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이 함께하는 달이라고 생각한다. 1950년 6월 25일은 전쟁으로 우리 민족에게 큰 슬픔과 절망을 안겨주었던 날이지만, 2000년 6월 15일은, 1948년 체제 분단 이후 남북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우리 민족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즉, 6월은 분단의 시련과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런 달이다. 그렇다면 월드컵 소식으로 2014년 6월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지,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해결 과제는 무엇인지, 어떤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통일은 필요한가? 통일에는‘평화’라는 가치가 필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의 2013년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54.8%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05년 83.9%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필요성은 상당히 낮아졌다. 왜 그럴까? 어쩌면‘왜 이런 추세일까?’라는 표면적 현상에 대한 질문보다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통일이 필요한 이유를 군사비용 등 분단비용 절감과 시장 확대 및 유라시아 대륙 철도 연결을 통한 물류비용 절감 등 경제적 편익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노인 분들, 새터민), 북한 주민의 인권신장, 사회갈등비용 절감, 동북아 평화 등 비경제적 편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즉 편익이라고 불리는 이익을 얻기 위해서 통일에 접근하게 된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통일의 기저에 힘의 균형에 의한 평화가 아닌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평화라는 가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평화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하나였던 나라가 분단으로 60년 동안 갈등상태로 있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 모든 관계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갈등을 직면하여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풀어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평화의 과정이자 곧 평화이다.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면 평화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60년 이상 살아온 남과 북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통일을 이야기한다면 외적인 통일조차 불투명해지고, 통일된다고 하더라도 내적으로는 이질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북은 각자가 어떤 나라인지를 돌아보고, 통일을 위해서 남과 북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함께하기 위한 평화의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과 평화를 위한 해결과제 평화 지향적인 통일을 생각할 때 오해하기 쉬운 것은‘평화’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느낌 때문에 감성주의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평화는 갈등에 대해 정확한 자기성찰과 상대에 대한 이해를 지혜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통일을 생각할 때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대내적 해결과제(사회통합) 먼저 우리나라에서 통일을 이야기하게 되면 의도하지 않게, 남남갈등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전작권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NLL은? 통일방안과 통일체제, 통일외교는? 통일비용과 재원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 인권과 새터민, 인도적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 때문이다. 통일이 내부적으로 복잡하고, 풀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위의 질문을 나열한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이 통일은 단순하게 경제, 정치, 제도 등의 통합만을 의미하기보다는 통일을 이야기하기 전에 남남갈등 상황 속에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대외적(외교적) 해결과제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통일은 남북의 현안임이 분명하지만, 통일과 그 영향력은 국제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요국(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대북정책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미국 : 미국의 대북정책의 특징은 한국과 연관이 있다. 1992년 이후 북한이 핵 문제 등으로 위기를 고조시킬 경우, 한국은 대부분의 경우 유화적인 입장으로 일관하거나, 한국을 대신하여 미국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즉, ‘ 남-북-미’간 전개된 위기상황의 돌파구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미국의 대외정책은 중국을 의식하여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어 대북정책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2기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현재로써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전략적 형성(shaping), 즉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고 어떠한 성과를내야 하는 것이 아닌지를 고민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대내적으로 경제적 위기상황(사회보장 등의 부채)과, 대북정책이 우선순위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한국의‘전략적 자율성’을 존중하여 북미대화에 앞서 남북대화(관계)의 선행을 강조해왔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이에 한국은 미국이 한반도 이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중국 : 중국의 대내적 상황은 시진핑 체제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의 영향으로 부패, 빈부격차, 민생 문제 등 위기로 인한 국내 정치와 사회적 불안정성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대외정책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커진 만큼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할 말은 한다)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은 한반도 안정이 최우선인데 이를 위해 김정은의 정권 유지, 비핵화 및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경제적 관여정책을 통한 북한의 내부환경 변화 등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이다. 흔히 중국과 북한은 혈맹(血盟)관계이기 때문에‘중국이 북한을 도와준다.’라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 들어 중국과 북한은 서로에게 굉장히 실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도별 남북교역과 북중교역의 현황을 살펴보면 [표-1]과 같다. 즉,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은 2013년 3월 3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 병진노선’을 결정한 바 있는데, 경제건설을 위해서 중국의 투자를 받아 특구를 활성화시키고, 중국인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도 2009년부터 북한 나진항 개발을 염두에 둬서 창춘·지린·투먼(창지투)을 개발 중이다. 이는 중국의 동북3성 개발에 포함되는 계획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창지투 개발과 지린성 및 헤이롱장성의 물류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통로로 나진항이 필요한 것이다[그림-1]. 한국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중국과 북한관계가 단순히 정치적 동맹을 넘어서 경제적 실리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을 기억하면서 대중국, 대북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와 일본 : 최근 이 두 나라와 북한과의 관계는 주변국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먼저 러시아의 푸틴은 2014년 5월 5일 북한이 구소련에 진 110억 달러(11조 원)의 부채 중에 100억 달러(10조 원)을 탕감하며, 나머지 10억 달러(1조원)에 대해서도 20년 동안 분할 상환하여 북한과 러시아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협정 비준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최근의 나진-하산 철도개발사업 등 경제협력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무역결제에 루블화 사용을 합의했다. 북한 또한 중국의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5월 26-28일까지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한과의 당국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전면 재조사를 하면, 일본은 북한의 대북제재를 해제하겠다는 협상에 합의하였다. 이는 한·미·일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과 상반된 것이어서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통일을 위한 대내외적인 해결과제를 살펴보았는데, 결국 이러한 해결과제는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지혜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통일외교정책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어떤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가 만들고 싶은 통일 국가를 고민하자 지금까지 통일의 필요성 인식 정도, 통일을 위한 대내외적 환경 분석을 해보았다. 이제‘어떤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보겠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통일의 필요성, 대내외적 환경 분석 등은 과거 또는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어떤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미래에 반영되는 질문이기 때문에 그렇다. 또한 단순히 통일의 형태는‘1국가1체제’, ‘1국가2체제’ 등으로 가야한다는 어떤 통일보다는‘우리가 만들고 싶은 통일국가’는‘어떤 통일국가’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일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형태가 어떻게 될지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원하고 꿈꾸는 것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꿈꾸고 있는 통일된 국가의 상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는 이 큰‘변화’를 우리가 정말 원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통일이라는 사건은 분명히 남한과 북한을 어떤 형태로든 변화시킬 것이며, 그때에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통일된 국가의 상이 있는 곳이 통일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 분단 체제유지를 원하고 있는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한 전략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너무 거시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서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뭔가 거창해야 할 것 같지만, 어떤 것은 그렇더라도 미시적 관점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국가, 시민단체, 교회 : 국가는 정치·외교적으로‘통일의 필요성과 그 이유’ 에 대해서 국내와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하고, 시민단체들은 지식과 담론을 형성해서 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특별히 교회적 측면에서, 교회가 성도들에게 평화와 화해를 강조하고, 대북지원 등에 참여하면 좋겠다. 만약 대북지원이 북한군으로 누수 되는 것이 염려된다면, 지원 시에 모니터링 조건이 포함되는 협상을 하라고 교회가 정부에 건의할 수 있다. 개인 : 먼저는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남북한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건전한 대북지원단체·학술연구단체 등에 후원하는 방법, 통일 혹은 북한의 소식을 접하고 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통일비용의 문제가 발생할 때에 비용을 저축하거나 세금을 더 내기로 마음먹는 것, 새터민들과 만나는 것, 통일과 관련된 연구, 통일 운동가가 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많은 창의적인 방법들이 있을 텐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법들을 얼마나 실천하는가’이다.
평화만들기의 과제 통일을 생각하면 성경 속의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떠오른다.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은 통일되지 않고 멸망했는데, 여기에 두 가지 의문이 든다. ‘하나님은 왜 통일을 허락하시지 않으셨을까’,‘ 남북한의 통일은 가능한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리된 것은‘내가 생각하는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것이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평화의 왕’으로 보내시고, 평화를 위해 일하신다는 것에는 집중해야 한다. 통일 문제는 거시적 영역이지만, 그 근본에는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각자의 분량에 따라 이웃을 어떻게 사랑할지 고민하는 개인의‘평화만들기의 과제’가 함께 할 것이다. 따라서 각자가 속한 삶의 영역에서 사랑과 평화의 마음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결국 통일을 향한 첫걸음이자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김광수경제연구소, 2011, 북한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 플리바겐, 서해문집. 박명규 외 4명, 2013, 2013 통일의식조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통일연구원, 2014, 주간통일정세 2014-16(4.14-4.20), 2014-18(4.28-5.11), 2014-21(5.26-6.01). 한국무역협회(kita.net). 한반도평화연구원, 2012, “미·중의 리더십 교체와 향후 대북정책”, 제35회 KPI평화포럼 자료집. 한반도평화연구원, 2012,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박명림(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보론:남북관계-국제관계 융합비전의 접점과 중용 창출, 제36회 KPI평화포럼 자료집, p46-47.
손인배 | 한반도평화연구원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