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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 통권 158호     필자 : 노아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의 삶과 사역]
추방과 재파송, 그리고 정착

새로운 땅,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
새벽에 눈을 떠서 묵상할 때면,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하는 자문과 함께 있었다. 중국선교사들의 추방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중국에 대한 애착을 갖고 달려온 길이었기에 중국에서 선교사로서의 삶을 마치지 못할 거라고는 꿈도 못 꾸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방되어 중국이 아닌 이곳에 정착하고 있는 지금도 현지어를 배우며, 복음을 전하며 다녔던 유목 지역의 고산준령과 성경과 한글을 열정적으로 가르쳤던 제자들에 대한 그리움이 여전히 마음 한곳에 남아있다.
 

2013년, 중국 공항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강제로 한국행 비행기에 실려 인천공항으로 돌아와야 했다.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사명감 하나로 열심히 달려 왔는데 추방이라니…. 지금까지 해왔던 선교 사역이 중단되고, 더 이상 중국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을 때, 그 순간 하나님과 나 사이에 아주 먼 거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분의 계획하심과 섭리 속에서 길을 잃어 버렸다.


하지만 그때서야 비로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내가 누구인지를 머리로가 아닌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조금. 사실 나는 선교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포장된 성공주의와 영웅주의를 쫓아 쉬지 않고 달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맞닥뜨리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고. 인간의 죄성이 얼마나 깊고 교묘한지….
 

                                    

 
지금까지 선교에 대해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말했는지 상관없이 나는 주님과 영혼구원을 위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것만이 선교인양 요란을 떨었던 것이다. 아니, 최소한 그러한 헌신을 주님이 사용하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아는 것은 다만 “선교는 내가 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주님이 하시는 모든 것입니다.”라는 정도다.


우리 부부는 지금 영어사전을 다시 펼쳐보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보통화(普通話)와 소수민족 언어를 배우는 것도 벅찼는데, 이제 영어까지 습득해야 하는 우리를 향해 남들은 대단하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걱정 섞인 말을 한다.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기억력도 떨어져서 힘들게만 느껴진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정이 추방을 당해 이곳에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입학대기자 명단이 길게 늘어서 있는 선교사자녀학교에 큰 딸 아이가 우선적으로 입학이 되어, 기숙사생활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막내도 날마다 아내가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간다. 현지인아이들과 함께 사이좋게 잘 지낸다. 이렇게 뛰어난 적응력은 중국에서 아이들이 경험한 열악한 교육환경 덕이다. 
 

                                             


중국에서는
추운 긴 겨울을 나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내복을 입고 옷을 두툼하게 입어주면 큰 어려움 없이 외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정반대다. 무더위에 옷을 아무리 얇게 입고 외출을 해도 무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가뭄과 폭염이 한창이었을 때는 아이들이 차례로 더위를 먹고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급기야 아내 선교사도 언어공부를 마치고 시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더위를 먹고는 수일간에 걸쳐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붐비는 대중버스에서 먼지와 땀이 범벅이 될 때, 혹은 소수민족 지역을 답사 차 장거리 버스로 이동할 때, 절로 주님께 사역에 필요한 차량을 공급해 주시기를 기도했고, 하나님은 우리 가정에 필요한 차량을 허락해 주셨다.


복음의 파수꾼이 되어

얼마 전에는 한 남자의 장례식이 길거리에서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난하고 지극히 평범해서 친숙한 얼굴의 젊은 남자는 마치 잠을 자는 듯 반듯이 누워있었다. 지금이라도 이름을 부르면 큰 소리로 대답하며 벌떡 일어날 것 같았다. 슬프게도 그는 분명히 죽어 있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앞에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하지 않으면 그 책임을 물으시겠다’는 에스겔서 33장의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 가정이 사역지를 변경하여 이곳에 재파송되어 온 것이 지난해 말이었다. 쉽지 않았던 2년간의 언어배우기와 문화적응 기간을 마쳤다. 본격적인 사역을 위해 소수민족과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오늘에서야 지나온 어려운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이 모든 것이 주의 은혜였음을 깨닫는다. 인간은 고난을 통해서 자신의 한계와 위치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 119:71). 추방은 이미 과거의 시간이 되었다. 하나님은 지난 시간들을 불안전한 기초 위에 세워져 있던 우리 사역과 가정, 그리고 우리 자신이 깊이 성찰하는 기회가 되게 하셨다. 반석 되신 주님 위에 다시 세우시는 작업을 지금도 진행하고 계신다.


즐비한 야자수들과 알 수 없는 글들로 지천에 널린 광고판들, 전통복장 차림의 사람들. 중고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으로 가득한 복잡한 시내를 지나갈 때면, 여전히 이곳의 이국적인 문화가 낯이 설다. 그렇지만 그것이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보다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으로 사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기독교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여물지 못한 사춘기 아이들을 보는 심정이다. 현지 사역자들은 선교사를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고, 가난한 교회의 야박한 사례비 때문에 대다수 사역자가 어렵게 생활을 하고 있다. 게다가 어디를 가나 사역자는 부족하고 그들 대부분이 성경을 깊이 있게 배우지를 못했다. 그래서인지 말씀으로 잘 훈련된 헌신된 일꾼을 만날 때면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곳의 현지교회는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


두 나라 중국과 이 나라를 지켜본 바로는, 한국선교사의 평균연령대가 50대로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교회의 영적 상황과 한국의 경제 상황이 깊이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지난 시기에는 선배 선교사들이 교회, 학교, 고아원 등을 세워 양적 성장에 기여했다면 이제는 성경의 말씀을 깊이 가르쳐 현지 지도자들을 이끌어줄 선교사들이 필요함을 느낀다. 새로 파송을 받아 오는 젊은 선교사가 그리 많지 않다.


어느 정도 자유롭게 선교 사역을 할 수 있는 이곳에 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감시와 핍박이라는 긴장감 속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적인 것보다는 내실 있게 제자를 양육하고, 작은 모임들로 세포분열 하듯이 성장해 갈 수밖에 없는 중국교회가 오히려 복을 받았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중국인의 가슴에 그들의 언어로 복음을 심는 중국선교사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 나라는 많은 무리에 의해 이뤄져 온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적은 무리를 통해서 이뤄져 왔다는 것이다.


“적은 무리여 무서워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누가복음 12:32)


가끔 엄습해 오는 미래의 불안감

가끔은 불안감이 찾아 올 때가 있다. 후원교회가 재파송된 우리와 선교지 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기다려 줄 것인가? 노후 대책은? 자녀들은 커 가는데…. 종종 선배선교사들이 우리에게 진심담긴 조언을 해주실 때가 있다. “노 선교사, 복음화율이 0프로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들의 종교와 민족애로 결집된 그들한테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눈을 들어 사방을 봐,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영혼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이 살고 있어!”


사실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분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효과적인 전략이나 능력이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말로 내가 하는 사역의 필요성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이 소수민족을 위해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가 이 지역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요한계시록 7장 9절에 기록된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가지를 든 허다한 민족 가운데 분명히 이 소수민족에서 온 사람들도 끼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얼마 전에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두려움에 떨며 갈등하는 부하들 앞에서 ‘이순신’ 장군은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너희가 살려고 육지로 도망치면 거기서는 너희가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라고 말한다. 이순신 장군의 이 말은 이미 2,000년 전에 창조주와 구세주이시며 심판의 주가 되시는 예수님이 누가복음 9장 24절에서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 동일하게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
whoever wants to save his life will lose it, but whoever loses his life for me will save it.”(Luke 9:24)

 
중국 밖의 중국인들을 위해 부르신다면
아! 언제…, 다시 중국에 가 볼 수 있을까…. 여전히 그 땅과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 가정은 이곳에서도 동일한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다시 땅을 파고 복음의 씨앗을 심고자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선교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이다.


선교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디아스포라 중국인들을 위해 추방된 우리 중국선교사들을 부르신다면 주저하거나 고집부리지 말고 신뢰와 기대함으로 믿음의 결단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주님께서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는 우리들에게 은혜, 긍휼, 평강을 더하심으로 그리할 수 있기를! ▩



♠ 노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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