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아 중국의 교육체제가 전면적으로 개편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99년 6월, 개혁개방 이후 3번째 열린 전국교육사업회의를 통해 “중공 중앙과 국무원의 교육개혁 심화와 소질교육 전면추진에 관한 결정(中共中央, 國務院關於深化敎育改革全面推進素質敎育的決定)”을 정식 공포하였고, 교육부는 “21세기 대비 교육진흥 행동계획(面向21世紀敎育振興行動計劃)”을 제정하였다. “결정”과 “행동계획”은 2010년까지 중국 정부가 추진할 전면적인 교육개혁의 목표와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 두 문서에서는 지금까지 이룩한 문맹퇴치와 9년제 의무교육의 성과를 토대로 전 국민의 교육 수준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고등교육의 대중화를 이룩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부터 중국 교육부는 문맹퇴치와 9년제 의무교육 실시를 양대 핵심 과제로 삼아 이의 실현에 큰 힘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두어 청장년 문맹률이 1978년의 18.5%에서 1998년의 5.5%로 감소하였고, 학령인구당 초등학교, 중학교 입학률은 99.1%와 88.5%로 상승하였다. 1999년도 초등학교 졸업생의 중학교 입학률도 94.4%에 달했고 중학교 졸업생의 고등학교 입학률도 50.0%에 달했다. 13억 인구 중 3억 이상의 교육인구가 남한 100배 크기의 영토에 분산되어 있는 중국의 실정을 볼 때 이는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의무교육의 확대 보급은 고등학교 교육의 규모와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재학생 총계가 2배 정도 증가하여 1980녀의 969.8만 명에서 1999년의 2,190.3만 명이 되었고, 학령인구당 고등학교 입학률도 41.5%가 되었다. 경제발전이 늦고 고급인력 수요가 적은 국내 실정을 감안해, 중국 정부는 늘어나는 고등학교 확대 압력을 실업계 고등학교(직업고등학교, 기능공학교, 중등전문학교)의 확대로 해소하려 하였다.
이에 따라 실업계 고등학생이 같은 기간에 5배 가까이 증가하여 226.2만 명에서 1,140.6만 명이 되었고, 재학생 비율도 80년대에 50%를 넘어서 지금까지도 이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의 확대는 9년제 의무교육으로 가중된 고등학교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고 대학입시로의 인력 집중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특히 대학교 진학률이 낮고 1차 산업 비중이 높은 농촌지역에서는 실업계 고등학교가 지역발전에 필요한 기술인력 양성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규모의 확대에 따라 15세 이상 인구의 평균 교육연한도 1990년의 5.5년에서 1999년의 9년 정도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실업계 고등학교 발전정책이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경제 발전으로 고급 인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떨어졌고, 국민소득 증대와 가족 계획으로 하나뿐인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가적인 수요에 대응하고 학부모들의 열망을 해소하기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를 일정 비율로 유지하면서 2010년까지 고등교육 대중화를 이룩하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1999년 현재, 전문대학을 포함한 전국의 1,07개 대학에 413.4만 명, 871개 성인대학에 35.5만 명, 총 718.9만 명이 재학 중이다. 교육부의 고등교육 확대 정책으로 총 학생수가 전년도에 비해 15.4% 증가하였으나, 학령인구당 입학률은 10% 정도로, 비슷한 국민소득 수준을 가진 국가들 보다도 상당히 낮은 수치에 머물고 있다. 인구 예측에 의하면 2010년의 학령인구(18~22세) 규모는 1.1억 명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이 때에 고등교육 대중화 비율(15%)을 넘어서려면 대학교 재학생이 1999년의 2.3배인 1,653만 명을 넘어서야 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11년간 일반대학 중심으로 재학생 규모를 7% 이상씩 확대하여 상기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국민 교육수준의 제고와 고등교육 대중화 정책으로 중국 대학의 위상도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중국의 대학은 일반대학과 일반대학 부설 전과(專科), 독립전문대학, 고등직업학교 등의 정규대학과 방송통신대학(廣播電視大學), 직공대학, 농민대학, 관리간부학원, 교육학원, 일반대학 부설 야간대학과 통신부(函授部) 등의 성인대학 등 상당히 다양한 유형의 대학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고등교육에서 전문대학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은 것이 중국의 커다란 특징이다. 유네스코(UNESCO) 통계에 의하면 중국의 제5급(전문대학) : 제6급(대학) : 제7급(대학원) 교육기관 재학생 비율이 1985년의 32 : 3 : 4에서 1995년에 44 : 52 : 4로 변했다. 같은 기간 세계 73개 국가의 평균이 26 : 66 : 8에서 29 : 63 : 8로 변화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 전문대학의 위상이 크게 제고된 것을 알 수 있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9년제 의무교육 확대로 전문기능인력과 중등교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졸업생의 취업률 감소로 90년대 중반부터 전문대학의 위상이 저하되고 정규 대학의 재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교육부는 대대적인 고등교육 체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의 운영체제를 합리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대학은 관리권이 각 행정부서로 분산되어 단과대학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따라서 중복투자가 심화되고 규모효율이 낮은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소규모 단과대학들을 통합해 종합화하고 학생 정원을 증가하여 규모효율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또한 대학의 관리권을 대폭 이양하여 지방정부가 지역경제의 특성에 맞는 인력들을 스스로 양성하도록 하였다. 특히 중서부 내륙지역과 농촌지역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각종 성인교육과 직업교육, 평생교육 등을 재정비하고, 이를 통해 실직자들과 유휴 인력들을 재교육하는 데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대학입시와 졸업생 취업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일종의 기여입학인 자비생 제도를 없애고 모든 학생들을 동일 기준으로 입학시키며, 국가에서 모든 경비를 지원하던 제도를 바꾸어 학생들의 등록금 비중을 제고하였다. 또한 졸업생 취업을 국가에서 보장하던 제도를 바꾸어 학생들이 스스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분세제(分稅制)로 재정수입이 증가한 지방정부가 지역 내 대학에 적극 투자하도록 하였다.
셋째, 고등교육 대중화에 따라 증가하는 신입생 규모 확대에 전문대학을 크게 배려하고 있다. 1999년에 ‘두 가지의 새로운’ 고등직업교육에 10만 명을 증원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제도는 ‘새로운 관리방법과 새로운 운영기제’에 따라 일반대학 부설로 전문대학을 운영하는 것이다. 다수의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과 소수의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을 입학시켜 전문대학 수준으로 육성한 후, 국가의 통일 졸업장을 주지 않고 취업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였다.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진학 규모를 확대해 재수생 문제를 해소하고,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도 대학진학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고등교육 확대로 인한 실업계 고등학교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실업계 학교 졸업생들과 현장 경험자들에게 이와 유사한 형태의 전문대학 교육 기회를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넷째, 교과과정을 크게 개혁하고 있다. 과거 중국 각 대학의 교과과정과 교안, 교재는 대부분 교육부의 통일된 지침과 관리하에 작성되었다. 그러나 교육체제 개혁과 고등교육 규모 확대로 지방정부와 각 대학의 권한이 강화되고 대학의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이런 방법의 한계가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중국 교육부는 전반적인 편성지침과 시범개혁 대학을 지정하는 데 그치고, 각 대학이 독자적으로 몇 개의 시범안 중에서 자기 실정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산학협려과 현장실습이 강조되고, 학부제나 학점제를 도입하는 등 학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섯째, 사립대학(원어로 民辦大學)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건국 초기부터 모든 대학을 국립대학으로 지정해 국가 예산으로 육성해 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국력에서 국가 예산만으로 고등교육 규모를 확대해 대중화를 이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중국 교육부는 9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의 등록금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해 왔고, 최근에는 사립대학을 육성해 민간 자본으로 대학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99년 현재 교육부의 학위증서를 수여하는 대학 37개교와 고등교육 학력고시 시범학교 150여 개교에 약 10만 명의 사립 대학생이 재학 중이다. 중국 교육부는 이를 계속 확대해 현재 국가 전체 교육비의 15% 정도인 학생 등록금 비율을 30~40%까지 제고할 계획이다. 중국의 사립대학은 외국과 달리 재산, 관리, 운영 등에서 상당 부분을 국가에 의존하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점차 이를 개방해 민간의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대대적인 교육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를 저해하는 문제점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첫째, 대학의 특성화와 자율권 확대가 지연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고등교육 대중화 과정에서 사립대학과 지역중심대학, 성인대학 등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중국은 아직 이런 유형의 대학들이 크게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제도적 요인에 의해 이들 대학들의 자육적인 운영도 크게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소수의 해외 화교들을 제외하고는 재력이 있는 민간인이나 기업들이 대학을 설립해 운영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교육법, 고등교육법, 교사법 등의 법률을 제정하여 지방정부와 대학의 자율권을 신장하고, 세수혜택을 제공하여 사립대학 설립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높은 학비를 받는 대학에의 교육비 추가 투입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70년대 말까지 전체 교육비의 25% 정도를 고등교육에 투입하였다. 그러나 개혁 개방 이후 9년제 의무교육의 확대로 초,중등 교육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고등교육비가 18% 이하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학생 수 증가에 따른 교육시설 확충, 기숙사, 후생시설 증축 등이 난관에 부딪치고 있고,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이공계 대학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현저해지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학생들의 등록금 비중을 높이고 사립대학을 육성하여 이를 상쇄하려 하고 있으나 낮은 국민소득과 지역 격차로 단시일 내에 이를 극복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지역별, 학과별로 등록금에 차등을 두고, 빈곤층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과 대출금을 증액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지역격차의 심화이다. 경제의 불균형 성장으로 연해주 지역과 중서부 내륙지역간의 교육 수준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고, 9년제 의무교육에서도 지역차이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1997년 통계를 보면, 선두 10개 성시에 전국 대학생의 53.6%가 집중되어 있고 중간 1개 성시에 35.2%, 나머지 11개 성시에 11.2%가 재학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자유취업 정책으로 대학 졸업생들이 대도시에 집중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 위축으로 대학 졸업생들이 하향 취업하면서 지방교육의 중심인 전문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큰 폭으로 하강하고, 이어서 실업계 고등학교까지 위추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낙후 지역에 취업하는 졸업생들에게 각종 우대를 제공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전문대학을 육성하며, 낙후된 중서부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해 지역격차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통해 2010년까지 국민교육 수준을 크게 개선하고 고등교육 대중화를 실현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교육체제가 크게 변하고 있고, 대학의 운영체제도 크게 변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과 경비 부족, 지역격차 심화 등 새로운 문제점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10년 후의 중국 교육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최근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고등교육 대중화 정책으로 대학이 주도적인 위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이춘근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상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