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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5 통권 153호     필자 : 손창남 프린트   이메일 
[선교일언]
문화변혁

자기 문화 안에 사는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공기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처럼 자신들의 문화를 의식하지 않고 산다. 따라서 자신의 문화 안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예민하지 않을 수 있다. 선교사는 외부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섬기는 현지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가 모두 상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든 문화 안에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도 있고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것들도 있다. 18세기 말 인도에 선교사로 간 윌리엄 캐리는 남편이 죽었을 때 살아 있는 부인을 생매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것이 아무리 인도의 문화라고 해도 성경이 살아있는 생명을 어떤 형태로든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말씀에 위배된다고 가르쳐야만 했다. 선교사는 현지 문화와 관련해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 그대로 머물러 있어라
우리가 한 문화 안에서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그 문화를 떠나는 것이 아님을 현지인들에게 잘 알려주어야 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7장에서 ‘머물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한 문화 안에서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성경적 원리가 될 수 있다. 고린도전서 7장에서 사도 바울은 할례를 받은 사람이 예수를 믿었다는 이유로 무할례자가 될 필요가 없고 무할례자로 예수를 믿은 사람이 예수를 믿었다는 이유로 할례자가 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당시는 노예제도가 있던 시대라 자유인이었던 사람이 예수를 믿었다는 이유로 굳이 종이 될 필요가 없고 종의 신분으로 예수를 믿은 사람이 마치 자유인이 되는 것이 생애의 목표인 것처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은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7장에서 다루려고 하는 것은 결혼 문제였다. 독신일 때 예수를 믿은 사람이 굳이 결혼하려고 할 필요도 없고, 결혼한 상태에서 예수 믿은 사람이 독신이 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단순히 결혼에 관한 원리만이 아니라 우리의 지위와 관련된 것으로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7장에서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사도 바울의 권면을 적용한다면,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한국 사람의 문화를 벗어버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도 되는 것이다.

● 변화를 받아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그들의 문화 안에 머물라고 했다고 해서 문화 안에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것까지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 서양선교사들이 조선에 도착했을 때 조선에서는 여성의 인권이라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조선의 여성들은 다른 대안을 모르고 살았다. 선교사들은 하나님 앞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못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예수를 믿은 사람들로부터 시작해서 조선의 여성들은 이전 시대의 여성들과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 12장 2절에서 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변화를 받아…….” NIV(New International Version)영어 성경은 ‘변화를…….’라는 부분을 ‘transformed’라고 표현하고 있다. 원래 로마서 12장 2절에서 변화를 받으라고 되어 있는 부분은 우리가 흔히 변혁이라는 단어로 잘 표현한다. 변혁으로 번역되는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이라는 단어는 생물학적 용어이다. 알이 부화해서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자라서 누에고치가 되고 그 누에고치에서 나방이 나오는 것을 변태, 즉 transformation 이라고 부른다. 모양은 완전히 변하지만 하나의 생명 사이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이처럼 예수를 믿는 사람들의 변화도 너무나 놀라워서 마치 변태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 선교의 골(goal)
선교사들의 목표는 얼마나 많은 신자에게 전도를 하고 세례를 베풀었느냐 혹은 몇 개의 교회를 개척하고, 몇 채의 교회당을 건축 했는 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 안에서 시작된 세계관의 변화가 그가 속한 커뮤니티를 바꾸어 놓고 진정한 변혁이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 선교의 골이 되어야 한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머무는 동안 들었던 이야기다. 인도네시아에 한 무슬림 형제가 주님을 영접했다. 그는 ‘무하마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복음을 전해 준 미국선교사는 그에게 세례를 주고 싶었는데, 세례를 줄 때 무하마드라는 이름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본국에서 세례를 받을 때 세례명을 주는 것처럼 그에게 ‘리처드’라는 미국식 이름을 지어 주었다. 무하마드가 세례를 받고 난 후에 그의 이름은 리처드로 바뀌었다. 무하마드는 미국선교사의 집에 머물면서 집안일도 했다.

무하마드는 똥꼴(tongkol) 이라는 생선을 무척 좋아했다. 똥꼴은 우리네의 작은 고등어 같은 것인데, 맛은 좋지만 튀길 때 비린내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선교사는 무하마드에게 절대로 집에서 똥꼴을 튀겨 먹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 무하마드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리처드는 어릴 때부터 먹었던 똥꼴을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국선교사가 사역을 위해 깔리만딴이라는 섬에서 한 달을 보내고 오겠다면서 집을 떠났다. 리처드는 이것이 똥꼴을 구워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리처드는 매일 똥꼴을 구워먹었다. 리처드는 25일 동안 똥꼴을 구워먹다가 선교사가 돌아오기 전 5일 동안은 똥꼴을 먹지 않고 환기를 시켜 집에서 생선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리처드의 계획이었다.

30일 후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선교사가 예정일보다 열흘이나 일찍 돌아왔다. 미국선교사는 집안에 들어서면서 똥꼴 냄새가 나자 불쾌했다. 그래서 리처드를 불러서 똥꼴을 먹었는지를 물었다. 리처드는 먹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미국선교사는 리처드가 요리를 하는 주방에 가 보았다. 아직 프라이팬에 남아 있는 똥꼴을 발견했다. 똥꼴을 본 미국선교사가 이것이 똥꼴이 아니고 뭐냐고 리처드에게 물었다. 리처드는 서둘러 말했다.

“이건 뜽기리(tenggiri)입니다.”

뜽기리는 우리나라의 삼치에 해당하는 생선으로 길게 생겼는데 요리를 해도 비린내가 별로 나지 않는다. 반대로 똥꼴은 작은 참치라고 할 정도로 작고 통통하다. 미국선교사는 이미 인도네시아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똥꼴인지 어떤 것이 뜽기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미국선교사의 눈에 분명히 작고 통통한 생선은 똥꼴이었다. 그래서 자기 눈에는 뜽기리가 아니고 똥꼴이라도 말해주었다. 그러자 리처드는 당황하면서 선교사에게 이야기 했다.

“아, 전에는 이게 똥꼴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요리하기 전에 똥꼴에 물을 붓고 뜽기리로 이름을 바꾸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똥꼴이 아니라 뜽기리입니다.”

이름을 바꾸고 물을 붓는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손창남 | OMF 선교사

* 6회에 걸쳐 ‘선교일언’ 코너에서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타문화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신 손창남 선교사님의 글을 마감합니다. 그대로 머물러 있는 문화에서는 주인노릇을 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 문화변혁을 이루어가도록 유익한 글을 써 주신 선교사님과 찬찬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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