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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6.4 통권 286호     필자 : 원핑(文平) 프린트   이메일 
[기획]
〈천풍(天風)〉을 통해 살펴보는 중국교회 이슈들(2) _2025년 4~6월호를 중심으로


【편집자 주】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발행되는 기독교 잡지〈천풍(天風)〉의 2025년 1월호∼3월호를 중심으로 한 내용을 지난 4월호에서 처음으로 다루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4월호∼6월호의 ‘특집 토론(衆議苑)’ 코너에 게재된 특집 주제와 그 토론 내용의 요약을 통해 중국 기독교의 최근 이슈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025년 4월호 ― 기독교 중국화, 체계적·심층적·실질적인 추진 (4): “성육신(道成肉身)”

〈천풍〉 2025년 4월호의 토론 주제는 ‘기독교 중국화’를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고, 내실 있게 추진하는 데에 있어 ‘성육신(道成肉身)’에 관한 것입니다. 이는 기독교 중국화라는 시각으로 중국교회 특색의 ‘기독론’을 정립하려는 편집자의 의도라고 밝힙니다. 이번 호에서는 두 편의 글을 통해 ‘성육신이 문화를 온전하게 한다’라는 관점에서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접목하여 하나님의 임재를 이해하고, 중국 기독교의 기독론을 해석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글은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부비서장이고 쓰촨(四川)성기독교양회 부주석, 부회장 겸 총간사인 장졘(張健) 목사의 “‘화해 신학’과 성육신의 현실적 의의에 관한 고찰(浅谈“和好神学”与道成肉身的现实意义)”입니다. 이 글은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성육신’을 중국 사회의 핵심 가치인 ‘조화(和谐)’와 연결하여, 현대 중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신학적 방향과 사회적 책임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장졘 목사는 ‘화해’는 오늘날 중국 사회의 핵심 가치이자, 기독교 신학의 중요한 관념이기도 하다고 강조합니다. 성육신은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를 위한 기초이며, 그 목적 자체가 곧 화해입니다. “경건함의 비밀은 하나님께서 육신에 나타나신 것”(딤전 3:16)이며, 그리스도의 구원은 인간과 하나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깨어진 관계를 회복시킵니다.

다음으로 장졘 목사는 화해 신학의 중국교회적 의미를 피력합니다. 중국교회가 화해 신학을 강조하는 데는 세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첫째, 역사적으로 종파 분열로 흩어졌던 중국교회가 삼자운동 이후 비로소 합일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둘째, 사회적으로 근대 고난의 역사를 거쳐 세워진 신(新)중국은 안정과 단결을 염원하며, 화해의 복음이 그 속에서 살아있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셋째, 현실적으로 화해 신학은 교회 성장, 조화로운 사회 건설, 기독교 중국화 추진이라는 세 가지 과제에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어서 장졘 목사는 중화 전통문화와의 접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중화 전통문화의 ‘화합’은 서로를 수용하고, 교류하며, 과거의 장벽을 허물고 우호적 관계를 자발적으로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먼저 인간에게 손을 내미신 구원의 원리와 깊이 맞닿아 있어 중국인들이 복음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통로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장졘 목사는 화해 신학의 실천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화해 신학은 ① 사람과 사람의 화합을 통한 사회 통합 기능, ② 다문화·다종교 간 대화 촉진, ③ 교회의 사회봉사와 자선 실천이라는 세 방향으로 구체화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사람과의 화합, 자연과의 조화를 실천할수록 하나님과의 화목도 깊어지며, 이것이 곧 성육신 신앙의 현실적 구현입니다. 화해 신학은 오늘의 중국 기독교인들이 조화로운 사회 건설에 더 크게 이바지하도록 이끄는 신학적 나침반입니다.

두 번째 글은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종교학원 한쓰이(韓思藝) 교수의 “성육신과 ‘말씀이 인생으로 됨’(道成肉身與‘道成人生’)”입니다. 한쓰이 교수는 “도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며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다”(요 1:14)라는 사도 요한이 선포한 이 계시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또 성육신의 기본 사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높은 곳에서 인간이 올라오기를 기다리지 않으시고, 친히 낮아지셔서 세상 가운데 거하십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스도인의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한쓰이 교수는 성육신과 인생길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하나님의 도가 육신뿐 아니라 예수님의 인생 전반에 걸쳐 드러났다고 보아 이를 ‘道成人生’이라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가 경전 《대학》의 3대 요강(三大綱要: 明明德·新民·止於至善)과 8대 과목(八大科目: 格物·致知·誠意·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을 예수님의 삶과 비교하여 놀라운 일치를 발견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영광을 완벽히 나타내셨고(明明德), 끊임없이 성장하셨으며(新民),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 천부께 돌아가심으로 지선의 삶을 완성하셨습니다. 그분의 삶은 니고데모, 사마리아 여인 등 만나는 모든 이에게 진실과 사랑으로 임하신 성의·정심·수신(誠意·正心·修身)의 표본이었고, 제자들을 통해 천하에 하나님의 선하신 덕성을 드러내는 평천하(平天下)의 사명을 이어가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쓰이 교수는 ‘성육신적 삶(道成人生)’의 신앙 여정을 설명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부름을 받은 순간부터 성육신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지상명령(마 28:18〜20)의 핵심은 단순한 선교의 확장이 아니라 “내가 명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 곧 천하에 하나님의 덕성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은 먼저 자신을 날마다 새롭게 하고(롬 12:2), 교회를 잘 세우며, 점차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엡 4:13)에 이르러야 합니다. 《대학》의 수양 순서는 중국 그리스도인들이 이 영적 성장의 길을 이해하는 데 중국식 지혜를 제공합니다. 성육신의 산증인으로서 우리는 생명으로 증언하며, 마침내 그리스도를 통해 하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순례의 여정을 걸어갑니다. 


2025년 5월호 ― 기독교 중국화, 체계적·심층적·실질적인 추진 (5): “자기를 비운 그리스도(虛己的基督)”

〈천풍〉 2025년 5월호의 토론 주제는 ‘기독교 중국화’를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고, 내실 있게 추진하는 데에 있어 ‘기독론’에 관한 것입니다. 이는 기독교 중국화라는 시각으로 중국교회 특색의 기독론을 정립하려는 편집자의 의도라고 밝힙니다. 성육신 사건의 신학적 탐구를 통해 그리스도의 빛나는 인성(人性)을 체득하고, 아울러 성도들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겸손하게 섬기며, 열심히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글은 안후이(安徽)신학원 학생부 주임 왕레이(王雷)의 “육신과 성정으로 본 그리스도의 인성(從肉身和性情看基督的人性)”입니다. 이 글은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는 신성과 인성, 두 본성을 완전하게 지니셨으며, 두 본성은 서로 혼동되거나 분리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신성은 중시하면서 인성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입니다. 예수님의 생애와 활동은 그 인성을 다방면으로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그래서 왕레이 주임은 먼저 보통 사람과 같은 몸인 육체적 표현을 기술합니다. 예수님은 하루아침에 자라난 슈퍼맨이 아니라, 영아에서 점차 어른이 되셨습니다. “지혜와 키가 자라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눅 2:52). 야곱의 우물가에서는 지쳐 앉으셨고, 십자가 위에서는 “목마르다”라고 하셨으며, 폭풍 속 배 안에서는 깊이 잠드셨고, 광야 사십일 금식 후에는 주리셨습니다. 이 모든 장면은 예수님이 우리와 동일한 육체적 필요를 지니셨음을 보여줍니다. 바로 그렇기에 그분은 민중의 굶주림과 고통에 깊이 공감하셨고, 오병이어의 기적과 수많은 치유로 그 자비를 실천하셨습니다.

이어서 그는 풍부한 인간적 감정인 성정(性情)적 표현을 기술합니다. 예수님은 희로애락을 고루 갖추신 분입니다. 제자들과 기쁨을 나누기 원하셨고(요 15:11),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셨으며, 겟세마네 동산에서는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마 26:38)라고 토로하셨습니다. 한편, 성전을 정화하실 때는 상인들을 내쫓으셨고, 외식하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의로운 분노를 터뜨리셨습니다. 부드럽고 온유하신 면과 강직하고 의로우신 면을 함께 지니신 예수님은 인간성의 가장 완전한 본보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왕레이 주임은 그리스도 인성의 신학적 의미를 정리합니다. 그리스도의 인성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며, 그분의 생애 전체를 통해 다방면으로 드러납니다. 피와 살을 가지셨고, 풍부한 감정을 지니셨으며, 그 인성은 흠 없이 완전하셨습니다. 평범한 듯하나 모든 것을 초월하신 그리스도는 인성의 최고 본보기이며, 인류의 구원자이자 도덕과 영성의 위대한 스승이십니다. 중국교회는 그리스도 인성의 빛을 드러냄으로써 신자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사회를 섬기고, 그리스도의 큰 사랑을 전파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두 번째 글은 홍콩 훙언(宏恩)기독대학 우즈밍(吳梓明) 교수의 “‘군자의 사고’: 그리스도 인성론의 중국화에 대한 재탐구(“君子之思”: 基督人性論中國化的重探)”입니다. 기독교 신학의 중국화란 기독교가 더 이상 ‘양교(洋敎)’가 아니라 진정으로 중국에 속한 기독교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자는 ‘군자의 사고’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이는 중국 전통문화의 사유 방식으로 기독교를 해석하는 것으로, 성경으로의 귀환, 5·4 운동 이후 구세대 중국 신학자들에 대한 귀환, 중국 문화 원전으로의 귀환이라는 세 방향을 포함합니다. 

먼저, 우즈밍 교수는 5·4 운동 이후 중국 신학적 사고의 특징을 정리합니다. 서양 신학이 ‘신을 지적으로 연구하는 학문(The Study of God)’이라면, 중국인은 ‘신을 알고, 믿고, 경배한다’라는 방식으로 신앙에 접근합니다. 셰푸야(謝扶雅)를 비롯한 구세대 토착화 신학자들은 “히브리는 ‘믿는(信)’ 민족, 그리스와 서방은 ‘지(知)’의 민족, 중국인은 ‘행(行)’의 민족”이라고 보았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자위밍(賈玉銘)은 중국인에게 신·지·행이 삼합일체(三合一體)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으며, 자오쯔천(趙紫宸)의 신학은 ‘실천의 신학’으로 불렸습니다. 왕웨이판(王維藩)은 서양 신학의 ‘학(學)’이 과학과 철학이라면, 중화 문화의 ‘학(學)’은 ‘학문을 배우는 것’과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구분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그리스도 인성론의 중국식 재해석에 대해 정리합니다. 서양 신학의 그리스도론(Christology)이 ‘그리스도에 관한 학문’으로 신인 이성, 삼위일체와의 관계 등을 탐구한다면, 군자의 사고에서 그리스도론은 ‘그리스도를 배우는 것’, 곧 예수님의 진정한 제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는 서양화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도, 예수를 중국 성인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며, 중국인으로서 예수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왕웨이판은 “신학이 도덕성과 종교적 함양을 담고 있지 않고 처세와 처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국 문화적 의미의 학문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려 함이라”(막 10:45)라는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인격은 겸손과 섬김과 희생으로 나타나며, 이는 중화민족의 전통 정신을 되살리는 데도 기여합니다.

그다음으로 우즈밍 교수는 타오싱즈(陶行知)의 ‘사랑의 교육’을 제시합니다. 타오싱즈는 신학자는 아니었지만, ‘근대 중국의 위대한 인민 교육자’로 불리며 그리스도 인성의 빛을 비추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가 평생 추구한 ‘사랑은 천하에 가득하다’라는 이상과 위대한 희생정신은 기독교의 박애 정신, 곧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 3:16)의 말씀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그가 샤오좡(曉庄)사범학교를 설립할 때 “샤오좡은 사랑에서 생겨났다. 사랑이 있는 곳이 바로 샤오좡이 있는 곳”이라고 했던 고백은 이를 잘 드러냅니다. 그의 생활교육·농촌교육·서민 교육은 모두 사랑의 교육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독교 인성론이 중국 현실에 깊고 실질적으로 구현된 가장 구체적인 사례입니다.

마지막으로 우즈밍 교수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군자의 사고는 중화 문화의 사유 방식으로 기독교 신앙을 해석하는 신학적 중국화의 실현 가능한 방식입니다. 그리스도를 배운다는 것은 겸손, 섬김, 희생의 정신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며, 사랑의 교육은 하나님의 사랑을 중국 땅에 증언하는 구체적인 통로입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구원뿐 아니라 풍성한 생명을 주시기 위함이며(요 10:10), 그리스도 인성의 겸손과 섬김과 희생의 정신으로 살아감으로써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2025년 6월호 ― 기독교 중국화, 체계적·심층적·실질적인 추진 (6): “자기를 비운 그리스도(虛己的基督)”

〈천풍〉 2025년 6월호의 토론 주제는 ‘기독교 중국화’를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고, 내실 있게 추진하는 데 있어 ‘그리스도 인성론’에 관한 것입니다. 이는 기독교 중국화라는 시각으로 중국교회 특색의 기독론을 정립하려는 편집자의 의도라고 밝힙니다. 성육신 사건의 신학적 탐구를 통해 그리스도의 빛나는 인성(人性)을 체득하고, 아울러 성도들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겸손하게 섬기며, 사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글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구러우교회(鼓樓堂)의 한위(韓愈) 목사의 “산과 물과 이웃의 ‘어부와 나무꾼’은 ‘겸손한 예수’의 가능한 중국 이미지(山水和隣舍中的“漁樵”---“謙卑耶蘇”的一個可能的中國形象)”입니다. 이 글은 어부와 나무꾼 이미지로 그리스도의 겸손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리스도론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겸손은 현실 교회에서 두 가지 위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지나친 이론화로 공염불이 되거나, ‘도덕주의’로 흘러 선한 척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빌립보서 2장 5〜10절의 ‘자기를 비운 그리스도(虛己基督)’는 그리스도 겸손의 고전적 표현으로, 겸손은 추상적 덕목이 아니라 풍요로운 삶의 현장에서 드러나는 생생한 신앙의 자세입니다. 중국 사상이 ‘삶의 현장(生活場景)’에서의 교화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중국 전통의 어부와 나무꾼 이미지는 겸손한 예수를 묵상하는 훌륭한 통로가 됩니다.

첫째, 소박하고 꿰뚫어 보는 지혜입니다. 겸손을 단순히 사양하는 태도로 이해하거나 번잡한 경건의 연출로 만드는 것은 그리스도 겸손의 본질을 놓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겸손은 권력과 욕망의 시험을 초월하여 천부(天父)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순종하는 능력에서 드러납니다.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했다”(고전 2:2)라고 한 것은 불필요한 번잡함을 제거하고 핵심에 집중하라는 권면입니다. 중국 사상의 어부와 나무꾼이 역사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듯, 그리스도의 제자도 소박하고 통찰력 있는 지혜로 하나님의 뜻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둘째, 산수(山水) 속 경외와 안식입니다. 겸손은 사람 앞의 사양만이 아니라 창조에 대한 경외와 은혜의 향유입니다. 예수님은 산에 올라 기도하시고 물가에서 가르치셨습니다. 중국 사상에서 산수는 ‘대지 속의 초월지(大地中的超越之地)’로, 어부와 나무꾼은 산수를 생활 자원으로 삼으며 우주의 질서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사람입니다. 겸손의 지혜는 권력과 지식과 돈의 채찍에서 해방되어 일상을 경영하는 자유를 줍니다. 산속의 밝은 달, 강 위의 맑은 바람이 모두 아버지의 선물임을 알고 누리는 것, 이것이 겸손한 지혜가 그리스도인에게 주는 ‘안서(安舒, 편안하고 홀가분하다)’입니다.

셋째, 이웃과의 화목 속 책임입니다. 어부와 나무꾼은 외로운 은자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 속에서 노동하며 이웃과 화목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육신의 겸손함의 모범인 예수님은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삶의 현실에 공감하고 개입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공생애 이전 30년을 나사렛에서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사신 것은 세속적 삶과 책임을 버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사는 겸손의 모범입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속담처럼, 겸손한 그리스도인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빛과 소금이 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한위 목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립니다. ‘중국의 눈’으로 성경을 바라보면 ‘지간(至簡)’, ‘산수(山水)’, ‘이웃(隣舍)’ 속의 예수, 곧 생생하게 겸손한 예수를 만납니다. 세속의 삶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온정으로 가정을 경영하고, 자연과 이웃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조용하고 부지런하게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 이것이 ‘겸손한 예수’가 중국 기독교인들에게 주는 영감입니다.

두 번째 글은 홍콩중문대학교 철학 박사, 홍콩성공회역사연구센터 연구원 천루이원(陳睿文)의 “《민중 성가집》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겸허함(基督的謙卑--以《民衆聖歌集》爲例)”입니다. 《민중 성가집》(1931년)은 자오쯔천(趙紫宸)의 초기 그리스도론이 가사 형식으로 표현된 중요한 신학적 텍스트입니다. 이 성가집은 이후 1936년 《보천송찬(普天頌讚)》의 출판에 중요한 기초가 되었으며, 그리스도의 겸손과 인성이라는 주제를 중화 문화의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먼저, 천부께 순종하는 겸손입니다. 자오쯔천의 가사에는 예수님과 하나님 아버지의 깊은 부자 관계가 일관되게 흐릅니다. “예수님의 언행이 서로 합치되어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계획을 나타내셨다”라는 가사처럼, 예수님은 모든 것을 자신에게서 나온 것으로 말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셨습니다. 광야의 시험에서도 “하늘 아버지께 의지하여 큰 힘을 얻었다”라는 표현처럼, 겸손은 인내와 순종으로 천부를 신뢰하는 삶의 자세였습니다. 자오쯔천은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왔고, 하나님의 확신으로부터, 생명의 근본에 대한 경건함으로 살았다”라고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중국인과 동행하는 ‘인간이신’ 예수입니다. 자오쯔천은 서양의 ‘신이자 인간(神而人)’의 예수와 구별하여 중국적 맥락의 ‘인간이자 신(人而神)’의 예수를 강조했습니다. “여우는 굴이 있고 새는 둥지가 있으나 예수는 영락없이 떠다닌다”라는 가사는 예수님의 빈천하고 낮은 처지를 묘사하며, 그 인격의 원만함을 드러냅니다. 그에게 예수님은 나와 함께 고난받고 멍에를 짊어지는 분, 곧 중화 문화에 뿌리를 두고 중국인과 동행하는 친구입니다. “짚 모자를 쓰고 쇠 호미를 메고 밭으로 나가 예수를 찬미하라!”라는 <농사짓는 노래(種田歌)>(49번)는 노동하는 일상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중국적 영성을 담아냅니다.

마지막으로는 섬기고 희생하는 겸손입니다. 자오쯔천은 예수님의 겸손이 섬김과 희생으로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예수님이 섬기러 오시다니 참으로 철저하십니다.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으니”라는 가사처럼, 도성육신(道成肉身), 즉 ‘하나님의 말씀(道)이 사람의 육신(肉身)이 되어 세상에 오셨다’라는 것은 종의 형상을 취하신 하나님의 자기 비움입니다. 예수님은 길을 보여주시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용감하게 나아가 생명을 얻습니다. 교회의 생명과 사역은 바로 이 그리스도 성육신의 연속이며, 겸손한 행동을 본받는 것입니다.

천루이원 박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스도의 겸손한 정신을 견지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과 중화 문화, 중국 사회, 중국 민중의 융합을 촉진하는 길입니다. 자오쯔천이 《민중 성가집》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겸손하게 섬기고 기독교 공익 자선 전통을 발휘할 때, 기독교는 중국 대지에서 지속적인 생명력을 발휘하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더할 수 있습니다. 




〈천풍〉 2025년 4〜6월호 이슈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1. ‘화해 신학’의 신학적 순수성과 정치적 적응 사이의 긴장에 대하여
장졘 목사의 ‘화해 신학’은 성육신의 핵심인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를 중국 사회의 핵심 가치인 ‘조화(和谐)’와 연결하여 복음의 사회적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적 화해가 죄의 고백과 십자가의 대속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를 사회주의 핵심 가치와 동일 선상에 놓을 때 복음의 예언자적 긴장감과 도전적 성격이 희석될 위험은 없는지요? 신학적 순수성을 지키면서도 사회적 적응력을 발휘하는 균형점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2. ‘성육신적 삶(道成人生)’의 확장 해석과 성경적 근거의 충분성에 대하여
한쓰이 교수는 성육신을 단순히 육신을 취하심에 그치지 않고 예수님의 인생 전반에 걸친 ‘성육신적 삶’으로 확장하여 《대학》의 3대 요강과 8대 과목을 예수님의 삶과 대응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중국 지식인들에게 복음의 친근감을 높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가의 수양론적 틀로 성육신을 해석할 때, 구원론의 핵심인 은혜의 일방성과 인간의 전적 무능이 자칫 인간의 도덕적 수양과 혼동될 위험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요?

3. ‘군자의 사고’로 본 그리스도론이 복음 전도에 미치는 실제적 효과에 대하여
우즈밍 교수의 ‘군자의 사고’는 그리스도를 배우는 것을 곧 사람됨을 배우는 것으로 해석하여, 중화 문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달하는 유효한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타오싱즈(陶行知)처럼 기독교 신앙과 직접적인 연결 없이도 ‘사랑의 교육’을 실천한 사례를 기독교 인성론의 구현으로 볼 때, 기독교 신앙의 고유성과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유일한 길이라는 배타적 복음 선포가 약화하지는 않는지요? 문화적 접근법과 복음의 유일성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4. ‘어부와 나무꾼’ 이미지의 상황화 신학으로서 가능성과 한계에 대하여
한위 목사의 ‘어부와 나무꾼’ 이미지는 겸손한 예수를 중국인의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기독교 영성이 일상과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도록 돕는 탁월한 상황화 신학의 시도입니다. 그러나 이 이미지가 중국 전통의 은자적·도가적 세계관과 혼합될 경우,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구체성과 긴박성이 자연과의 조화라는 미학적 이미지에 묻혀버릴 위험은 없는지요? 상황화 신학이 혼합주의로 흐르지 않으려면 어떤 신학적 경계선이 필요할까요?

5. 자오쯔천의 찬송 신학이 오늘의 한국교회에 주는 선교적 시사점에 대하여
자오쯔천은 《민중 성가집》을 통해 그리스도의 겸손과 인성을 중국인의 언어와 감수성으로 노래함으로써, 신학이 예배와 삶 속에서 체화되도록 이끌었습니다. 이처럼 찬송과 예배의 언어를 통한 신학의 토착화는 한국교회의 선교 현장, 특히 문화적 다양성이 증대되는 이주민 사역과 다음세대 사역에서도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자오쯔천의 찬송 신학에서 어떤 구체적인 선교적 영감과 도전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사진 출처 | (위) 픽사베이 (아래) http://www.ccctspm.com/skywind [홈페이지]
♣원핑(文平) | 미도중국선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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