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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 통권 159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궈판(郭帆)의 《동탁적니 (同桌的你, My old Classmate)》
현실 속에 갇힌 꿈과 사랑에 대한 기억



 

《동탁적니》는 2014년 4월 25일 중국에서 상영돼 3주 연속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하며 4.7억 위안(836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로 궈판(郭帆, 1980 - ) 감독은 바링허우(1980년대 생) 신세대 감독 중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의 데뷔작인 《로스트 인 타임(李献计历险记, Lee’s Adventure)2011》은 2012년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FFFF Asian Award)에서 아시아 영화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다. 또한 이 영화는 1994년 가오샤오쏭(高晓松)이 만든 캠퍼스 포크송인 《같은 책상 짝꿍인 너(同桌的你)》의 가사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로 제작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영화 속 남녀주인공 저우샤오즈(周小栀, 周冬雨 분)와 린이(林一, 林更新 분)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쳐 성년이 된 후에도 우정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했다.


현실의 틀 속에 갇혀버린 꿈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산되기 십상이다. 여러 사람이 보다 엄격한 규칙을 정하게 되면 구속력이 보다 강화되지만 반드시 실행된다는 보장은 없기 마련이다. 1993년 전학생인 저우샤오즈는 라식수술을 받아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린이의 옆자리에 앉아 책상을 함께 쓰는 짝꿍이 되었다.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장난꾸러기이면서 반항아로 알려진 린이는 예쁜 미소를 짓는 저우샤오즈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서 같은 반 남학생이 저우샤오즈를 괴롭히자 격분하여 싸움을 벌이지만 얻어맞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샤오즈는 린이를 믿고 따르게 되었다.
 

린이는 고등학교 입학 후 샤오즈가 있는 문과반으로 옮기기 위해 선생님께 떼를 쓰기도 했다. 샤오즈는 린이한테 같은 대학에 들어가면 여자 친구가 되어 주겠다며 서로 공부를 열심히 하자고 약속하였다. 두 사람은 비록 지원했던 대학에 입학을 못했지만 결국 같은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샤오즈는 약속대로 린이의 여자 친구가 되어 시간을 정해서 데이트를 하고 앞으로 미래의 꿈도 함께하기로 다짐하였다.
 

린이는 미국 대사관에서 받는 인터뷰에 통과하여 비자를 받았지만 샤오즈는 스탠포드대학 입학 신청에 실패하자 린이는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이 먼저 미국에 가서 그녀를 기다리기로 약속하였다. 샤오즈는 내심 깊은 좌절감에 빠져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선글라스, 사진 등을 상자에 담아 공항에서 린이에게 선사하였다. 샤오즈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만약 자신이 미국에 가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자 린이는 서슴없이 당장 귀국하겠다고 말해 샤오즈는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느꼈다. 린이는 미래에 실리콘밸리와 구글에 취직한 후 창업을 하여 나스닥에 상장하고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의 스폰서가 될 것이니까 샤오즈는 곁에서 내조하기만 된다고 장담하였다.
 

린이는 미국에 도착한 후 샤오즈가 미국에 가기 싫다는 핑계를 대자 진심으로 오해를 하고 버럭 화를 냈지만 정작 자신이 약속했던 대로 귀국하지는 못했다. 린이는 10년간 미국 뉴욕에서 체류하며 좋은 차를 사고 호화주택에 살고 7성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남부러운 성공을 했다. 그러나 린이는 회사에서 미국인 사장의 요구와 업무로 인해 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린이는 그의 약혼녀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후 더욱 깊은 인생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린이는 샤오즈가 보낸 결혼청첩장을 받게 된다.
 

린이는 마침내 중국으로 돌아와 샤오즈와 재회하게 되었다. 샤오즈는 자신이 대학입학신청에 여러 차례 실패하여 좌절감에 빠져서 미국에 갈수 없었던 이유를 말했다면 린이가 과연 귀국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자 린이는 아마 그러지 못했을 거라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두 사람은 과거 함께 미국 유학을 가고 결혼도 꿈꿨지만 냉정한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영화 오프닝에서 미국에서 화려한 성공을 거둔 린이가 중국에 있는 샤오즈가 보낸 청첩장을 받으며 현실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최근 제작된 중국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보다는 차이나 드림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은근히 속내를 드러낸다. 천커신의 영화 《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 (American Dreams in China, 2013)》에서 3명의 청년은 아메리칸 드림이 순탄하지 않자 중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탐색하고 성공을 일궈낸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청년들에게 저성장시대가 지속되는 ‘신창타이 (新常态, New Normal)’에 적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이는 현재 전 세계 청년들이 직면하게 될 실질적인 문제이다.
 

린이와 샤오즈는 학창시절에 함께 목표를 정하고 도달하기 위해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어 미래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 속에서 그들의 아름다운 꿈은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을 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가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지만 마음속에 불만과 원망으로 가득 찼고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으로 40년간 광야에서 배회하다가 결국 하나님이 예비하신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비운을 맞이하였다. 『잠언』 16장 9절에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이 아무리 자신의 힘과 지혜를 의지하여 미래를 계획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꿈은 한계에 부딪히고 깨어지기 마련이다. 인간은 현실 속에서 좌절과 낙심을 경험하고 자신이 얼마나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철저하게 깨닫게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의 임재와 인도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그 분이 계획하신 꿈과 비전을 발견하고 세상에서 자신의 사명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사랑의 시간과 역사의 현장
궈판 감독은 영화 속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해 민감하게 다루었다. 그의 처녀작인 《로스트 인 타임》에는 시간을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짧은 시간과 긴 시간을 구분하지 못한다. 어느 날 자신과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여성을 만나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동탁적니》에서는 ‘시간’이라는 축을 세워 스토리가 전개되는 양상을 보였다. 샤오즈는 남자 친구 린이와 사귈 때 5분, 21분, 13분, 14분을 정한 다음 데이트를 하였다. 두 사람의 데이트 시간들을 나열하면 5211314라는 숫자가 되며, 중국어로 말하면 “我爱你一生一世”인데, “나는 너를 한평생 사랑해”라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샤오즈와 린이가 직면한 현실은 그들의 계획과는 정반대로 어긋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들의 머릿속에 오롯이 새겨졌던 꿈은 결국 현실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넘지 못했다.
 

샤오즈는 평소 남자 친구와의 교제보다는 학업과 미래의 꿈에 더 신경을 써서, 린이는 샤오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초조하고 짧게만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훗날 린이는 미국에서 성공한 후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중국으로 돌아와 샤오즈와 함께하는 것에 대해 머뭇거렸다.
 

샤오즈는 오래 전에 우리 두 사람만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겠다는 린이의 말을 믿고서 기다렸다. 1993년 9월 1일 수요일 개학 날에 샤오즈와 린이가 만났는데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두 사람의 기억이 시작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두 사람은 과거 첫 사랑을 느낀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처음 만난 순간으로의 회귀만이 두 사람의 갈등을 풀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현실적으로 두 남녀의 관계 회복은 불가능해 보인다. 인간은 세상에 사는 동안 타인과 함께 시간과 사랑을 영원히 공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동탁적니》에서는 ‘시간’이라는 관념을 개인의 영역에 국한시키지 않고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궈판 감독은 영화 속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연대를 수시로 뉴스를 보도하는 영상과 자막으로 화면에 노출시켰다. 이는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개인적인 사적 영역에서 벗어나 중국 당대 역사를 반영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1999년 유고슬라비아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사건, 2001년 911사건, 2003년 사스(SARS) 등 묵직한 사건들을 증언하면서 소소한 개인의 일상을 투영하였다. 린이는 주중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에 참여하였고 사스에 감염되기도 하였다.


오해와 어긋난 만남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언행을 왜곡하는 것을 오해라고 말한다. 남의 말을 오해하는 사람은 올바른 정보보다 자신이 먼저 판단하고 주어진 정보를 왜곡하며 자의적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린이는 1지망으로 지원했던 베이징대학은 탈락하였고 2지망으로 지원했던 샤먼대학에 합격하였다. 린이는 베이징대학에 합격할 줄 알았던 샤오즈를 샤먼대학 캠퍼스에서 만날 수 있어서 무척 기뻐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샤오즈의 아버지로부터 그녀가 미국의 스탠포드대학을 신청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부러 린이가 다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이혼한 후에 전학을 온 샤오즈에게 린이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었기에 그녀는 린이와의 이별을 두려워하였다. 사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종종 착각을 불러온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댈만한 친구이며 자신을 위해서 꿈을 희생한 친구로 생각하였다.
 

린이는 샤오즈가 자신을 위해 미국 유학을 포기한 사실을 알고 데이트 시간을 줄여가면서 그녀가 스탠포드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노력하였고 샤오즈는 린이가 대학을 순조롭게 졸업하기 위해 영어 4급시험 준비를 힘껏 도왔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샤오즈는 결국 임신을 하게 되지만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린이는 샤오즈를 만나려고 왔지만 그녀의 아버지에게 호되게 꾸중을 듣고 병문안도 못한 채 병원에서 쫓겨났다. 샤오즈는 퇴원할 때까지 린이의 얼굴을 보지 못하자 그가 무책임하다고 느끼고 결별하기로 마음먹고 미국유학 수속을 밟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린이가 사스에 감염되어 따로 격리되어 방안에 갇히자 샤오즈는 이 사실을 접하고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달려가 창틀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함께 도망치다가 발각되어 학교 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샤오즈는 위기 상황 속에서 과거 린이가 자신을 저버렸던 사실이나 사스에 감염될 우려를 고려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행동하여 그동안 두 사람 간에 있었던 오해라는 장벽을 단숨에 허물어 버렸다.
 

영화 후반부에 린이가 성당에서 거행되는 샤오즈의 결혼식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린이는 중학교 3학년 때 샤오즈에게 들려준 하모니카 연주소리 녹음을 틀어주면서 많은 하객들 앞에서 그녀를 한평생 사랑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샤오즈의 손을 잡고 문쪽으로 달려 도망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 장면은 린이의 머릿속에 오락가락하는 상상에 불과하며 현실에서 린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샤오즈의 결혼서약을 묵묵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소 불행해 보이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의 결혼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린이의 모습은 여성 감독인 자오웨이가 제작한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So Young, 2013)》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 친구 정웨이와 등진 천샤오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최근 중국 영화에서는 사랑의 시련 앞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극적이고 대담한 모습이 눈에 띈다.



김영철 |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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