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는 만물의 운동 변화 및 대립 통일의 원인이 기가 갖고 있는 음양 양단의 모순성에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만물의 부제성(不齐性)을 지적하면서도, 음양 양단의 운동과 우주 만물의 운동은 모두 조리가 있어 문란하지 않으며, 순하여 망령되지 않다고 보고 이러한 기의 상태를 거대한 조화의 상태라는 의미에서 태화(太和)라고 하였다. 장재가 이와 같이 태허(太虚)와 기를 논하였다면 태허로서의 기는 곧 만물의 근원이 되며, 또 형이상학적 의미의 실유가 된다. 그리고 만물은 태허에서 생겨나고 다시 태허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만물은 항상됨이지만 기는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함현찬-
음과 양의 대립과 조화 주돈이는 <태극도설>을 통해 ‘태극-음양-오행-인간-만물’을 하나의 체계로 설명하였습니다. 태극의 무한한 작용이 음양오행을 통해 인간과 만물에 제각각 다양하게 미치면서도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자연과 우주가 조화를 이루어 살아간다는 것이 태극도설의 중심내용입니다. 여기서의 태극은 조화의 원리 자체인 리(理)보다 조화의 작용이라는 의미에서 기(气)로 이해됩니다. 장재는 이러한 태극의 기학의 측면을 더욱 강조하여 기의 작용성과 현실성에 대한 깊은 인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주와 자연 현실의 인식에 빗대어 인간과 세상의 원리를 기학으로 해석하는 기일원론의 체계를 구성하였습니다.
장재는 독자적으로 태극이 아닌 태허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태허와 만물을 잇는 기에 대한 설명에 몰두합니다. 기는 이 세상의 사물마다 가지고 있는 다른 현실의 특성을 설명하는 개념이지만 그러한 기의 차이만으로는 자연과 우주의 조화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장재는 태허라는 개념을 통해 기의 본질을 추적합니다. 태허즉기(太虚即气)라고 하여 겉으로는 기의 운행과 작용이 사물 간에 서로 대립되고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태허-기-만물’의 도식을 통해 기의 본질인 태허가 만물에 기로써 드러날 때 사물들이 서로 경쟁하거나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보듬어 주고 길러주는 작용이 되도록 하는 원리가 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의 운동원리를 신(神)과 화(化)라고 합니다.
세상은 왜 그렇게 생긴 것일까. 우리는 왜 그렇게 태어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일까. 시간은 왜 흐르고 공간은 왜 있는 것인가에 대한 존재의 물음은 모두 그렇게 형태가 구성되고 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기에 대한 물음입니다. 그러나 다르게만 보이는 모든 것이 다 다른 것을 근본으로 하고 다른 것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 곳에서부터 와서 한 곳을 향해 있다는 생각이 곧 태허와 만물을 잇는 기를 강조하는 기학의 세계관입니다.
기질지성을 지닌 인간의 현실과 가능성 장재는 기를 통해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면서 기의 본질과 작용이 체용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의 기만이 아닌 기의 근본과 목적에 대해서도 관심하여 기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모두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우주론이 가장 잘 적용된 것은 바로 인간의 심성론과 수양론입니다. 그는 기질지성(气质之性)이라는 용어를 제시하여 사람의 본성은 공통으로 하늘의 덕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세상의 모습은 하나 같이 다른가에 대한 문제를 풀어갑니다.
중용 첫 구절의 내용처럼 사람의 본성은 하늘의 명(天命)인 덕을 품고 태어난 것인데, 사람의 기질이 제 각각 다르기 때문에 본성을 있는 그대로 가지고 있는 본연지성(本然之性)은 현실의 환경과 관계와 또한 자신의 기질과 같은 외부요인 때문에 처음부터 완전히 실현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인간 현실의 한계성과 수양의 가능성이 동시에 나타나게 됩니다. 우리의 육신의 연약함과 환경의 도전은 우리의 눈에 보기에 늘 하늘의 뜻을 이루어가는데 우리를 고난과 역경의 길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러나 장재는 기질은 우리 현실의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기질에서 우리의 수양이 시작되는 선의 출발점(善反)으로 인식할 것을 주장합니다. 장재는 이것을 바로 우리의 현실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도덕자아의 완성에 이르기를 추구하는 마음(心)의 문제라고 하였습니다. 장재는 내 안에 본질인 이상적인 본연지성과 현실의 제약 가운데 있는 기질지성은 마음의 수양을 통해 내 안과 밖의 차이를 새롭게 인식하고 기질을 뛰어넘어 본연의 것을 보존하는데 매진 할 것을 주장합니다.
기로부터 와서 기로 돌아가는 순환사고 우리는 성장하면서 ‘자아’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막연한 인식이 아닌 남과 나를 비교하는 가운데 나의 개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보다 더 크거나 작거나, 남보다 더 잘하거나 못하거나, 남보다 더 많거나 적거나 하는 비교 속에서 우리는 우월감이나 상실감 가운데 우리의 외부요인으로 우리의 내면을 평가할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현실은 그러한 비교가 차별이 되고 그러한 차별이 갈등과 대립이 되어 이기기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전쟁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재는 기일원론의 세계관을 통해 현실에 대한 인식을 보다 냉철히 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그러한 눈에 보이는 현실만이 또한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현실로 존재하는 기질은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그 안에 하늘의 덕성을 품고 있다는 인간에 대한 긍정이 조화로운 자연에 대한 관찰을 통해 확신되고 사람 또한 갈등 속에서 서로 조화로워지기 위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역사의 순환이라고 할 때 수양은 현실에서 출발하여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실천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의 운동성이 하나의 형태로서 현실수양의 출발점이라면, 또 한편으로는 기의 본질성이 하나의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서 이상적인 수양의 목표점이 됩니다. 장재 기학의 다양성과 통일성은 천인합일의 인성론과 수양론을 만물의 차이를 대립으로 보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와 각자의 실정에 맞는 수양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기질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거기에만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목표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우리는 유한하면서도 또한 무한함을 품는 존재라는 것이 바로 장재의 결론인 것입니다. 유한한 현실에만 빠지지 않고 무한한 이상을 위해 현실을 부정하지도 않는, 현실에서 출발하여 현실에서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 장재가 일관되게 제시한 기일원론 세계관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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