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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4 통권 177호     필자 : 김주한 프린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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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십력의 사상과 유학적 특성
현대신유학의 철학적 기초(현대신유학의 여정5)


“웅십력(熊十力)은 혁명 활동에서 수차례 좌절과 실패를 겪은 뒤에 이러한 혁명의 어려움과 복잡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혁명의 성공 여부는 많은 외재적 조건에 의지할 뿐만 아니라 민중의 각성과 혁명자 자신이 갖고 있는 소질의 제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이 때문에 철학과 문화 방면의 노력과 새로운 민족혼의 창조는 어쩌면 더욱 어려운 작업이다. 여기에서 웅십력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큰 일은 실로 정치혁명의 바깥에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있었다. 웅십력에게서 볼 때 이른바 새로운 민족혼의 창조는 도덕이상의 확립과 도덕의식의 배양에 있는 것이며, 이것은 본질적으로 문화전통에 대한 비판적 재생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여기에 바로 웅십력이 공전의 사상변혁의 시대에 살면서 온 힘을 다하고, 상하로 찾아 전통 문화를 널리 선양하고 발휘하는 데 전력한 뜻이 있는 것이다.” –정가동(郑家栋)-
 

웅십력과 양수명의 철학 개념 논의
웅십력(1885-1968)은 양수명(梁漱溟), 장군매(张君勱), 마일부(马一浮) 등과 함께 현대신유가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중국 학자들은 서양의 세력 밑바닥에 깔려 있는 철학에 관심을 가졌고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나아가 중국 전통문화의 정치적, 종교적 핵심이라고 여긴 유학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고심했다. 전반서화(全般西化)파와 현대신유가의 차이는 서양의 사상을 배우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사상을 흡수해서 중국의 문화를 새롭게 부흥시킬 것인가 아니면 서양의 사상적 흐름에 편승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서양철학과 이에 대비하여 파생된 동양철학의 ‘철학’이라는 개념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라는 질문에 1세대 신유가는 많은 학문적 여력을 기울였다. 단순히 철학의 학문적 목적이 같은 것이라고 말하더라도 철학의 방법이 다르다고 말할 때 그 차이를 통해 동양철학의 장점과 서양철학의 보완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양수명과 웅십력의 관계는 마치 송대신유학의 지평을 열었던 당대의 한유(韩愈)와 이고(李翱)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한유가 불교의 폐단에 맞서 정치적으로 유학의 기틀을 확립했다면 그것을 좀 더 형이상학적으로 확장한 것은 이고의 복성론(复性论)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양철학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유학을 중국 전통문화의 핵심과 인생철학의 중심에 놓은 것이 양수명이라면 그것을 우주론과 심성론, 수양론의 동양적 방식으로 확장한 것은 웅십력이다. 이 둘은 서양근대철학의 인식론과 대비되는 동양철학의 본체론에 대한 동일한 관심에서 동서철학의 철학 개념을 살폈다. 그러나 철학 개념에 관하여 세밀한 차이를 가졌기 때문에 웅십력과 양수명은 학술적 동지임과 동시에 서로의 비판자로 기능했다.
 

진래(陈来)는 이러한 두 사상가의 철학 개념 논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양수명은, 유학이 서양의 철학 개념에 담을 수 없는 특성이 있다고 보았던 반면, 웅십력은 서양철학의 지식 중시형 전통과 동양철학의 수양 중시형 전통의 사상체계를 통틀어 철학이라고 통칭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서로 미묘하게 견해를 달리한 의도는 양수명이 서양철학에는 없는 동양사상으로서 유학의 특성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던데 반해 웅십력은 동양철학을 중심에 놓고 서양철학을 보완으로 삼아 지식과 수양을 함께 중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웅십력의 《신유식론》과 우주론
웅십력은 그의 초기 저작인 《신유식론(新唯识论)》을 통해 처음에는 불교철학을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이 책을 통해 웅십력은 불교와 유교의 회통을 이루고자 하였는데 계속해서 개정하면서 불교를 비판하고 더욱 유학을 중시하게 되었다. 불교철학의 언어를 통해 불교의 깨달음에서 중시되던 본체를 유가의 개념인 인체(仁体)와 연결하여 도덕이상과 도덕수양을 보다 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 다룰 수 있었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특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그의 체용불이(体用不二)이다. 체용은 본질과 현상에 관한 유불도의 대립과 융화 가운데 형성된 중국철학의 오랜 방식이다. 정가동은 체용불이에 관한 웅십력의 사상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그는 자각적으로 체용불이를 그의 철학의 일관된 원칙으로 삼았고 이론체계 속에서 각 부분의 서술을 모두 이 원칙과 연관시켜 설명했다. 둘째, 그는 논리적인 시각에서 체용불이를 논증하는데 주의하여 체용을 나누는 다른 상황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분석했으며, 그 사상 속에 전통철학이 가지고 있지 않은 논리역량을 포함시켰다. 셋째, 그는 줄곧 체용범주와 체용불이원칙에 대한 설명을 중국 전통철학과 그 특징의 고찰과 연관시켰다. 아울러 이로부터 중국, 서양, 인도철학의 차이를 설명했다.
 

체용불이는 동양철학의 본체론을 다룰 때 보편과 현상이 나뉘지 않는 것임을 드러내는 개념이다. 곧 현상은 본질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작용은 본체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웅십력은 체와 용의 관계가 파생관계, 유무관계, 동정관계가 아님을 밝히고 실체는 곧 작용에 있음을 논했다. 이것이 웅십력의 흡벽성변(翕辟成变)이다.
 

웅십력은 서양철학의 인식론과 같이 현상과 실체에 대한 관심보다 체용불이를 통해 현상 이면의 본체에 대한 관심으로 그의 우주론을 전개했다. 곧 우주와 자연의 질서는 또한 인간사회의 윤리질서의 지평으로 나아간다는 유학의 도덕형이상학적인 방법론을 지향하기 위해서였다.
 

웅십력이 추구한 유학과 수양
웅십력은 그의 흡벽설의 의도를 ‘변화 속에서 진상(真常)을 보고 반동에서 조화를 알고 흐름에서 주재를 깨달으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잠재되어 있는 우주의 본성이 드러날 때 자연만물이 조화를 이루어 생멸하듯이 그것을 인류 역사의 현상으로 대입해 보자면 도덕주체로서 인간 상호 간의 도덕적 실천으로 드러나는 수양의 근본인 인체가 있음을 보는 것이다.
 

앎은 존재를 다 규정하지 못한다. 삶만이 존재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나의 소우주라고 하였다. 나와 만물이 같다는 의미이다. 웅십력은 하나의 판단에서 인생의 경륜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은 하나의 실천에서 인생과 역사는 발전한다고 보았다. 사랑을 사유할 때가 아닌 사랑하기로 마음먹을 때에만 사랑이 곧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여민동락의 새로운 지도자를 그리는 우리의 현실에도 더욱 간절한 소망이 아닐 수 없다.






사진 | 바이두•웅십력의 옛집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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