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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1 통권 152호     필자 : 김성민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배고픈 엘리트, 중국판 88만원 세대 ‘개미족(蚁族)’

 이번 호부터 김성민 교수님의 “신조어(유행어)로 보는 중국 사회” 코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신조어와 유행어가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함으로 중국의 시대상이나 사회적 현상을 깊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중국의 문화, 가치관 등에 대해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_편집자 주


“(…) 허베이성의 어느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베이징의 북서부 외곽 탕자링에 3년째 거주하고 있는 펑페이씨(26세). 월세 150위안의 쪽방에 살고 있는 그는 1500위안(한화 약 3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중관촌에 위치한 어느 회사의 임시계약직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저와 같은 고학력의 대졸자들이 (중·고등학생도 할 수 있는) 단순업무를 하며 산다는 게 참 안타까워요 (…)’라고 말하는 펑페이씨의 아침식사는 끓인 물 한 잔이다. 그를 비롯한 많은 동료들이 버스비조차 아까워 추운 겨울에도 30분을 걸어서 출근한다.”

위의 내용은 몇 해 전 방영된 MBC의 <세계와 나 W>의 방송내용 중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이다. 지금은 철거되었지만 중관촌(中关村) 인근 무허가 빈민촌 탕자링(唐家领)에는 펑페이 씨와 같은 청년들이 5만 명가량 거주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일컬어 ‘개미족(蚁族)’이라 부른다. 개미족이란 용어는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리엔쓰 교수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고 있는 20대 대졸 청년들의 삶을 기술한 책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들을 개미에 비유한 것은 첫째, 지능(학력)이 높다는 점. 둘째, 열심히 일한다는 점. 셋째, (개미굴과 같이 비좁은 골목길로 촘촘히 연결된 빈민촌과 쪽방촌에) 집단거주 한다는 점 등이 개미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배고픈 엘리트’, ‘엘리트 빈곤층’ 혹은 ‘중국판 88만원 세대’ 등으로 표현되는 이들 개미족들은 베이징에만 10만 명 이상, 상하이, 광저우, 우한, 시안 등 중국의 여러 대도시를 합하면 10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중국의 3대 사회적 취약계층은 농민, 농민공, 해고(下岗) 노동자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들과 더불어 4대 취약계층으로 떠오른 이들 개미족은 중국 내 새로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였다. 80년대 이후 태생(바링허우)인 이들 개미족 젊은이들은 대졸자임에도 실업과 반실업의 상태에 있거나, 취직을 하였다 해도 고임금의 정규직이 아닌 저임금 임시직종(단순 기술직, 요식업 등 서비스직, 콜센터 등 단순 행정업무직 등)에 있으면서 빈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고학력 개미족들이 수년 전부터 대거 양산되고, 대도시와 특대도시에 몰려 들어 광대한 빈민촌을 형성하는 등 심각한 중국의 사회 문제로 떠오르게 된 배경원인은 무엇인가? 몇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결합되어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중국의 대학 정책을 꼽을 수 있다(그 외에도 농촌과 지방의 낙후, 도농 간 및 대도시 - 소도시 간 격차, 여전히 남아 있는 호구제도 등을 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90년대 후반 대학생 증원 정책을 실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99년에 실시된 ‘扩招(대학 모집확대)’ 정책이다. 이후 십년 동안 중국의 대학 입학생은 매년 30%씩 증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각해졌다.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대 등 중국 최고의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지방의 어느 정도 이름 있는 대학만 졸업하면 취직에 별 문제가 없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졸자의 취업은 점차 어려워지게 되었고, ‘현재 중국에서 대학 졸업장은 무용지물’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중국 내 신빈곤층으로 대두한 이들 100만 개미족 청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책은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이들이 농민공, 해고 노동자 계층처럼 사회 불만 세력으로 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원자바오 총리를 필두로 한 중국 정부는 지난 2010년 423억 위안(한화 약75조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직업훈련 제공, 취업알선,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동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학생들의 취업 역량강화와 취업 기회확대를 도모함으로써 대학생들이 졸업 이후 개미족으로 대거 전락하는 것을 미연에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5년 동안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졸 청년 취업난은 한국 못지않게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다. 2010-2015년 사이 중국 대졸자들의 취업률이 그 이전보다 한결 나아졌다는 자료나 기사를 본 기억이 없다.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성민 | 동서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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