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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5 통권 153호     필자 : 나은혜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현지인 친구가 미워요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선교지에 들어온 아들 다니엘은 유난히 농구를 좋아했다. 그림에도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어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늦깎이 목사가 되어 선교지로 온 부모를 보면서 아들아이가 느끼는 것이 많은 것 같았다. 아들은 일본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해서 큰돈을 벌어서 아빠, 엄마의 사역을 ‘팍팍’ 밀어 드리고 싶다고 말하곤 하였다.

아들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어쩌면 외모에 한참 민감한 사춘기에 궁핍을 경험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우리아들이 어느 날 멋진 새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어디서 났냐고 다그쳐 물으니 이랜드 매장에서 샀다고 했다. 나에게서 매일 아침 버스표 두 장씩 배급받듯이 타 가는 아들이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버스에서 졸다가 내릴 정거장을 놓쳤을 때도 차표가 없어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온 적도 있는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의문은 금방 풀렸다.

아들 녀석은 친한 친구가 실컷 가지고 놀았다면서 ‘선물’로 준 게임기가 생각이 났단다. 어차피 자기에게는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는 그 게임기를 팔았던 것이었다. 성능이 꽤 괜찮았는지 게임기는 여러 벌의 옷을 살 수 있을 만큼 값을 쳐주었다고 했다. 신이 난 아들은 그 돈을 들고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이랜드 매장으로 달려가 티셔츠 두 개와 반바지 두 개를 샀다는 것이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아들은 누가 봐도 색상을 멋지게 매치시킨 티와 바지를 골랐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면서 기특하기도 하면서 왠지 가슴이 짠해졌다.

아들아이의 소원은 소박했다. 한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면서 오래 오래 사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선교지로 나가기 전에 일 년에 세 번을 이사한 적이 있었다. 잦은 이사는 아들의 마음을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리아들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에도 아들의 담임은 요즘 아이들 가운데 다니엘처럼 순수하고 착한 아이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런 아들이 선교지에 오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성격이 사나워졌다. 성격이 온순하고 착했던 아이 인지라, 걱정이 되었다. 선교를 위해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고국을 떠나 왔는데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사역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점점 더 거칠어지는 아들을 보면서 두려움도 있었지만 아들과 함께 성경공부와 상담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아이가 왜 그렇게 사나워지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아들이 다니는 현지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내용에 대한 분개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가 엉터리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한국을 대놓고 무시하는 내용을 역사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한국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른 역사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선생님이 미웠던 것이었다.

또 농구를 좋아하는 아들은 농구를 하면서 현지 친구들을 빠르게 사귀었다. 하지만 친구들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자기나라에 대한 역사적인 우월감이 있었다. 따라서 현지인 친구들은 한국에 대해 존중해주지 않고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들의 작은 마음속에는 원한과 분노가 쌓여가고 있었다. 아들이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자 성격이 사나워지고 공격적이 되어 동생들과도 부딪히곤 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자녀 문제로 기도하고 상의한 끝에 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 부부는 평생 선교를 하면서 살기 위해 선교지에 왔지만 자녀 교육에 대해서는 제한되어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아이들은 얼마 후면 우리 곁을 떠나가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돌보자고 우리 부부는 뜻을 모았다. 그래서 나는 고1인 아들과 중3인 딸을 데리고 일대일 제자양육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나와 성경공부를 하면서 자기들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인지 잘 따라주었다.

특히 아들은 성경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다 꺼내 놓고 치유를 받았다. 그리고 아들 다니엘은 우리 가족은 그 나라 사람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하러 온 선교사라는 것을 이해하고 용납하면서 예전의 온순한 아이로 되돌아 왔다. 나는 아들이 겪은 타문화권 충격을 통해서 또 한 가지를 배웠다. 즉 선교사가 사춘기의 아이를 타문화권에 데리고 왔을 때, 그 아이가 겪게 될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부모의 헌신적인 도움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국에서는 아이들을 도와줄 의미 있는 제 삼자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러나 선교지에서는 다르다. 자녀들을 돌봐 줄 사람이 부모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교지에서 사춘기 자녀를 기르려면 정말 하나님의 지혜가 필요하다.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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