 하나에 방 두 개짜리 집을 얻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분(엄마 나이 쉰둘, 아빠는 예순)은 난생처음 집을 떠나 1,500킬로미터나 떨어진 남쪽 도시까지 오시게 됩니다.
저자는 일자리를 찾아 선전으로 올라온 엄마와 10년 만에 함께 살게 됩니다. 저자에게 엄마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평생을 시골에서 가족과 이웃을 건사하며 살아온 엄마는 거칠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기엔 엄마가 지나치게 헌신적입니다. 엄마가 몸으로 버텨온 삶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저자는, 선전에 올라와서 청소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엄마를 보면서 미안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자신이 엄마의 노동으로 짓눌린 등을 밟고 살아남은 생존자가 된 것 같은 마음도 갖게 됩니다. 저자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고자 900일 동안 엄마의 일터를 따라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루에 16시간 3만 보를 걷고, 남자 화장실에서 잠을 청하고, 물집이 잡힌 채 출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무리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노동의 보상(품삯)이 다르지요. 수백, 수천의 차이가 나기도 하지요. 쇼핑몰의 미화원은 투명인간이자 변두리 사람입니다. 저자는 쇼핑몰이 비현실적이리만치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화원 개개인의 시간을 무자비하게 빼앗은 결과라고 표현합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불쉿 잡(Bullshit Jobs)》이라는 책에서 타인에게 명백히 이로운 일일수록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받는 보상은 낮아지는 현상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듯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책 뒷부분엔 엄마 춘샹 여사의 말과 저자 그리고 저자의 남편이 각각 쓴 글이 실려 있습니다. 선전에 온 지 거의 3년이 되어가는 시점입니다. “가끔 생각해 보면, 자식들이 선전에 와서 대도시 생활을 하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선전은 늘 돈이 모자라는 곳이다. 집값은 금값이고, 물가도 너무 비싸다. 선전에서는 옥수숫가루 한 근이 5.98위안인데, 그 돈이면 우리 고향에서는 세 근을 살 수 있다. 선전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만, 번 돈 대부분을 다시 쓰게 된다. 무엇이든 우리 고향보다 훨씬 아주 훨씬 비싸다. 돈이 물에 빠진 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위가 남긴 글에서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저자의 엄마는 정부 청사에서도 미화부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딸 부부)는 장모님의 시선을 통해 회사에서 일이 풀리지 않은 때면 초조한 마음에 화장실 칸 안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남자 공무원을, 책상 밑을 쓸어 낼 때마다 빠진 머리카락이 점점 더 늘어나는 여자 직원을, 직장을 잃을까 봐 임신을 계속 미루는 여자 직원을 보기도 했다. 또 원고와 보고서에 파묻혀 컴퓨터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일에 몰두한 사람도 보았다.”
저자인 딸은 이런 글을 담아 마무리했네요. “우리는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일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못 본척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완벽해지는 것도, 흠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근면함’이나 ‘사심 없는 헌신’ 같은 말로 미화원들이 도시의 청결을 위해 바치는 노고를 치켜세우면서, 정작 그들이 보장받지 못하는 실질적인 권리는 외면하고 무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부당하고도 터무니없는 일이다.”
이 책은 출간 이후 ‘2024 중국 좋은 책’, ‘2024 CCTV 봄 추천 도서’ 등에 선정되며 중국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그 밖의 저서로는 《빅테크의 작은 사람(大厂小民)》이 있습니다.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