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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1 통권 162호     필자 : 나은혜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설교하기 가장 어려울 때

 

 

 설교자가 설교하기 가장 어려운 때는 언제일까? 아무래도 자기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자신의 설교를 듣고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특히 목사인 남편이야 직업상 늘 해야 하는 설교이니 아내인 사모 앞에서나 자녀들 앞에서 설교를 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떤 목사님은 설교할 때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가 사모님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목사님이 설교 중에 ‘성도는 말씀대로 이렇게,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라고 교훈할 때, 왠지 앞에 앉아 있던 사모님이 “당신이나 그렇게 살면서 그런 설교 하시지.”라고 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실례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교회 초창기 때의 부흥사였던 김성봉 목사님과 사모님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 말이다.
 

김성봉 목사님은 당시 유명한 부흥사로서 믿는 성도들에게 은혜를 많이 끼치기로 소문난 분이었다. 그런데도 김성봉 목사님이 집에 돌아가면 자신의 식구들에게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느 날 이었다. 김성봉 목사님의 사모님이 가마솥단지 하나를 머리에 이고 교회의 강대상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교인들이 “아니, 사모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웬 솥단지를 이고 강대상엘 올라 가셔요?”라고 하자, 그 사모님은 아주 천연스럽게 “네, 저는 저희 집에 있는 목사님보다 강대상에 있는 목사님이 좋아서 강대상에서 살림을 차릴 랍니다.”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알고 본즉 교회의 강대상에서 은혜를 끼치고 힘을 쏟아 부은 김성봉 목사님은 집에 돌아가면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힘을 다해 설교를 하고 영적인 고갈상태가 와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집에서는 사모님에게 화를 잘 내고 사모님을 힘들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급기야 사모님은 남편의 버릇을 공개적으로 고칠 각오를 단단히 하고는 그런 기지 있는, 그러나 정말 용기가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부부사이는 서로의 장단점을 다 잘 알고 있어서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설교를 할 때는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나 역시 그런 어려운 자리에 어느 주일날 서게 되었다. 그것은 남편이 총회세계선교부의 초청으로 한 달간 한국교회 순회사역을 하고 돌아온 직후의 일이다. 금요일 날 한국으로부터 돌아온 남편은 그동안의 사역으로 피곤하기도 했겠지만, 이번 주일 한번만 더 나에게 설교를 하라는 것이다. 나는 남편이 돌아오면 당연히 남편이 주일날 설교를 하려니 했다가 이렇게 되고 보니까 남편이 오히려 내 설교를 듣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괜히 신경이 쓰였다. 아무튼 주일이 되었다.
 

남편이 앞에 나가서 예배를 인도했고 설교할 순서가 되어서 나는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 나는 강단에 서서 성도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데 남편을 쳐다볼 용기가 잘 나지 않는 것이다. 속으로 “아유 어떡하지?” 하고 있다가 별 수 없이 설교를 시작하였다. 무려 A4용지로 8장이나 되는 분량의 설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그냥 열심히 준비한 설교를 원고에 근거해서 말씀을 증거 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남편의 표정이나 태도 등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설교가 3분의 2쯤 진행되고 있을 때 남편이 두 손을 마주 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소리가 나게 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막 신경이 쓰였다. 갑자기 나는 그것이 무슨 뜻일까? 설교가 너무 길어지니까 빨리 끝내라는 신호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남편은 자신이 하는 행동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우리가 어떤 생각 속에 빠져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주억거리거나 특정한 버릇을 나타내 보이듯이 말이다. 아무튼 나는 그 주일날 심력을 다 해서 설교를 마쳤다.
 

내가 설교를 마치고 강단에서 내려간 후, 강단에 나와서 남은 순서를 인도하던 남편은 뜻밖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 제가 없는 한 달 동안 나 선생님(선교사)이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오늘 설교가 아주 은혜롭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좀 부끄러웠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나는 남편에게 설교로 은혜를 끼친 아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것이야말로 주님의 은혜이다. 아내의 설교를 듣고 은혜 받는 남편은, 아마도 남편의 설교를 듣고 은혜 받는 아내보다도 훨씬 적을 테니까 말이다.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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