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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 통권 161호     필자 : 김주한 프린트   이메일 
[쉬어 가는 페이지]
왜 주자학인가? (주자학 역사의 전개)
- 주자, 동아시아 세계관의 원천 -

 

 

“동아시아 중세 사상으로서 근대 서구화가 시작될 때까지 정치와 문화, 그리고 생활양식과 사유 방식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 주자학이다.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주자학은 분명 중세 종교적 체계였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왕조사회에 하나의 통치 이념으로서 이용되어서는 그 종교 체계 속에 마치 하나의 종교적 계율처럼 역할을 해오던 윤리 체계가 정치를 위한 명분으로 작용하였다. 그러한 왕조 정치의 행위는 국가 단위의 종교 행위, 다시 말하면 종교의 정치적 실천이었다.” - 이동희 -


세계지역화의 시대, 아시아적인 것의 추구
20세기는 서구열강들의 패권주의로 인하여 세계화는 곧 서구화라는 인식이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비서구권 국가들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그리고 사상 전반에 걸쳐 서구 선진국의 모델을 삼고자 하는 경향이 다분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인 현재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구화에 대한 반동으로 신(新)민족주의에 대한 주장 또한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G2국가로 급부상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세계화의 시도에서 각 문화권의 현실 환경과 전통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지역화의 움직임이 함께 어우러져 세계는 바야흐로 세계지역화(Glocalization)의 시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서구적인 것이 반드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현대철학사조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상적 파편화(Fragmentation)에 대한 위기의식과 아시아 전통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굴하고 재해석하여 새롭게 활용해야 한다는 인문학의 가치추구가 맞물려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우리네 땅에서 우리의 삶을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시대적 요청 앞에 어떤 아시아의 사상과 마주해야 할까요.
 

중세 동아시아 세계관, 그 역사적 전개
고대 중국 대륙의 지리적 통일 이후 사상의 통일을 이룬 것은 제자백가 가운데 유학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한(汉)나라 이후 유교가 국교가 되고 획일적인 정치이념으로 자리잡으면서 이후의 시대에는 오히려 사상의 자유를 추구하며 노장사상과 불교사상이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중세는 도교와 불교의 영향력을 어떻게 이해하고 점점 약화되어 가는 유교의 세력을 어떻게 새롭게 확장할 것인가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당나라 말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거목인 한유(韩愈)로부터 출발하는 유교의 새로운 바람은 이후 북송오자(北宋五子)로 불리는 주돈이(周敦颐), 소옹(邵雍), 장재(张载), 정호(程颢), 정이(程颐) 의 사상의 발전을 거쳐 남송의 주자(朱子)에 이르러 사상의 집대성을 이루게 됩니다. 이를 시대적으로 선진유가와 구분하여 송명유학 혹은 송학이라고도 하고, 도교와 불교에 대하여 유학의 발전을 이루었다 하여 신(新)유학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학문의 특성을 중심으로 성리학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주자학이 중요한 이유는 주자 한 개인의 독창적 학문체계가 아닌 선진 제자백가 사상의 중심인 유학의 계승과 도교, 그리고 불교의 도전에 대한 사상의 발전을 통해 이후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정치-문화-종교를 잇는 사상으로 기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자학을 알지 못하고서는 한·중·일 삼국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사상의 원천을 이해할 수 없고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아시아다운 가치의 정수에 닿을 수 없습니다.
 

주자학의 체계는 크게 철학의 형이상학적 측면인 이기론(理气论)과 그것에 근거하여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이 파고든 심성론(心性论)과 수기치인(修已治人)을 통한 유교이상의 개인적 정치적 실천인 수양론(修养论)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체계를 가지고 주자학은 정치제도와 종교의례, 교육내용들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학문의 집대성이 주자에서 단순히 완성되어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 이(理)와 기(气)의 개념과 방식의 문제, 심(心)과 성(性)의 개념 문제, 수양(修养)의 내용과 방법 문제 등에 대하여 계속되는 사상의 논쟁을 낳았고 이후 맹자의 사고에 가까운 조선에서는 주자학의 계승과 발전으로, 순자의 사고에 가까운 일본에서는 주자학에 대한 비판과 반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렇듯 주자학의 역사적 전개는 중세의 한·중·일을 아우르는 정치, 종교, 그리고 사상의 지배적 담론이며 문화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동양에서 세계로
오늘날까지도 서구화를 세계화와 동일시하는 사람들에게 동양사상은 낙후된 문화를 잉태한 고리타분하고 힘없는 옛 잔재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현대의 서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와 인간이해로 주자학의 개념과 내용들을 속단하기 보다는 아시아의 역사가 고민해온 문제의식과 그것을 풀어나간 아시아다운 사고의 독특성과 인간이해의 가치를 발견하고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다시 해석할 수 있다면 우리는 현대 서구사회가 제시하지 못하는 대안의 실마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서양사상의 한계가 곧바로 동양사상의 가치를 말하는 것은 아님으로 오늘날 서구사상과 동양사상은 대치점에서 서로 평행하게 달리는 것이 아닌, 또한 서로 세계의 문제에 맞서 현실적인 고민을 함께 나누는 상생의 길로 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주자를 만난다는 것은 주자학 안에 있는 제자백가와 선진유학, 도교와 불교, 그리고 조선과 일본의 사상까지를 포괄하는 거대한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마주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로 끝난 닫힌 역사의 세계관이 아닌 지금도 끊임없이 현실의 고민에 맞게 재해석하고자 하는 열린 역사의 세계관입니다.
 

현실의 문제를 현대에서만 찾지 않고 역사에서 찾아 나갈 때 우리는 더욱 풍부한 대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역사와 마주할 때 비로소 역사는 살아 숨 쉬는 새로운 현실이 됩니다. 우리가 주자를 통해 우리의 말을 하기도 하고, 주자가 우리를 통해 주자의 말을 하기도 하면서 아시아의 세계관과 그 가치가 더욱 확장되고 새롭게 부흥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



* 性理学은 본래 理气论을 중시하는 중국 유학과는 달리 心性论을 중시하는 조선유학의 용어이고 송명유학에서는 性理学이라는 용어보다 학자들의 특성에 따라 理学, 心学, 气学 등의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오늘날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자학을 곧바로 性理学으로 통용하기도 한다.

** 필자 주: 2016년 한 해 동안 “쉬어가는 페이지”를 통해 주자학의 역사적 전개가 12회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



♣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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