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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8.31 통권 127호     필자 : 최의헌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역과 건강관리]
인간 이해와 선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4)

인간의 7세 이전의 발달이 이후의 인생에서 반복된다는 성격심리이론을 다루고 있는데, 지난 시간에 설명한 두 번째 발달 시기에 관련된 문제를 조금 더 살펴보자. 두 번째인 만 1~3세의 시기는 인격이라는 집의 기둥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이 시기의 아이가 발달하며 갖는 중요한 주제로 첫째, 분리-개별화, 둘째, 극단성, 셋째, 오직 엄마에게 집중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대상항상성
이 세 가지 특징을 잘 담고 있는 개념 중에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이라는 말이 있다. 발달학자 마가렛 말러는 만 1~3세를 “분리-개별화 시기”라고 했으며, 이 시기의 마지막에 대상항상성이 형성된다고 하였다. 즉, 대상항상성이 이루어지면 두 번째 발달단계가 마무리되고 세 번째 발달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항상성은 어떤 개념인가? 

대상항상성을 가장 간단히 표현하는 설명은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하나의 엄마”라는 것이다. 두 번째 발달시기의 아이는 아직 어렴풋한 심리적 기억수준을 나타낸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두 번째 발달시기가 시작될 때 기억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하여 두 번째 발달시기가 마무리될 때 기억의 기능이 완성된다. 그래서 두 번째 발달시기와 세 번째 발달시기를 시기적으로 뿐만 아니라 기억의 수준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기억의 수준차이를 이해하는 데에는 객관식 시험문제와 주관식 시험문제를 푸는 기억력 차이를 예로 들 수 있다. 객관식 시험문제는 보기가 나와 있기 때문에 어렴풋한 기억수준에서도 정답을 알 수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주관식 시험문제는 보기가 없기 때문에 뚜렷한 기억이 없으면 정답을 쓸 수 없다. 이러한 차이에 따르면 어렴풋한 기억은 “단서를 통해 대조확인은 가능한 인식 기억(recognition memory)”이다. 이러한 기억에서는 대상항상성이 아직 없다. 그래서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통합된 하나의 엄마로 존재하지 않고 심리적으로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처리한다. 그러나 기억 기능이 완성되면 충분히 두 존재를 기억하여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를 다른 존재라고 말할 수 없다. 

대상항상성은 지난 시간 설명한 “일관성(consistency)”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머니의 일관성은 대상항상성을 수월히 이루게 해준다. 어떤 이는 이 점을 보다 명료하게 표현하기 위해 “좋은 엄마가 나쁜 엄마보다 조금이라도 강하면 두 엄마는 하나의 통합된 좋은 엄마로 대상항상성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평소 엄마의 태도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지만 비교적 일관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대상항상성을 이루는 데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말이다. 대상항상성을 이루면 그 이미지는 마음속에 분명히 남아서 눈에 보이는 엄마가 없어도 혼자의 시간을 갖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만 3세 이후로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져 혼자 지내는 시간이 이전에 비해 현격히 늘어나며 유치원에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분열의 출현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과정, 즉 순리를 거스르는 경우가 있다. 대상항상성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이다. 어떤 경우일까? 나쁜 엄마가 좋은 엄마보다 더 강할 경우이다. 어머니가 일관성이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면 아이는 좋은 엄마경험보다 나쁜 엄마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기억도 이제 분명한 기억수준으로 가는데 그렇다면 “나쁜 엄마”로 통합된 대상항상성을 이루게 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여기서 순리가 어그러진다. 필자는 이를 설명할 때 “좋은 건 알아가지고...”라는 희화적인 표현을 쓴다.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좋은 것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안다. 좋은 것은 안전을 확보해주고 편안함을 주며 즐거운 자극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것을 경험하면 그것을 유지하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제 기억력도 분명해져서 더 이상 두 엄마라고 할 수도 없는데 대상항상성을 유지했다가는 좋은 엄마가 나쁜 엄마에 귀속되어 빛을 발하지 못할 처지다. 아이는 좋은 것을 조금이라도 지켜내려고 한다. 그래서 결정하는 것이 “이중성”이다. 이제 더 이상 두 엄마가 아니라 하나의 엄마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그는 심리적으로 두 엄마를 여전히 분리해둔다. 그래야 좋은 엄마가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순되고 이중적인 결정으로 인해 자기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도 불안정한 개념을 형성하게 되고 극단적인 흑백논리와 분리주의가 나타난다. 이러한 방어기전을 “분열(splitting)”이라고 한다. 흑과 백의 양극단으로 나누어서만 판단한다는 것이다. 분열의 방어에서는 통합이란 없다. 두 특성을 섞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리질환과 두 번째 발달시기의 관계
지금까지 두 번째 발달시기의 주제, 이에 따른 건강한 발달과 그렇지 못한 경우를 살펴보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시기에 문제가 있으면 어떤 형태를 나타낼까? 이 시기와 관련되는 몇 가지 심리적인 문제들을 나열해보자. 두 번째 발달시기가 대인관계와 성격을 형성하는 시기이므로 성격의 문제, 즉 인격 장애에 속하는 여러 질환들은 모두 두 번째 발달시기의 문제이다.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는 지금까지 설명한 분열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여기서 말하는 분열은 정신분열병의 분열과는 완전히 다르다. 방어기전에서 분열은 흑백의 둘로 나눠지는 개념을 말하고, 정신분열병에서의 분열은 자기 경계가 허물어져 너와 나의 구분이 무너지고 투사의 방어가 나타나는 개념을 말한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는 타인을 한껏 치켜 올렸다가 심하게 평가절하 하는 일을 손바닥 뒤집듯 반복하며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한 불안정함 때문에 가까이 있던 사람이 슬금슬금 피하면 환자는 그가 자기를 버린다는 '유기 공포(fear of abandonment)'에 휩싸여 극한 불안정과 충동성을 보이며 심한 경우 자해와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자주 동반된다. 연극성 인격장애(histrionic personality disorder)와 강박성 인격장애(obsessive compulsive personality disorder)는 성격과 대인관계에서 감정과 사고의 양극단을 보여준다. 연극성은 극도의 감정성을 보이며 사고 능력의 발휘가 부족한 반면, 강박성은 극도의 사고 통제를 보이며 정서를 과도하게 억압한다. 식사 장애의 일종인 거식증(anorexia nervosa; 신경성 식욕부진증)와 폭식증(bulimia nervosa; 신경성 대식증)도 두 번째 발달시기의 주제를 잘 담고 있다. 거식증은 강박성 인격과 함께 “자기 통제(self control)”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여주는데, 자기를 통제하려는 경향은 근원적으로는 대소변가리기와 같은 엄마와 아이의 상하관계 훈육에서 출발한다. 두 번째 발달시기가 건강하게 마무리되면 자율성이 생기는데, 이는 적절하고 안정적인 통제를 의미한다. 반면 이 시기에 문제가 생기면 과도한 자기 통제경향이 생기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마와 같은 위에 있는 누군가가 자기를 통제하며 괴롭힐 것이라는 상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강박성 인격은 꼼꼼함과 생각의 통제를 통해 자기 통제를 보여주고 있으며, 거식증과 폭식증은 자신과 타인의 대리물인 음식을 지나치게 통제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통제한다는 환상을 유지한다. 우울증도 두 번째 발달시기의 문제이다. 우울증의 경우 감정과 의욕이 적당히 낮아지는 게 아니라 바닥까지 내려간다. 두 번째 발달단계의 극단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 발달단계를 무난하게 보내면 “나는 한다. 나는 맞다. 나는 있다.”라는 중요한 자기 입장을 성취하게 되며, 반대로 이 시기에 문제가 있으면 “나는 못한다. 나는 틀렸다. 나는 없다”라는 입장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것이 우울증을 초래한다.

분노와 두 번째 발달시기의 관계
두 번째 발달시기의 문제로 특정한 심리 질환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주 언급되는 감정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분노”이다. “억울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성경에서 탕자의 비유를 보면 첫째 아들이 이러한 내용과 흡사하다. 첫째 아들은 늘 아버지와 함께 있었으나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했다. 둘째 아들이 돌아왔을 때 첫째 아들은 화가 났고, 아버지가 가서 말을 걸었을 때에야 억울함을 담은 항의를 했다(눅 15:25~30). 재미있는 것은 이 비유가 바리새인과 서기관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많은 무리를 옆에서 보며 그들과 어울리는 예수는 속으로 폄하하고 있는 자들이었다(눅15:1~2). 바리새인과 서기관이 얼마나 철저히 자기를 관리함으로 그들의 의로움을 나타내려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두 번째 발달시기의 문제를 반복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삶 속에서 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서 두 번째 발달시기의 문제들을 접하게 된다면 그 문제 자체도 주목해야 하지만 그 출발이 되는 “두 번째 발달시기”의 특징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최의헌 | 연세로뎀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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