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왜 미국과 더불어 G2인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금융 히트상품’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그 주인공이다. 이 모두가 중국의 야심찬 작품이다. 일대일로는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정치·경제·외교·문화 협력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낸 21세기 판 ‘신(新)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이 개념은 시 주석이 20013년 9월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대학 강연에서, 10월 인도네시아의 국회연설에서 처음 언급됐다.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一帶),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一路)가 합해져 ‘일대일로’가 된 것. 중국의 입장에서는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구조조정, 에너지 안보와 국방 강화 등 핵심전략이 융합돼있다.
여기서 실크로드의 기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대 한(漢)나라 때 일이다. B.C. 139년경 장쳰(張騫)은 한 무제(漢武帝)의 명령에 따라 흉노족을 제압하기 위한 임무를 띠고 창안(長安)을 떠나 월지국으로 가던 중 흉노 왕에게 체포됐다. 흉노의 회유책과 기나긴 억류 생활 끝에 장쳰은 13년 만에 한나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비록 임무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미지의 땅이었던 서역(넓은 의미로는 중앙아시아, 인도 포함)에까지 한나라의 영향력이 미치게 했다. 신장(新疆) 일대와 내지의 연계가 강화됐고 중앙아시아, 서부아시아 및 남유럽의 직접적인 거래까지도 가능케 된 것이다. 이후 당나라 때 정치적 안정과 국제화와 개방화에 따라 고대 실크로드의 전성기가 열렸다. 특히 남해를 통한 해상 무역을 추진해 베트남 등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을 통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이로 인해 당나라 수도 창안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세계 제일의 도시가 됐다. 당나라가 세계의 패권국이 될 수 있었던 것.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당시 중국 GDP는 전 세계 약 23%. 인도에 이어 2위였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액션플랜을 찬찬히 뜯어보면 가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육상 실크로드로는 중국 시안(西安), 우루무치를 관통해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까지,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 연해와 동남아시아(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남아시아, 몰디브, 인도양을 거쳐 유럽까지 연결된다.
중국 정부의 계산법을 옮겨본다. “일대일로는 운명·이익·책임 공동체다. 공동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개방 협력을 유지하고 시장 운영과 상호공존원칙을 실천한다. 항구·철도 등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송유관·가스관·전력 등을 이어 에너지 협력에 나선다. 또 각국 투자·융자 등 신용시스템을 구축하고 양자 통화스와프 확대, 각국과의 자유무역지대 건설 등을 통해 금융 분야에서 협력한다. 외국 정부와 외국기업 및 금융기구의 중국 내 위안화 채권 발행을 권장한다. 자국 금융기구와 기업들도 국외에서 위안화 또는 외국통화 채권 발행을 확대한다. 필요한 자금은 AIIB와 브릭스(BRICs) 개발은행 설립을 통해 충당한다. 상하이협력기구(SCO) 내 금융기구 협력과 실크로드기금 운용 등을 통해 조달한다. 각국과의 인적교류 확대를 위해 정부 장학금도 매년 1만 명의 외국인에게 준다.” 이 같은 실천계획은 시 주석이 지난 3월 28일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일대일로의 개방 정신을 밝힌 뒤 나온 것이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AIIB와 일대일로 계획은 중국의 ‘독주회’가 아니라 관련국들의 ‘합창곡’이라고 강조했다. 일대일로와 AIIB가 세상을 새롭게 묶어낼 장치가 될 거라는 것이다. 그는 “우선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이 더욱 긴밀한 운명공동체를 건설하고 아세안과 한·중·일 3국이 오는 2020년까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운명공동체 구축을 위한 주도국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또한 “일대일로에 대해 이미 60여 국가와 국제기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중국은 각국에 더 많은 시장과 성장, 투자 협력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주변국과 아시아 국가는 물론 5대륙 국가 모두에게 일대일로 건설과 AIIB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일대일로의 중점 사업은 ‘5대 통(通)’으로 설명될 수 있다. 정책 소통(政策溝通), 인프라 연통(設施聯通), 무역 창통(貿易暢通), 자금 융통(資金融通), 민심 상통(民心相通). 정책 소통은 국가 간 발전전략을 충분히 협의하면서 이견을 조정하자는 것. 인프라 연통은 철도, 도로, 가스, 전력, 통신을 포함한다.
중국 31개 성(省)급 행정단위 중 18곳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18곳 가운데 일대일로의 핵심지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푸젠성이 될 것이다.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서북권에서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산시(陝西)성, 간쑤(甘肅)성, 닝샤(寧夏)회족자치구, 칭하이(靑海)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가 포함된다. 서남지구는 광시(廣西)자치구, 윈난(雲南)성, 티베트자치구로 남아시아와 동남아로 진출하는 통로가 된다. 연해지구는 상하이(上海), 푸젠성, 광동(廣東)성, 저장(浙江)성, 하이난(海南)성으로 해상 실크로드와 연계된다.
국내외를 연결하는 내륙 교통요지인 총칭(重慶)도 포함된다. 동북 3성인 헤이롱장(黑龍江)성,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도 포함된다. 특히 동북 3성은 북한의 대외개방을 위한 중요한 창구라는 점에서 한국에게도 의미심장하다. 결국 일대일로는 장기적으로 한반도와 러시아 간 인프라 구축도 염두에 두고 추진될 것이다.
중국 저장성 이우(義烏)시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를 거쳐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프랑스를 통과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이르는 국제열차. 즉 지구 지름(1만2756㎞)보다 길 뿐 아니라 서울-부산 경부선 철도(442㎞)의 30배가 되는 ‘이신어우(義新歐)’. 총연장 1만3052㎞로 세계 최장 철도다. 일대의 출발점이 시안에서 이우까지 대폭 연장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나라별로 철로 궤도 규격이 달라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프랑스에서 3번 바퀴를 교체하면서 중국 동쪽 끝에서 유럽의 서쪽 끝까지 연결하게 될 것이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현재 약 60개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 중 신흥경제국과 개발도상국이 7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는 대체로 인프라 시설이 취약해 관련 투자와 건설이 시급하다. 따라서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일대일로를 영적 의미로 살펴보자. 일대일로가 품고 있는 지역이 어디인가. 복음이 급속하게 전해져야 할 곳이다. 복음이 전해져있지만 현지교회가 보다 건강한 목회와 신학, 열방을 향한 선교의 플랫폼을 잘 정비해야 할 곳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25년 전만해도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이 선교기회가 차단된 곳이었다. 현지 기독인들은 매우 적었고 그나마 정부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 명맥만 이어갔다. 이슬람국가들이었기에 현지 민족들을 위해 완역된 성경도 변변치 않았다. 누가복음, 마가복음 등 부분적으로 번역된 성경만 있을 뿐이었다. 현재는 카자흐어, 우즈베크어로 완역된 성경이 있지만. 예수영화가 복음전도용으로 널리 활용됐다. 공개적인 사역이 용이치 않아 NGO, 병원, 비즈니스 등 전문인선교사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됐고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한국선교사들의 신학교 팀 사역, 교회개척 사역이 진행됐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교회개척배가운동이 이뤄져 한인선교사들이 세운 교회가 80여개에 달했다. 선교사들은 현지에서 상대적으로 복음에 열려있는 고려인이나 러시아인들을 위한 교회 부흥 운동에 많은 기여를 했다. 상대적으로 현지인들을 위한 교회개척과 지도자양육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한편 중앙아시아국가 정부들은 교회들의 부흥을 위협요소로 간주, 현지인들의 교회등록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고 NGO, 병원 등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들을 차례차례 추방시켰다. 카자흐스탄교회의 경우 2012년 이전에 100여개가 정부에 등록됐지만 새로운 종교법이 발효된 뒤 등록교회 수가 30%나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종교탄압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그 강도가 셌다. 투르크메니스탄 그리스도인은 총인구 500만 명 가운데 1500명 정도도 추정된다. 극심한 핍박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배교한 이들이 적잖지만 5000-6000여 명의 우즈베키스탄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을 지켜가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직간접적으로 개인전도와 제자양육을 해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 사업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등 주변국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카림 마시모프 카자흐스탄 총리는 3월 28일 베이징에서 236억 달러(한화 약 26조원) 규모 산업협력에 서명했다. 산업협력에는 고속도로와 도시철도, 수력 및 풍력발전소 건설, 자동차, 승강기 제조 등 총 33건이 포함됐다. 시 주석은 4월 20일 파키스탄에서 46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의 경제회랑 건설 등 51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은 호르무즈 해협에 근접한 과다르항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喀什)까지 3000㎞를 연결한다.
일대일로의 주요 국가로 포함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어떠한가. 모두가 이슬람권역 아닌가. 한국교회는 이들 국가에서 여러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선교사들을 파송해서 조심스럽게 선교활동을 해왔다. 중국교회 가운데 해외선교에 열의가 있는 교회는 이들 국가에 선교사들을 파송하거나 미래의 목회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현지 신학교에 유학을 보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화교신학교에는 중국 본토에서 온 신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교회의 목양과 선교를 이끌겠지만 이슬람권 등 타문화권선교에 직접 투신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일대일로는 새로운 선교벨트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한국교회와 중국교회, 아니 세계교회에 하나님이 주신 선물과도 같다. 문제는 일대일로 선교벨트는 한 민족이 책임지기에는 너무나도 큰 비전이라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국적과 성별을 초월한 연합 사역이 필요하다. 한 민족교회가 모든 것을 책임지려하지 말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부터 책임지면 된다. 가정 사역, 어린이 사역, 청소년 사역, 청년대학생 사역, 전문인 사역, 의료보건 사역, NGO 사역, IT 사역, 신학교 사역, 출판 사역, 교회개척, 제자양육, 학교 사역, 비즈니스, 일터 사역, 직업교육, 지역개발 등 함께 일궈갈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일대일로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부터 서로 동역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어보자. 그동안 감사하게도 실크로드포럼, 선교중국네트워크 등을 통해 선교사들 간 새로운 시대에 대한 선교적 책임과 효율적인 방안을 논의해온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일대일로 선교벨트에 대한 논의에 착수하면 어떨까. 서구선교사들과 함께 협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들은 내부 공론의 장을 우선 만들어 큰 틀을 조성해 자율적인 협력 장치들을 구축해야한다.
그런 뒤 한국교회와 중국교회가, 한국교회와 서구교회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의 장을 만들어 선교벨트 로드맵을 준비해나가면 어떨까. 물론 이 사역은 결코 유행이 되면 안 된다. 더욱이 ‘탁상공론식’ 논의에 머물면 되지 않는다. 협력모델을 반드시 만들어야한다. 중국 방법을 차용하면 어떨까. 먼저 실험지역과 대상들을 선정하라. 인내를 갖고 그 결과가 어떠한지 보라.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보다 현지에 맞는 방법을 찾아라. 확산할 지역과 대상을 또한 찾아라. 새로운 육·해상 실크로드가 새로운 선교벨트로 만들어져 세계복음화의 또 다른 축을 감당해주면 주님의 재림이 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왕빈 | 중국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