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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 통권 160호     필자 : 도레미 프린트   이메일 
[단기선교 경험기]
2015 서북영공단 이야기


 
 

70여년 전에 시작된 복음전파운동에서 모티브를
‘2015 서북영공단(Northwest Spiritual Movement)’은 올 여름 14박 15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키르기스스탄까지 2개국 8개 도시, 10000km 이상의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10000km라니 입이 딱 벌어질만한 거리 아닌가요? 이동거리만 길었던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모두 18명, 거기에 베이징에서 한 가정이 합류해 우루무치까지 4개 도시의 여정에 함께 했습니다. 8살 여자 어린이까지 21명의 대규모 인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무모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은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에베소서 1:11)”에 의해 이뤄진 일이었으며 매순간 길을 여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믿음의 여정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 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서북영공단’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중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기가 모두 빨간 바탕이었던지라 빨간 색이 도드라진 우리 팀의 기도편지가 처음 나왔을 때 제 안에 잠들어 있던 열정이 다시 타오르는 듯 기도편지를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설렜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새빨간 바탕의 ‘서북영공단’ 팀명을 보고 북한 단체인줄 알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름이 쉽게 입에 붙지 않아서 아직까지 종종 ‘서북공영단’이라고 불러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또한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서북영공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진짜 서북영공단은 따로 있습니다. 70여년 전 중국 산동성에서 시작된 복음전파운동의 주역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세기를 훌쩍 넘겨 국적도 민족도 다른 우리가 바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같은 이름을 사용한 것입니다. 중국 대륙의 동쪽에서부터 중앙아시아, 중동을 넘어 예루살렘까지 복음을 전파하고자 앞서 길을 걸었던 그들은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서쪽 국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걸음을 멈춰야만 했습니다.
 

우리 팀의 주제 말씀은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이사야 52:7)”
 

우리는 중국에서 키르기스스탄을 넘어가며 정말로 산을 넘었습니다. 천산산맥에서도 낮은 곳에 속하는 3725m의 국경선(토루갓 패스)을 넘으며 하나님의 나라와 통치가 이미 두 나라에 임하였음을 선포했습니다. 생전에 이 국경선을 넘지 못했던 서북영공단원들도 우리의 소식을 들었더라면 정말 기뻐했겠죠?
 

서북영공단의 단원들은 2015년 5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4개 교회가 모여 한 팀을 이뤄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베이징에서 합류한 가정은 중국어 회화 가능자가 2명뿐이었던 우리 팀을 위해 하나님이 예비해 두신 비밀 병기였습니다.
 

우리는 중국의 주요 도시를 방문해 그 땅을 축복하며 기도하고 찬양하는 것으로, 새로운 도시에서 그곳의 주요 장소를 찾아가 예배하였습니다. 출발해서 처음 3일은 혹독한 강행군이 이어졌는데 저녁마다 침대칸 기차가 지친 몸을 누이고 쉼을 얻는 숙소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바로 그 기차 안에서 복음을 전하고 예배하는 일이었습니다. 모두 4번의 기차여행을 했는데 놀랍게도 하나님은 기차 안에서 많은 준비된 영혼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첫날 기차 안 생활에 익숙해지자마자 다음 기차여행부터는 모든 단원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사람에게라도 더 복음을 전하고자 동분서주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세 번째는 중국에서 각 도시마다 믿음의 사람들, 하나님 나라의 일꾼들을 만나 교제하고 그들을 축복하며 격려하는 일이었습니다. 실상은 우리가 더 많은 격려와 도전을 받았습니다. 믿음장이라고도 불리는 히브리서 11장에 나온 그대로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부끄러운 삶을 돌아보고 믿음으로 살 것을 결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경과 동화책 배달 사역을 했습니다. 중국의 서쪽 끝, 키르기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에는 약 25만 명의 키르기스 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키르기스스탄의 키르기스 사람들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알파벳 표기(아랍 글자)를 사용합니다. 유목민족인 키르기스인들은 키르기스스탄 본토 뿐 아니라 디아스포라로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중국과 터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키르기스 사람들이 이렇게 아랍 글자를 사용해 자신들의 말을 표기한다고 합니다. 동화책 선물을 들고 간 것은 처음부터 계획하거나 예상했던 일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인증 프로젝트인 북스인터내셔널의 동화책이 때마침 우리의 출국 일정에 맞춰 중국어로 출판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초록 토마토 토토를 주인공으로 복음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동화책(제목: 언제 빨간 토마토가 돼요?) 이었는데 귀염둥이 토토는 기차, 버스, 지하철, 거리 등에서 아이와 함께 지나는 부모들과 관계맺는 일에 귀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키르기스스탄에서 말씀집회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이 여정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 중국 대륙을 횡단하게 될 줄은! 이렇게 버라이어티 했던 우리 서북영공단의 14박 15일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그중에 하나 ‘뜀박질’을 택하겠습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인들에게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고린도전서 9:24-27)”들에 대한 비유를 들어 분명한 푯대를 향해, 힘을 다해 달리라고 권고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사도 바울의 권면대로 우리의 뜀박질은 방향이 뚜렷했고 또 허공을 치는 것처럼 의미 없는 몸부림도 아니었습니다. 복음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명한 달음질이었습니다.
 

우리의 뜀박질은 첫날 인천공항에서 베이징행 비행기를 탈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날 함께 합숙을 하고 새벽같이 서둘러 공항에 일찍 도착했음에도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전력질주를 해야 했고 탑승 게이트가 닫히기 직전 겨우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첫 단추를 그렇게 꿰고 나서 ‘설마 또 이렇게 뛰진 않겠지?’ 했지만 워낙 한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았던지라 우루무치에서 카스로 갈 때를 빼고는 매번 기차를 탈 때마다 시간에 쫓겨 아슬아슬 뜀박질을 해야만 했습니다. 뛰기도 많이 뛰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의 일정에는 빠른 속도감이 있었습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성경 통독 파일을 200배속으로 돌린 것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고 할까요? 말씀집회가 있었던 키르기스스탄을 제외하고는 한 곳에 오래 머물렀던 적이 없고 만나면 또 금세 작별의 인사를 나누어야 했습니다. 조금도 낭비하고 지체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뛰고 또 뛰면서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마라나타!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주님 오실 길을 예비하기 위해 우리의 걸음이 더욱 빨라져야하겠구나’라고 말입니다.
 

아, 한 가지 우리 팀을 소개할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었네요. 바로 ‘드림팀(Dream team)’입니다. 이것은 팀 준비모임의 횟수를 더할수록 우리 스스로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우리 팀을 향한 예언의 기도를 통해 확증된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서북영공단에는 각 분야별로 은사와 재능을 겸비한 인재들이 많았고 때마다 적재적소(適材適所)에 투입될 수 있도록 주님께서 모든 것을 예비해 주셨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 다양한 개성을 가진 18명이 모였음에도 한 번도 이렇다 할 갈등이나 분열이 없었던 것 또한 우리를 드림팀이 될 수 있게끔 해준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렇게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다 보니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처럼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흐뭇하게 회상해봅니다.


중국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의 처음 목적지는 중국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중국을 횡단해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우리 팀명도 서북영공단이 될 수 없었겠지요. 바울이 사도행전 16장에서 예수의 영이 인도하시는 대로 마게도냐에 가서 복음을 전했듯이, 우리도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중국 횡단 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일정은 한 번에 결정되지 않았고 여러 차례 수정되었습니다. 처음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백지계획표 뿐이었습니다. 출발 수개월 전부터 일정표를 만들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일반적인 단기 팀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것은 주님만이 우리 여정의 주인 되심을 인정하며 그분을 믿고 따르는 귀중한 훈련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출발도시가 중국 우루무치에서 베이징으로 변경되면서 서북영공단 선배들의 길을 따라가게 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밟게 된 땅 베이징에서 우리는 10km 이상을 걸어야 했습니다. ‘걸어야 했다’는 것은 이 또한 우리의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자금성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산공원에 올라 중국을 축복하며 기도한 뒤 우리는 곧바로 천안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발 길이 닿는 길목마다 길이 막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팀원들 모두 출국 전날까지 마지막 점검과 준비로 잠을 많이 자지 못한 상태였는데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 영문도 모르고 베이징 중심 지역을 돌고 돌다 보니 문득 여리고성 주위를 돌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가 떠올라 끝까지 힘을 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으로 향한 시안은 명실공이 중국의 중심이자 중화사상(中華思想)에 의하면 세계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출발 전부터 “세계의 중심에서 하나님을 찬양하자”고 다짐했었기에 기대가 많이 되는 도시였습니다. 베이징에서 워낙 많이 걸었던지라 달콤한 숙면으로 기차 안에서의 첫 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서안 역에 도착해 역 광장에서 기도하고 미리 준비해간 ‘물이 필요 없는 샴푸’로 머리도 감으며 기다리다 보니 S선생님께서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셨습니다.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시안에서는 대안탑과 종루광장을 찾아 예배했습니다. 대안탑(大雁塔)은 652년 당나라의 고승 삼장법사 현장이 인도에서 귀국할 때 가지고 온 경전이나 불상 등을 보존하기 위해 고종에게 요청해 건립한 탑으로 1355권의 불경이 이곳에 보관돼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앞 광장에 둘러서서 실크로드의 출발지였던 시안을 통해 이제는 복음이 온 열방으로 흘러가도록 간절히 기도했고 시원한 바람으로 성령님의 임재하심을 느꼈습니다. 종루광장 나무 그늘 아래서는 찬양을 많이 불렀습니다.
 

란저우는 우리가 방문한 8개 도시 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을 머물렀던 곳입니다. 아침 7시쯤 도착해 다시 오후 4시 반 기차를 탔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란저우 역에서만 3시간을 머물렀습니다. 기차표가 예약만 된 상태라 발권을 위해 매번 기차역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었는데 란저우에서는 이상하게 계속 지연이 돼서 역 광장에 진을 치고 기다려야 했었죠. 하지만 단순한 기다림의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팀원들 중 일부는 계속 예수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선포하며 찬양했고 또 일부는 귀한 만남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우리의 찬양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던 중 “예수 아이니”라는 말을 듣고 한 노숙자 할머니가 우리를 찾아온 것입니다. 83세의 할머니는 우리를 만나자마자 광고지로 싼 성경과 찬송을 보여주면서 한참 동안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다 알아들을 수 없었어도 감동은 컸습니다. 할머니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인 것과 삼위일체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계셨고 “너희들은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냐”고 물으시면서 아무에게도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없었는데 너무 기쁘다며 어린 아이와 같은 미소를 지으셨어요.
 

중국 대륙을 횡단해 서쪽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우루무치역에 내렸을 때가 제일 그랬습니다. 우루무치에는 한족과 위구르족 사이의 갈등으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지만 70여 년 전 서북영공단원들이 감격하며 이곳에 도착했을 것을 생각하니 자칫 위축될 뻔 했던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중국에서의 여정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중국 횡단 여정의 마지막 도시 카스,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들이 극히 적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남다른 감동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원하게 확 트인 위구르 식당에서 한 상에 둘러앉아 즐거운 교제를 나누고, 위구르 전통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무대에 올라 한국어 찬양과 드라마 대장금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죠. 긴장을 풀고 모처럼 만의 여유를 누렸던 시간이었어요. 어둑해질 즈음 우리는 이드가 모스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이 땅의 여러 민족들이 그리스도께로 돌아오기를, 준비된 일꾼들을 보내주시기를 간절히 아뢰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신 하나님께, 그리고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왔던 팀원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배달한 성경은 중국의 키르기스 민족을 위해 아랍 글자로 출판된 키르기스어 성경이었는데 아직도 전달해야 할 357권의 성경이 한국에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중국에서의 일정은 끝이 났지만 한 가지를 꼭 덧붙여야 하겠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으로 오는 길에 우리는 다시 중국 우루무치를 경유해 베이징에서 마지막 1박 쉼을 갖고 돌아왔는데요.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베이징을 향해 가는 길에서 하나님은 한 키르기스 청년을 만나게 하셨고 비행기 안에서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하여 달려가야 할 우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계속되어야 할 여정, 다음번에는 중국 카스에서 천산산맥을 넘어 키르기스스탄으로 향했던 우리의 여정과 계속 되어질 서북영공단의 발걸음에 대해 나눠 드리겠습니다.
 

키르기스스탄, 그 이후
중국에서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중 천산 산맥을 넘어가는 토루갓 패스(3725m)를 택하기로 했는데요. 복된 좋은 소식을 들고 산을 넘는 우리의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는지(이사야 52:7), 두고두고 생각해도 정말 이번 여정에 함께 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천산 산맥을 넘었습니다. 카스에서 출발해서 점점 고도가 높아졌는데 처음 한 두 시간은 버스 안에서 신나게 찬양을 불렀지요. 기타 반주에 멜로디언, 피리도 불면서요. 국경을 넘는 길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는데요. 카스에서 차로 한 시간(60km)을 달려 도착한 중국 쪽 세관에서부터 기다림이 시작되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러 정해진 시간 보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세관 직원들이 출근할 때까지 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여기서 지연이 되는 바람에 다음에 통과해야 할 초소의 점심시간에 딱 걸려서 4시간 동안을 다시 기다려야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선교지에서 기다림은 기본 옵션이자 언제나 좋은 배움의 시간이지요. 문이 열렸을 때의 기쁨도 두 배가 되고요.
 

긴 기다림 끝에 우리는 드디어 토루갓 패스 건너편, 그러니까 키르기스스탄에서 중국으로 넘어 오려는 키르기스 사람들 앞에 마주했습니다. 뜻밖에 파란 눈의 오토바이족들도 꽤 많이 보였고요. 국경선을 넘기까지 오랜 시간 여러 관문을 지나야했지만 그 문턱을 넘는 것은 너무도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키르기스스탄의 자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순박한 키르기스 사람들의 마음씨 때문이었을까요? 긴장된 분위기가 확 사라지고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국경인 토루갓 패스에서 키르기스 중서부의 평화로운 소도시 나른으로 오는 그 초원길의 풍경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무슬림인 키르기스 친구가 “사막에 익숙한 아랍 사람들은 키르기스에 오면 ‘여기가 천국인가봐’라고 말한다”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죠.
 

하루 종일 이동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된 탓에 나른에 도착하자마자 금세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나른 시내를 관통하는 강변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찬양하고 기도했습니다. 시편 108편의 말씀이 선포되었고 구름 뒤편 석양을 보는데 “구름이 회막 위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했던 출애굽기의 마지막 말씀이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중국에서 키르기스스탄까지 행진하는 길마다 함께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 이름을 힘껏 높이고 찬양했습니다.
 

그 다음 날에는 나른에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로 향했습니다. 오후 3시 15분 오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함이었는데요. 한 시간이라도 비슈케크 시내를 돌아볼 요량으로 새벽 6시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지만 민박집 주인을 통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대절한 버스가 나른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덜덜덜 소리를 내더니 급기야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날 우리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의 준비 과정부터 이번 여정의 모든 순간들이 그러했듯 하나님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믿음을 요구하셨지요. 그 이후로도 차는 몇 번이나 멈춰서 수리하기를 반복했고 처음 인천에서 베이징행 비행기를 탈 때처럼 마지막까지 공항으로 뛰어야했습니다. 물론 다른 팀원들과 함께 예정된 비행기에 무사히 오를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시간을 멈추시는 하나님의 은혜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이상한 말이냐고 고개를 갸우뚱하신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비행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시계를 계속 보면서도 내심 꼭 비슈케크 시내를 둘러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던 즈음, 예상 보다 일찍 도착을 한 것입니다. 제 시계가 잠시 멈추었던 걸까요? 어쨌든 우리는 20분 정도 짧게나마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를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곧 시베리아로 1년 단기선교를 떠나는 G자매를 만나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축복하며 기도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고요.
 

자, 이제 드디어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 8번째 도시인 오쉬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이곳에서는 3박 4일간 말씀집회가 있었는데요. 오쉬는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이고 우리가 방문한 S공동체는 몇 년 째 ‘회개와 치유’를 주제로 여름마다 말씀집회를 열어오고 있었습니다. 교회가 없는 마을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이때 영접한 이들이 신앙을 지켜오다가 1년에 한 번 도시의 성도들과 함께 모여 은혜를 사모하는 자리였습니다. 서북영공단 단원들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각자의 일상을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우리의 여정은 이번 14박 15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주님 오실 그 길을 예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걸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믿음의 후손들이 계속 이 운동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눈물로 고백했던 서북영공단 선배들의 바람처럼 이것은 어느 한 개인, 한 단체, 한 교회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기에 누구나 이 걸음에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알고 계시지요? 이번에 우리가 걸었던 길은 일대일로의 경로와도 무관하지 않았는데요. 로마제국을 통해 복음전파의 길을 예비하게 하셨던 하나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앞으로 이루실 일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상명령의 완성을 위해 달려가야 할 우리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 도레미 | 서북영공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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