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대만 국민당 롄잔(連戰) 주석간 ‘60년만의 국공(國共) 수뇌 회동’이 지난 4월29일 공동 언론발표문을 공개함으로 역사적인 막을 내렸다.
중국의 ‘반국가분열법’ 제정 이후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이번 국공회동은 양안간 적대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남다르다. 하지만 이번 양안 정치지도자간 대화는 반국가분열법으로 경색된 양안관계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번 회동이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공산당과 국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중국'원칙을 반대하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5월 1일 천 총통은 남태평양 3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베이징 정부는 (야당이 아닌) 대만 지도부와 대화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양안 관계를 정상화하는 올바른 방법"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천 총통은 "출국 전 친민당 쑹추위(宋楚瑜) 주석과 전화를 했으며 후진타오 총서기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쑹 주석은 5월5일부터 12일까지 중국을 방문, 후 총서기와 만났다.
中의 통일전선전술인가 후 총서기와 롄 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했던 ‘1992년 공동인식(共識)’이 양안 관계 발전을 위한 협상의 기초라고 명시하며 대만독립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소위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당시 국민당 정부) 쌍방의 유일한 협상창구였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協會)와 해협교류기금회(海基會)가 홍콩에서 합의한 공동인식을 의미한다. 양측은 이 때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어 1993년 해협회 왕다오한 회장과 해기회 구전푸 회장간 회담이 열렸다.
이번 언론 발표문에 담긴 5개항은 △‘92공식’의 기초 위에서 평등한 협상을 최대한 빨리 재개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적으로 협상, 상호 군사신뢰 시스템을 구축하며 △전면적 경제교류를 촉진, 3통(通商 通航 通郵) 재개와 해상 항공직항을 실현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문제는 쌍방 협상재개 촉진 후 논의하며 △당대당(黨對黨)의 정기적 대화채널을 구축, 양당 관계자들이 상호 방문한다. 등이다.
특히 경제협력 분야에서 양안 간 공동시장 구축을 위한 합의가 실현될지 주목된다. 공동시장은 ‘경제무역관계 긴밀화 조치(CEPA)', ‘자유무역협정(FTA)'이 안고 있는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즉 CEPA는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와 이미 체결한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간 협정’의 의미를 띤 것으로 대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FTA는 국가 대 국가간 협정으로 ‘하나의 중국’에 위배된다. 한편 대만이 오랫동안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이를 점진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양당간 정기적 직접적인 대화 채널을 만들기로 한 것은 관심사이다.
후 총서기와 롄 주석 간 회담을 마친 뒤 공개한 5개 항의 언론 발표문에 대해 대만 집권당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대만 정부는 앞서 정당, 개인 또는 단체가 임의로 중국 등 외국과 국가 공권력에 관련된 합의 또는 약속을 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처리하는 것 등을 포함한 양안 관계 7개 원칙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민진당은 이번 합의 내용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통일전선전술에 놀아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안 관계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보다 대만 독립 반대에 관한 양당의 입장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 내용은 외교상 생소한 용어인 ‘공동 언론 발표문’의 형식으로 발표되면서 한계성을 분명히 했다. 국민당이 집권당이 아니기 때문에 양당간 합의가 구속력이 없을 뿐 아니라 실행력이 한계가 있다. 민진당 둥리원 중국사무부주임은 “중국이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한 마당에 민진당은 야당이 일으킨 중국 방문 열풍에 편승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양안 간 대화 촉진시킨 반국가분열법 이번 국공 회담에 앞서 중국 의회격인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제3차 회의는 ‘반국가분열법’을 출석대표 2901명 가운데 2896명의 압도적인 찬성(반대 0, 기권 2, 무효 3)으로 가결했다. 총 10개조의 반국가분열법은 △대만 독립 세력의 분열행위 △대만을 분열시키는 중대사변 △평화통일 가능성의 완전 상실시 ‘비평화적 방식’을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 통과된 법은 당초 초안에 있던 ‘평화통일 조건의 완전상실’이란 문구에서 ‘조건’을 ‘가능성’으로 바꿔 무력동원의 전제조건을 완화했다.
반국가분열법은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해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 양안통일에 대한 제4세대 지도부의 의지의 표현이다. 이 법은 방어적 측면과 공세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추진해온 독립 일정을 좌절시키고, 신장.티베트 등 중국 내 변방 지역의 독립 움직임을 미리 차단하려는 것은 방어적인 측면이다.
대만 쪽과 대화를 계속하고 통일 이후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한다고 규정한 것도 평화통일 움직임을 고무하기 위한 유인책이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인 독립 과정에 들어가면 ‘비평화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해 무력통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동시에 대만 문제는 중국 내부 문제임을 명시, 사실상 대만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평화 통일을 위해 평화적인 대화와 협상에 진력하겠지만 독립을 기도할 경우 비평화적 수단과 기타 조치를 취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다. 비평화적 수단에는 경제제재, 해협 봉쇄가 포함되지만 무력을 동원,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비평화적 수단과 기타조치에는 선전포고라는 구체적인 표현은 없지만 사태가 긴박할 경우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가 조치를 취하고 전인대와 상무위원회에는 차후에 보고할 수 있다고 규정, ‘선 선전포고 후 추인’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긴급 사태는 △대만이 독립을 위해 헌법개정이나 국민투표실시, 국기.국명 변경 △대만의 일방적 독립 선언 △외국 세력의 대만 침공?점령 또는 대만에 군대 주둔 △대만에 정치, 경제, 사회적 격변 발생 △대만 대량 살상용 무기 개발.구입 등의 상황으로 분석된다. 반국가분열법은 이밖에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외국 세력에 의한 중국의 해양봉쇄를 돌파하겠다는 중국 공산당 나름의 계산법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대만 정부는 중국의 반국가분열법 제정 이후 천수이볜 총통 주재 하에 첫 정부 고위급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한 끝에 나온 '양안 정치경제 새 국면에 대응하는 7가지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대만의 미래는 대만인이 결정한다. 둘째, 반국가분열법을 반대한다. 셋째, 정부의 권한 없는 공권력에 대한 약속은 사법처리한다. 넷 째, 중국의 대만 분열화에 부응할 시 즉각 대응한다. 다섯째, 여야 지도자 회의를 개최한다. 여섯째, 양안 경제.무역정책을 검토한다. 일곱째, 베이징 당국의 민주화를 촉구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국공회담은 공산당과 국민당에게 절반의 승리를 제공했다. 공산당은 국민당에게 선물보따리를 제시하면서 반국가분열법 제정으로 불편해진 양안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특히 후 총서기는 전임자 장쩌민(江澤民)과는 달리 대만 문제의 돌파구를 열었다. 과거 장쩌민은 대만 독립론에 대해 강경 대응하면서 오히려 천 총통의 입지가 넓혀주었다. 또 국민당은 2008년 총통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노릴 수 있는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대만인의 평가에 서도 읽을 수 있다. 대만인의 절반이상은 이번 롄잔과 후진타오의 국공합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시보는 롄잔 주석의 베이징 방문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56%였으며 양안 간 관계 개선에 도움일 될 것이라는 의견도 50%에 달했다. 연합보는 응답자의 56%가 적대 관계 해소에 일조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양안관계에는 대만을 흡수 통일, 민족적 통일을 달성하려는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 정부, 독립국가 건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민진당 등 대만 내 독립세력, 대만을 중간지대로 운용하려는 미국의 계산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중국 공산당과 대만 민진당은 우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서도 상이한 입장이다. 중국 공산당은 유일한 합법정부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입장이며 대만은 미래의 통일 중국의 한 지류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만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은 낡은 과거의 이념이라며 두개의 중국을 선언할 채비를 갖추려고 한다.
둘째, 한 국가 두 체제를 의미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식을 둘러싼 통일 방안에 대해 계속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홍콩식 일국양제 시스템이 대만 통일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공산당의 입장을 대만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은 양안 간 기장보다 안정적 현상유지를 원하면서 천 총통의 중국 본토 방문까지 권유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양안 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바뀌고 대만에서 중국 열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롄 주석측이 중국 방문 의사를 밝혔을 때 천 총통은 당초 “나와 합의 없이 가며 내란죄 처벌도 불사하겠다.”고 강경대응하기도 했지만 롄 주석의 중국행이 임박한 지난 4월23일 지지로 급선회했다. 불가피한 선택을 한 천 총통이 여기서 물러설지는 미지수이다. 그럴수록 집권당 민진당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증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천 총통과 민진당, 대만국민들에게 주어졌다. 양안관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진숙/ 북경대 정치학 박사학위 Can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