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랑으로 모인 사람들
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오는 차량들, 갖가지 먹거리를 파는 포장마차들, 역사적인 2002 월드컵의 화려한 첫 무대를 기대하는 중국인들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려는 한국인들로 이리저리 분주했다. 광주시와 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하고 Mtv에서 주최하는 “월드컵 기념 한.중 드림콘서트”가 열리는 광주 조선대학교 운동장은 마치 시골 장터 같은 분위기였다.
이 가운데, 운동장 먼지를 일으키며 등장한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방금 광주동명교회에서 광주지역 중국연합선교단 발대식을 방금 끝내고 온 전도단들이었다. 월광교회 여전도회원 40여 명은 저마다 손에 뭔가를 꼭 쥐고 있었다. 전도를 위한 중국어가 몇 마디씩 적혀있는 닳고 닳은 쪽지였다. 틈틈이 외우고 외운 중국어 실력을 드디어 발휘할 때가 온 것이었다.
조선대학교 대학생선교회(CCC)소속 학생들도 한쪽에서 중국인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으로 단기선교 여행을 다녀왔다는 선배를 빙 둘러서서 한 마디씩 ‘즉석 마스터 중국어 학습’에 정신이 없다. 국문과 1학년인 한 자매는 손바닥에도 중국어를 쓰고, 종이쪽지에도 적어 가며 순발력을 다해 열심히 외워 본다. “칭두이시아(請讀一下.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중국인에게 성경책을 주면서 말할 참인가 보다. 어찌 하든지 중국인들에게 한 마디라도 더 말을 붙여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견하다. 어디선가 용감한 중국인 전도자가 나타났다.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격려했다. 그가 입은 흰 티셔츠 앞 뒤 가득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간단한 전도 용어도 적혀 있다. 한 눈에 확 들어오는 게 효과 만점이었다. 대형 현수막에 중국어로 요한복음 3장 16절을 써서 들고 목사님도 눈에 띄었다.
광주에서 열리는 중국의 월드컵 첫 출전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이번 콘서트는, 중국인이 목적인만큼 그들이 먼저 입장하도록 하였다. 중국인들과 자리를 같이한 한국인 전도단원 가운데는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형제자매들이 많았는데, 함께 공연을 관람하면서 그들이 궁금해 하는 물음에 친절히 다해주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 근로자나 유학생들도 많이 참석하였다. 군산에서 유학하고 있다는 두 명의 앳된 여학생을 만날 수 있었는데, 몇 마디 말을 건네고 전도단 측에서 마련한 도시락과 커피 등을 대접하였다. 마음이 열린 여학생들은 어느 새 옆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상하이에서 왔다는 세련된 외모의 두 청년은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출연한 가수들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콘서트장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전도단에서 미리 마련한 선물이 있었다. 성경과 전도지, 예수영화 CD가 담긴 선물 꾸러미,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저녁 늦게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밖을 빠져나가는 중국인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전도단원들은 이곳저곳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중국 파이팅”
중국대표팀의 첫 경기가 있는 날 아침, 일찍부터 경기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중국인들은 출입구마다 진을 치고 있었고, 이 사이에서 전도단은 둘씩 짝을 지어 다니면서 선물을 나눠주었다. 자기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방한 중국인들도 많았다. 익산의 한 교회에서 온 중국인들은 성경 및 전도 책자뿐 아니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향과 색을 입힌 삶은 계란 한 바구니를 동포들에게 나눠주면서 줄기차게 중국어 찬양을 부르다가 월드컵 관리위 측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주차장 쪽 출입구로 줄지어 관광버스들이 들어왔다. 중국 현지 여행사가 조직한 단체 관광객들이 손에 손에 각종 응원도구를 들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중국에서 직접 제작해 온 오성홍기(五星紅旗)를 즉석에서 중국 응원단들에게 나눠주는 사람도 있었고,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인 보라 밀루티노비치의 얼굴을 새겨 넣은 주류회사의 홍보용 티셔츠도 등장했다. 중국을 응원하기 위해 온 한국 서포터들과 전도팀들이 중국 응원단을 만날 때마다 ‘쭝궈지아요우(中國加油 : 중국 파이팅)!’ 외치자, 기분이 좋아진 중국인들은 악수도 하고 인사를 나누면서 함께 환호성을 질러댄다.
전도단 중에는 인터넷에서 월드컵 중국연합선교단 광고를 보고 해외에서 원정 온 지체들도 있었다. 미국에서 중국선교 비전을 키워가고 있는 김에스더(20세) 자매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여 중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지금부터 중국에 관심을 갖고 힘 닿는 대로 실제적인 선교에 동참하고자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김에스더 자매 외에도 미국과 일본에서 온 교포 8명이 전도단에 합류하여 중국인 선교를 위해 함께 땀을 흘렸다.
연합의 아름다움
광주와 제주에서 열린 경기에서 중국대표팀이 패배하여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중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여행 일정을 변경하여 서둘러 귀국하거나 제주도 관광을 끝으로 귀국하는 등 예상보다 일찍 여정을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6월13일 서울 상암 경기장에서 열린 터키와의 경기 당일에는 광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인들이 많지 않았다.
사실 중국연합선교단은 이 날을 위해 가장 많은 준비를 했고, 서울이라는 지역적 특색 때문에 수십여 개 교회와 단체에서 천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중국선교를 위해 동원되었다. 전도단들은 짜임새 있게 팀을 이루어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응원하고 중국인들에게 성경과 예수영화 CD를 나눠주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 목청껏 구호와 응원을 외치면서 중국인들을 격려하는 전도단은 오히려 중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일종의 ‘문화 관광 상품’이었다. 중국을 응원하는 데 대한 고마움,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기념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는지 전도단의 사진을 찍는 중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중국인들을 목적으로 ‘선교’를 계획하고 추진한 것은 중국연합선교단만이 아니었다. 철저한 언어 준비와 엄청난 물량 공세로 한 발 앞선 갖가지 이단들의 출현에 때로는 전도팀들이 놀라곤 했다. ‘하나님은 외계인이다’라고 적힌 중문서적을 중국인들에게 나눠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월드컵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 관련 책자와 CD 등을 관광객들에게 나눠주는 파룬궁 신도들의 수도 매우 많았다. 파룬궁을 가장 우려하는 중국 정부에서는,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자국 관광객들에게 미리 철저한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도단이 나눠주는 성경과 CD도 파룬궁과 다를 바 없는 종교물품이라고 하여 받기를 거부하거나, 일단 받았다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월드컵을 통한 선교 활동은 선교 대상자들의 감정의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지혜와 분별이 요구됨을 실감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승리를 기원하는 그들과 동일한 마음으로 함성을 높이며 힘을 실어주었고, 경기가 끝나 이후에는 패배하여 실망하고 위축된 마음으로 경기장을 떠나가는 그들이 복음을 들을 기회를 포기하지 않도록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下次有機會)’고 격려하였다. 월드컵 대회 일정상 한 지역에서 한 게임을 치루는 경기 방식에 따라 전도 활동은 각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물심양면으로 섬기고 기도하며 전도에 힘쓴 서울과 광주, 제주 지역 성도들의 헌신이 크게 돋보였다. 중국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필요를 깨닫고 적극적으로 반응한 각 지역 교회와 선교단체들의 자박적인 차여에 박수를 보낸다.
취재.글∥이민선.중국어문선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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